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12 (토)

(상보) 이창용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할 생각"

  • 입력 2025-06-12 10:00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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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일 발표한 '창립 제75주년 기념사'에서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작년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개월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정치 갈등으로 인해 광복 직후의 혼란을 떠올리게 할 만큼 엄중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음을 지적하며 "국제적으로는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된 가운데 미국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글로벌 통상여건이 악화되고 세계경제 분절화 흐름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6개월은 ‘불확실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큼 혼란스런 시기였다"며 "우리 경제는 이러한 대내외적 충격으로 인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고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징후를 볼 수 있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렀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주주의가 강건하고 회복력이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통합’의 마음으로 사회 결속을 다지고 ‘실용’을 앞세워 경제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 경제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 내년도는 1.6%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큰폭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7%p나 낮춘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낮은 성장률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가 큰 부분이지만, 지난 6개월간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2/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여, 가장 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부동산 관련 부채가 조정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 1.6%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내수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무역협상의 향방에 따라 수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2000년대 중후반 4% 수준이었던 잠재성장은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지금은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에도 높은 대외 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집중된 수출 구조 등으로 경기변동의 진폭 축소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역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1/4분기와 같이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2024년 약 14%로서 10여년 전에 비해 3배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면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으며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외환시장 변동성도 다시 확대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따라서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급속한 보급으로 금융‧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연구를 넘어 실제로 디지털 혁신과 AI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은 금년 말 예정된 후속 테스트를 통해 예금토큰의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단계로의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력해 국가간 송금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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