[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달 27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가계대출 규제)을 발표한 뒤 대통령실이 이상한 브리핑을 했다.
정부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우리 대책 아니다'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 나왔던 것이다.
당시 강유정 대변인은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고 언급을 해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실 6.3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2주전부터 서울 집값은 '민주당 정권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반영하면서 들썩였다.
이재명 후보가 예상대로 무난히 대통령이 되자 서울에서 부자들이 사는 상급지 위주로 아파트값은 폭죽을 쏘았다.
결국 당선 1달이 되기 전 '1번 대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부에선 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반대 쪽에선 순조롭지 못한 이번 대책 발표 과정에서 불길한 징조(집값 추가 급등)가 느껴진다고 했다.
■ 강유정의 구설수로 시작한 '1번 대책'
6월 27일.
강유정 대변인은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에서 일련의 흐름을 보고 만든 대책인 것 같다. 저희가 특별한 입장을 갖거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나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재부 등의 다양한 대책이나 의견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내놓은 논평이나 설명 치고는 뭔가 이상했다.
강 대변인은 국무회의 등 공식 회의에서 특별히 보고가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 오전 회의에서도 특별히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초보' 대변인의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과 반응이었다.
결국 같은 날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대통령실은 좀더 태도를 가다듬었다.
강 대변인은 "부동산 대출 규제가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 시장과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공급에 대한 요구도 있어 공급에 대한 검토도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 그리고 그 대책에 대한 대통령실의 어이없는 논평식 반응 이후 각종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 집값 급등에 놀라 나온 놀라운 대출규제..부동산 정책 불협화음 예고
7월 1일.
6.27 대책이 6월 마지막주 금요일 부랴부랴 나온 뒤 주말이 지나가고 7월이 도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단 대통령실이 보여준 기이한 반응에 대해 궁금해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 예결위에서 "대출 규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면서 이상한 사건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이 정부는 돈을 풀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꺾겠다고 한다. 모순된 정책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빚을 동원한 수도권 주택 구매' 열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에 나온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주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과도한 빚으로 집을 사는 부분을 막았다. 일반적으론 주택을 사는 부분과는 다르다"고 했다.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려고 하니 대출을 막아버렸다는 뜻이다.
권 사무처장은 "집값 상승 기대를 일단 꺾어야 한다. 공급 문제에 대한 부분은 (향후) 추가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과 경기 상급지로 번져 나가자 수도권 중심의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관리목표를 축소하고 6월 28일부터 현행 은행 자율관리 조치 사항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했다.
주담대 한도 제한(6억원), 주택구입시 전입의무 부과, 생애 최초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규제 강화 등 추가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 대책...대통령이 말하는 주택 수요와 공급 안정책은?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서울 집값 상승세 억제에 대한 자신감도 보엿다.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라면서 향후 나올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이 많다고 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 등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 또다른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주택 수요공급 원칙을 말했다. 수요 정책과 관련해선 수단이 많이 있으며, 투기 수요 차단에 초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요 억제책이 이것(이번 대출규제) 말고도 많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부동산 정책에 크게 영향 받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투기 수요에 대해선 날을 세운 뒤 부동산이 아닌 주식이 자산 형성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산시장에서 부동산으로 몰리는 수요의 물꼬 상당부분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길 원한다.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각종 제도 정비를 통해 일단 주가를 부양하는 중이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선 기존에 진행 중인 공급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도시 내부의 획기적 공급 등을 거론했다.
우선 신도시 공급과 관련해 "이미 계획된 신도시(3기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기존에 하던 것은 그대로 해야 한다. 대신 속도를 빨리해야 한다"고 했다.
추가 신도시 지정에 대해선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것일 수 있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은 공급 확대가 신도시 등 대규모 신규 택지를 조성해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도 보였다.
그는 "공급 대책도 꼭 신도시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택지를 재활용하거나 기존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 고밀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공급 방법이 있다"고 했다.
■ 대통령의 '가계대출 규제' 주도한 권대영 칭찬
7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 특별히 '한 사람'을 소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택대출 대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잘 정리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권 처장이 '가계부채 안정화 방안'에서 제시한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등이 서울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 탕감 정책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소상공인 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집단 토론을 해보라"는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권 처장은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선 '1번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면서 이름값을 높였지만, 정책 효과를 봐야 한다.
■ 여당, 6.23 '효과' 띄우기...정책 홍보 나서기도
7월 9일.
여당에선 6.23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좀더 높아졌다.
대통령실의 '이상한' 브리핑과 함께 시작된 이재명 정부 첫번째 부동산 대책은 이제 당정이 같이 후원하는 정책이 됐다.
이제 대통령실과 정부는 따로 놀지 않고 있으며, 여당은 정부 정책 효과를 홍보하는 중이다.
여당은 더 나아가 최근 서울 집값 급등은 '윤석열과 오세훈의 탓'이란 프레임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 정책에 대해 '추경 등으로 돈 풀면서 집값 안정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한 데 대해 적반하장이란 반응도 보였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오세훈 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부채 대책을 비판하면서 추경과 주담대 규제 실효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했다.
마치 방화범이 불 끄는 소방수를 나무라는 격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2월 오 시장의 토지거래 허가제 졸속 해제 이후에 서울 집값 상승률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고 비난했다.
전 최고위원은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의 선심성 부동산 정책 때문에 상승하던 집값에 오세훈 시장이 제대로 기름을 부었던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이번 대출 규제는 오시장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야기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홍보했다.
전 최고위원은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각각 65% 포인트, 67% 포인트로 줄어들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초래한 서울시 안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인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30조원 넘는 추경을 하고 20조원 가까이 시중에 풀겠다는 정부를 보면서 과연 부동산 가격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말을 오세훈 시장이 했다고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을 지킨다라는 것은 정확하게 무슨 의미로 이야기를 한 것인가. 그간 오 시장의 행적을 미뤄보면 '이미 천정부지로 뛰어 있는 부동산 가격의 고점을 사수하겠다' 이런 의미로 읽힌다"고 비꼬았다.
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무작정 해제해 버려 서울 집값이 폭등하는, 소위 '황소시장'이라는 불장의 도화선을 당긴 장본인"이라며 "오 시장이 불을 붙인 서울 부동산 거래 시장은 국민주권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 조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판을 하려거든 현실을 정확히 알고 해야 한다. 오 시장이 그토록 자랑하는 신통기획은 도입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착공은 2곳에 불과하다"면서 "서울시장으로서 관내 부동산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겸허히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연출해야 한다"고 했다.
■ 아직 정책효과·시장안정 말할 때 아니다...시중에선 '6.27 우회해 집 사기 아이디어' 공모전(?)도
여당이나 정부 일부에서 6.27 정책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주간 주택가격과 관련한 정부기관(한국부동산원)의 가장 최신 데이터는 지난 주 목요일 발표됐다.
이 데이터는 월요일이 기준일이어서 최근 정책효과를 반영하는 데 한계도 있었다.
지난 3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30일(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0.4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주(6월 23일 기준) 데이터의 0.43% 급등에서 약간 둔화된 것이지만, 상승률 자체는 여전히 매우 높은 것이다.
아울러 일부에선 '당장 주택가격 상승세는 주춤하겠지만 결국 정부 정책은 효과 없을 것'이라면서 집을 사기 위해 갖은 수를 내보기도 한다.
6.27 대책 이후 주택 대출 상한선이 6억원으로 막히고, 정부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등을 금지해 갭투자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중에선 소위 '6.27 대책 이후 갭투자 우회 방법' 등이 관심을 얻기도 했다.
예컨대 기존 집주인이 먼저 전세를 놓고 이후 매매 계약을 체결해 새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하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이 경우 새 집주인은 전세금을 뺀 나머지 금액만으로 집을 매수할 수 있어 사실상 기존 갭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글들이 돌아다녔다.
매매사업자로 등록하거나 법인을 설립해 경락잔금대출 등 사업자용 대출을 이용해 6억원 한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실거주 의무도 적용받지 않아 단기간 내 매도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강남, 서초, 송파, 용산)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를 끼고 매수할 경우 실입주 의무가 없어 이런 지역에서는 갭투자가 여전히 가능하니 지나치게 겁먹지 말고 '용기를 내자'는 조언도 이어졌다.
아울러 현금부자들에겐 '매수 찬스'가 왔다면서 굳이 많은 대출을 받을 필요 없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는 격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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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없는 사람'만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6.27 대책 이후 일부에선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막는 게 잘하는 일이냐고 비판한다.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규제 대상을 확대해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막는 게 바람직한 정책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한 지인은 "민주당 정부 서울 집값 폭등은 이제 모두가 아는 공식"이라며 "이번 정책도 결국 현금 있는 자와 외국인만 집 사라는 정책"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출 규제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없는 사람'의 주거 여건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일단 매매 거래가 막히면 그 수요는 전세와 월세로 옮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가 오르면 다시 매매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대출 가능 금액을 감안할 때 10억원 이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띌 가능성이나, 그간 덜 올랐던 서울 하급지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예상들도 보인다.
결국 이번 정책이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규제의 역효과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충분히 학습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세금 정책, 대출 규제 등이 모두 실패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폭등했고 한국에선 여태 보지 못했던 가파른 계급 분화가 일어났다.
당시 진보세력의 존재이유였던 '노동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주택 소유 여부, 아파트 소유 여부, 서울 거주 여부 등에 따라 돌이키기 힘든 부의 양극화가 나타났다.
한편 과거 특정 '금액'을 찍어서 정책을 펼 때 나타나는 특정 구간의 가격 효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들도 보인다.
예컨대 단순하게 접근해서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3억대로 다시 올라온 상황에서 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묶으면, 현금 7억원 이상이 있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정도 현금이 있는 사람이 서울 하급지 10억원 이하의 아파트 매수로 몰린다면 '상대적으로 싼' 주택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도 있는 등 규제차익과 관련한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자료: 정부의 6.27 대책

(장태민 칼럼) 이재명 정부 '1번'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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