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13일 사망한 호세인 살라미, 출처: 예루살렘포스트

(장태민 칼럼) 호세인 살라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란 언론들은 13일 이스라엘 군의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한 공격으로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IRGC(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본부가 불타고 살라미 외에도 군 주요간부, 핵 과학자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라미는 이란 군부를 대표하는 강경파 인물이었다. 미국,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사우디 등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발발 후 혁명수비대에 입대했으며, 2019년 4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 하나가 사망함으로써 중동 일대에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혁명수비대는 신정국가 이란의 상징적 조직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창설된 이란군의 독립적인 군사 조직이다.
혁명 정부를 보호하고 정규군의 쿠데타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 당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창설했다. 따라서 이 조직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닌 최고지도자의 명령을 직접 받는다.
이란에선 최고지도자가 절대권력을 갖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사실상의 국가 통치자이며,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병력이 2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직 산하엔 바시즈 민병대와 해외 작전부대인 쿠드스군을 두고 있다.
특히 쿠드스군은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지역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무기와 돈을 제공하고 훈련까지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는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다. 이는 곧 이란이라는 국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고 정규군을 견제한다. 특히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사조직 그 이상이다.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이 이란 정계에 대거 표진해 있으며,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란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도 엄청나다. 석유, 가스, 방산, 건설, 교통 등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사실상 이란 최고지도자가 통할하는 조직으로 이란의 정치, 경제, 외교 등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의 사망은 중동지역의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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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비핵화 협상 하던 이란...협상 중 '대놓고 이란 때려버린'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이란과 미국이 6차 비핵화 협상을 앞둔 시점에 이란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참모총장, 핵 과학자 등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란 언론들이 최고지도자 하메이니는 무사하다고 밝힐 정도로 이번 공격은 상당히 전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절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이 문제를 두고 미국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이어가는 사이 이스라엘이 무력 공격을 단행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이스라엘은 우선 이란의 핵무장을 사전에 막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동시에 최근 자신들의 공격에 의해 이란 방공망 시스템이 상당히 와해돼 있는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부터 이스라엘과 이란은 크게 부딪히고 있는 중이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당시 하마스에 대한 지원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하마스를 공개 지지했다.
이후 양국의 충돌은 더욱 본격화됐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했다.
2024년 4월부터 두 나라는 한층 더 크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다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긴장감은 한단계 더 높아졌다.
이 일 때문에 이란은 2024년 4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미사일을 날렸다. 순항미사일과 드론 등 300발 이상을 날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항공망을 방어했다.
이란이 반이스라엘 세력을 지원하면서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장 등 적의 지도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2024년 10월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수장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200기 가량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작년 11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60일간 휴전을 선언했다.
이후 올해 3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4개월만에 최대 교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날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이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이란 핵 협상 와중에 이란을 공습해 혁명수비대 사령관 살라미까지 제거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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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방심을 이용한 것일까
오는 15일 미국과 이란은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핵 협상을 하기도 돼 있었다.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란이 어느 선에서 합의할 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협상일 이틀전 이스라엘이 이란을 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일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독자적인 행동"이라며 "이란은 미군에 대한 공격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독자적인 행동을 취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습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최우선 과제는 지역 내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자국의 자위권 차원에서 이번 행동이 필요하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1일 중동 지역 내 일부 대사관 인력과 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면서 전쟁에 대비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선 상황이 됐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모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당연히 미국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입장에선 '미국의 개입은 없었다'는 주장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사태로 상당기간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이스라엘, 이번 참에 이란 핵능력 무력화 시도
이스라엘의 라이징 라이언 작전(Operation Rising Lion)으로 이란 군부의 상징인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사망했다.
이제 이스라엘은 이번 참에 확실히 이란의 예봉을 꺾어놓으려 한다.
이스라엘 국방부(IDF)는 "대량 살상무기가 이란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은 이스라엘과 더 넓은 세계에 실존적 위험이 된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IDF는 이란이 수일 내에 상당수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어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세계의 여론을 얻으려는 중이다.
최근까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실제로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얼마나 개입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이 개입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리도 없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은 미국과 강력하게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 간부들은 미국이 사전에 계획들을 알고 있었다거나, 지금의 공격과 관련해 전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판알을 열심히 굴렸을 것이며, 계속해서 이해 득실을 계산할 것이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시작됐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