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14일 "25년 1분기 유상증가 규모가 이미 24년 전체 규모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지금은 유상증자의 조건을 따져볼 때"라고 밝혔다.
좋은 유상증자, 나쁜 유상증가 가려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발행 후 투자자가 신주를 인수하면 기업의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 방식은 크게 ①기존 주주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주주배정, ②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모, ③특정인에게 배정하는 3자배정으로 나뉜다.
이재원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연도별로 KOSPI200 유상증자 사례를 보면 주가지수의 등락은 유상증자 건수 및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규모와 건수 모두 그해 KOSPI가 높은 수익률을 보였을 때 증가했다"고 밝혔다.
KOSPI가 신고가를 경신한 2021년의 규모는 11.15조원, 건수는 12건이다. 과거 10년 평균인 4.03조원, 6.1건을 크게 상회했다.
주가가 높고 투자심리가 좋을수록 청약 성공률은 높아진다. 주가가 높을 때면 같은 금액을 조달하더라도 신주 발행을 더 적게 해도 된다. 이 경우 지분 희석이 적다. 주가 하방압력 요인인 기존 주주의 희석 우려가 감소한다. 또한 주식시장에 관심도가 높아야 주주배정, 일반공모 형태 모두 청약률이 높아진다. 실권주가 발생할 리스크가 줄어 증자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2024년 KOSPI는 세계 주식시장 대비 약세였다. 2025년은 하방 경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다. 현재까지 공시한 KOSPI200 종목 유상증자 규모는 5.6조원이다. 이미 24년의 1.8조원을 넘었다.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대규모 유상증자 공시가 1분기에 진행됐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는 보통 유상증자를 악재로 인식한다. 증자 이후 주가 흐름도 우하향했다"면서 "하지만 유상증자도 다 똑같은 유상증자가 아니며, 유상증자의 목적과 세부사항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은 엇갈린다"고 밝혔다.
■ 유상증자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원인 네 가지
주식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를 통상 주가에 부정적 재료로 인식한다.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된다. 신주 발행으로 전체 발행 주식 수는 증가하고 기존 주주 지분율은 감소한다. 신주 발행 규모가 클수록 희석 우려와 주주의 반발은 모두 커진다.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둘째, 할인 발행 가능성이다. 발행가액은 일반적으로 공시 당시 주가보다 할인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기존 주주나 신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청약 참여 유도가 가능하다. 결국 주가는 기존 가격에서 할인된 신주 가격으로 수렴한다. 신주 할인율이 높을수록 주가 하락폭이 커지는 이유다.
셋째, ROE, EPS 등 가치평가 지표가 하락한다. 신주 발행으로 주식수가 늘어나면 순이익이 동일하더라도 EPS(당기순이익/발행주식수)는 감소한다. 이익 증가폭이 미미한 경우 ROE(당기순이익/자기자본)도 하락한다. 수익성 지표의 하락은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이다. 발행 주식수가 많을수록 지표 하락폭은 커진다.
넷째, 기업의 재무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하게 된 배경이다. CapEx 증설 및 R&D 비용 확보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긍정적이다. 악화된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 부채 상환이 주된 목적이라면 재무 건전성에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진다. 기업의 해명이 필요하다.
이런 요인들은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해석되어 수급 부담으로 이어진다. 할인율이 적용된 발행가에 도달할 때까지 매수 대비 매도 우위가 지속된다. 신주 발행으로 주식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인데, 물량을 받아줄 수요가 감소한다.
이 연구원은 "2015년부터 10년간 유상증자(주주배정, 일반공모) 공시한 KOSPI 기업 302곳 중 공시 당일 주가가 하락한 기업의 비율은 65%였다. 유상증자 규모가 클수록 희석 우려도 커져 상승 기업 대비 하락 기업 비율이 증가했다"면서 "공시 이후 주가 흐름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이후 유상증자 공시했던 KOSPI200 기업은 공시 280일 이후 평균, 중간값 모두 각 3.6%, 8.3% 하락했다고 소개했다.
■ 유상증자 긍정적으로 인식 가능한 원인 세 가지
반면 유상증자가 긍정적 재료로 인식될 때도 있다.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금 조달의 목적이 긍정적으로 해석될 때다.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진출, R&D 및 설비 투자 확대가 배경일 경우다. 재무 건전성의 문제가 아닌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면 투자자를 납득 시킬 수 있다.
둘째, 우호적 평가를 받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채택했을 때다. 3자배정 유상증자는 특수 관계인이나 특정 투자자에게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유명기관 투자자 등의 참여가 해당 기업의 가치가 인정받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3자배정은 주주 대상 공모 과정보다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할인율이 낮거나, 시장가 대비 발행가가 높게 할증 발행되기까지 한다면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
셋째, 주가 바닥 인식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이다. 발표 후 단기적 주가 하락에도 이미 최악을 반영했다는 가정이 적용된다. 유상증자를 통한 채무 상환, 중장기적 재무상태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이 적용될 때 하방 지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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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상증자 - 주도주
이 연구원은 2015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유상증자 공시(주주배정, 일반공모) 종목 중 직전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거나 낮은 상하위 종목 15개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군은 주도주, 낮은 종목군은 소외주다.
주도주는 공시 3개월, 6개월 전 각각 67.7%, 84.3% 상승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도 주가 흐름은 견조했다.
공시 전과 같은 급격한 상승세는 지속되지 않았지만 하락 전환하는 평균적인 주가 흐름과는 차별화됐다. 주도주 15개 종목은 공시 280일 이후 평균적으로 14.3% 상승했다.
유상증자 이후 주가 방향성은 ①유상증자의 목적 ②모회사의 참여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다음은 이재원 연구원이 증자 이후에도 주가가 견조했던 주도주의 특징을 분석한 것이다.
첫째, 단순 재무구조 개선 목적에 그치지 않았다. 유동성을 확보해 CapEx 증설, R&D 비용 확보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을 공시했다. 대상은 15개 주도주 종목군 중 후성, 두산퓨얼셀,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10개다. 주도주 지위는 업황이 호황이거나, 기업의 호실적이 기반이었을 터다. 이때 유상증자를 단행한 주도주는 그 목적에서 업황이나 기업 사정이 악화된 소외주와 차별된다.
둘째, 대다수의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최대주주는 3자배정 등을 제외하면 유상증자 시 우선 참여할 수 있다. 모회사의 참여는 해당 유상증자에 대한 책임을 뜻한다. 모회사의 참여는 재무상태나 희석 우려로 악화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지만 불참은 책임 회피로 해석된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실제 주도주 종목군 주가 흐름에서 확인된다. 유상증자 목적이 적절하거나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평균 수익률보다 높았다. 목적도 적절하고 모회사도 참여한 기업(후성, 두산퓨얼셀, 포스코퓨처엠, 한화솔루션, 엘앤에프, HD현대인프라코어, 코스모신소재, 한화오션)의 경우 280일 후 평균 16.6% 상승했다. 전체 기업의 중간 및 평균값 대비 높은 수익률이다.
■ 최근 유상증자 - 소외주
소외주 종목군은 공시 3개월, 6개월 전 각각 27.5%, 32.5% 하락했다. 공시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공시 전의 가파른 하락세를 고려하면 추가 낙폭 확대는 부재했다. 소외주 15개 종목은 공시 280일 이후 평균 12.2%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유상증자의 목적, 모회사 참여 여부 이 두가지 요인에 따른 주가 방향성 결정은 소외주에서도 유효했다"면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소외주는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이 단순 재무상태 개선(채무 조정, 재무 안정화, 유동성 확보)인 기업의 비율이 주도주보다 높았다. 업황 불황,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한 재무상태 악화는 소외주로 분류될만한 가파른 주가 하락 요인이다. 해당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한 경우가 주도주보다 많았다.
둘째, 모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비율은 주도주와 유사했다. 주가가 하락하던 상황에서의 유상증자 공시는 주주 입장에서 추가 악재가 터진 경우다. 모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회피는 주주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부득이하게 유상증자를 하게 됐지만 목적은 재무상태 개선이며, 업황과 주가가 회복된다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회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소외주 종목군에서도 유상증자 목적이 적절한 회사는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 대한전선, LG디스플레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목적으로 공시했고 모회사도 증자에 참여했다. 이들은 공시 280일 후 1.8% 하락에 그쳤다. 평균 수익률 -12.2% 대비 10.3% 높은 상대 수익률을 기록, 공시 이후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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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2025년 두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첫째는 삼성SDI, 둘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삼성SDI는 3월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20일 최초로 공시했다.
규모는 삼성SDI 1.7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원(1.3조원 3자배정)이었다. 모두 시총 대비 10%에 육박하는 대규모였다. 발표 당일 주가는 삼성SDI 6.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 하락했다. 투자자의 지분 희석 우려를 반영했다.
두 기업은 2차전지와 방산 업종의 국내 대표주지만 최근 주가 흐름은 상반됐다.
삼성SDI는 2차전지 캐즘 우려에 지속 신저가를 경신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꾸준한 수출로 호실적이 지속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삼성SDI는 소외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도주다.
이 연구원은 "유상증자 공시 기업들은 공시 후 평균적으로 하락했지만 주도주와 소외주 주가 흐름은 비교적 견조했다"면서 "유상증자를 공시했던 주도주와 소외주의 사례를 통해 두 기업의 주가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마련된 자금 전액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사용하겠다 발표했다. 우선순위는 미GM과의 합작법인 설립, 헝가리 공장 증설, 국내 전고체 배터리라인 투자다. 2차전지 업황 악화에도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최근 5년간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재무상태 개선만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의 공시 후 주가는 하락했다. 삼성SDI는 이들과 차별점을 보인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참여도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4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SDI 유상증자에 총 3,34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안건을 가결했다. 삼성전자 지분율 19.58%를 고려하면 유상증자에 지분율만큼 100% 참여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목적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발표했다.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생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①주주배정 유상증자액 축소 ②축소분(1.3조)을 할인율 없이 계열사에 3자배정 ③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근 신고가 경신 동력은 지정학적 갈등 고조와 K방산의 인기에 따른 해외 수출 확대에 있다.
이 연구원은 "모회사 한화는 3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100% 참여하기로 결의했는데, 3자배정을 계열사에 할인율 없이 하는 것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면서 "유상증자 목적, 모회사 참여 여부, 3자배정 여부 모두 향후 주가 상방압력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목적과 모회사 참여 여부를 봤을때 삼성SDI, 한화에어로 두 기업의 유상증자가 향후 하방압력 요인으로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장하는 기업은 늘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유상증자는 그 자금을 모으는 하나의 수단이며 자금을 잘 활용하는 것도 향후 주가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우려 요인에 따라 유상증자를 무작정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단 세부 내용과 회사의 의지를 살펴본 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