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5-10 (토)

(장태민 칼럼) 성장없는 미래한국

  • 입력 2025-05-09 13: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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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래 한국의 성장이 멈출 것이란 얘기는 사실 새롭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젊은층 소멸이라는 세계 최악의 인구 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비정상적이다.

사실 제법 오래 전부터 시간이 꽤 흐르면 한국 잠재성장률도 '제로'에 수렴하게 될 것이란 식의 전망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미 한참 전부터 높은 집값, 높은 교육비 등을 감안해 아이를 낳아 키우기를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한국경제의 희망도 꺼져갔다.

전날 KDI는 새롭지는 않지만, 한국의 우울한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만 평소 경제 현상이나 경제 지표에 별 관심이 없던 지인 중 한 사람이 '한국이 정말 그런 거야'하고 놀라기도 했다. 필자는 지인의 새삼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오히려 더 놀라고 말았다.

■ '받아들여야 하는' 미래

KDI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엔 0% 내외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KDI는 올해 잠재성장률은 1%대 후반, 2030년엔 1%대 초반으로 예상했다.

불과 5년 후엔 이제 1.5% 성장도 감사해야 하는 나라가 되고 이후 좀더 시간이 흐름면 아예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가 된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은 경기 순환적 요인이 배제된 중장기적 성장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들쭉날쭉하는 성장률 추이의 중간에 대고 직선을 그으면 잠재성장률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출산 흐름, 그리고 정책가들과 경제정책 등에 대해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더 비관적인 시나리오 쪽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KDI는 "기준 시나리오 상으로는 2040년대 후반에 역성장이 예상되지만 구조개혁이 지체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선 역성장 시점이 204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이미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의 위험성'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도 관심을 보였지만, 세계 석학들 중 혁신적인 인구실험을 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필자의 기억에 '애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법 나오기 시작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 정도였던 것 같다. 1990년대 말 IMF 사태로 출산률이 한 단계 더 꺾인 뒤 미래엔 저출산이 한국의 성장률을 더욱 갉아먹을 것이란 사실은 자명했다.

필자는 20년전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개혁'이라고 외칠 때, '출산'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국가나 개인이나 출산문제는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몇 년만 흐르면 더욱 비관적인 상황을 맞아야 한다. KDI는 좀더 교과서적인 말로 표현했다.

KDI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은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하며,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함에 따라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30년 전후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한 가운데 노동투입도 감소함에 따라 자본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자본투입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

핵심 노동 인력이 줄면 기술로 커버해야 하지만, 한국이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 성장률, 총요소생산성·노동투입 '쌍끌이 악화' 본격화 국면

2023~2024년 성장률은 1.7%였다.

여전히 과거에 닻을 내리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 성장률이 2%도 안 되느냐면서 놀란다.

낮아진 성장률이 걱정스러운 것은 경기 순환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구조 안착' 때문이다.

KDI는 경제학의 간단한 모델, 콥-더글러스 펑션을 통해 설명했다. 이 함수는 생산요소(노동, 자본)와 총요소생산성을 활용해 성장률을 측정한다.

<경제성장률 ≈ α ☓ (노동투입 증가율) + (1-α) ☓ (자본투입 증가율) +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α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나타내는 모수로서 KDI는 최근 10년(2014~23년) 평균값인 0.65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제 총요소생산성 둔화와 함께 노동투입 증가세 둔화가 쌍으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세 둔화에 주로 기인하여 경제성장률이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생산성 증가세와 노동투입 증가세가 함께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분석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2001~2010년에 비해 2010~2019년 경제성장률은 1.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6.9%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설명할 수 있었다.

또 2010~2019년에 비해 최근 10년간(2015~2024년)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의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투입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0.6%p 하락했다.

■ 저출산 극복 실패...한국 결국 대가 치른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빠르게 감소하고 고령인구(65세 이상)는 급증하면서 저출산⋅고령화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3,763만명)을 정점으로 2021~2030년에 320만명, 2031~2040년에 510만명, 2041~2050년에 460만명 정도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70%대 초반을 유지하던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25년(69.5%)에 70%를 하회한 후 2050년에는 51.9%까지 하락하는 반면, 고령인구는 2025년(20.3%)에 20%를 넘어선 후 2050년에 40.1%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 국가가 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노인 인구를 부양할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성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끊어지고 만다.

고령화와 젊은층 소멸은 노동 투입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총요소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생산성 뿐만 아니라 근로자 업무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수치다. 결국 기술과 효율성에 관한 문제다.

KDI의 김지연 연구원은 "30~5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0% 내외인 반면 60대 이상은 50%를 하회하고 있어 향후 고령화가 노동투입(취업자수) 둔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령화는 총요소생산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근로자 1인당 임금을 보더라도 60대 이상은 30~50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새로운 기술 개발과 습득이 비교적 용이한 청년층 비중의 감소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 한국경제가 버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한국 경제는 향후 인구 문제 때문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선 기술력과 효율성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KDI는 최근 실적치와 향후 경제 전반의 효율성 개선 정도를 감안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해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인 0.6%에 수렴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낙관 시나리오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및 확산·경제 구조개혁 진척 등에 따라 0.9%로 반등하는 것을 제시했다.

비관 시나리오는 국제통상 갈등으로 국제 분업과 기술 확산이 제한되는 가운데 경제 구조개혁도 지체되면서 0.3%에 수렴하는 케이스를 감안했다.

결과적으로 최근까지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2040년대 0% 성장률에 진입하게 된다고 했다. 비관시나리오가 힘을 발휘하면 2040년대 초에 이미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 낙관 시나리오가 힘을 발휘할 경우 2050까지 소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인구 줄면 1인당 국민소득 대폭 오른다고? 현재 구도에선 어려워

앞으로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면 1인당 국민소득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한 국가가 동일한 소득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인구가 줄면 1인당GNI는 크게 늘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KDI는 이것도 비관적으로 봤다.

KDI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과 1인당 GDP 증가율이 하락한다. 다만 총요소생산성 증가세에 따라 성장률에 작지 않은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인구의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1인당 GDP 증가율도 2040년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물가와 환율을 24년 수준으로 고정해서 접근했을 때 2050년 1인당 GDP가 낙관 시나리오에서 5만 3천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4만 8천달러,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4만 4천달러 내외로 각각 전망됐다.

2024년(36,113달러) 대비 2050년의 1인당 GDP 증가폭은 낙관 시나리오(42.6%)에서 비관 시나리오(18.9%)에 비해 2.3배 정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한국이 가장 효율적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25년 후 인당 GDP 5만불을 간신히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6,624달러였다.

이미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9만불에 육박하고 스위스 같은 나라는 10만불이 넘지만, 한국은 마치 미래소득의 상한선이 정해져 버린 나라가 된 듯하다.

한국은 성장시대엔 미국과의 소득 격차를 줄여갔지만 2010년 이후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성장률이 '선진국'인 미국보다 높은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선진국' 미국이 한국보다 더 성장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미국과 한국의 소득격차도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성리학자들 설쳐선 이 나라 미래 없다

결국 냉정하게 보면 '인구에서 계속 손해'를 봐야 하는 한국은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사'를 줄이고 '공상'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농'의 경우 공상과 결합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예컨대 농자천하지대본과 같은 케케 묵은 농지법은 뜯어고치고 농업에 공업과 상업을 결합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정책결정에 힘을 발휘하는 법률가 등은 냉정히 말해 한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된다. 이런 성리학자들은 심지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제 한국경제는 생존을 위해 기술과 효율성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이미 망쳐버린 인구구조 문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총요소생산성 개선을 위해 기술과 효율성을 숭배하는 나라로 변신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를 위해선 '나라가 내돈(국민세금)으로 선심쓰는 복지'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이 중요하다.

KDI의 관점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KDI는 우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세 가지 제안을 했다.

-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생산성이 높은 혁신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의 유인을 강화

- 개별 경제주체 관점에서도,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개개인이 역량을 개발하고 발휘할 동기를 부여

-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체계,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 노동시간 규제 등을 완화함으로써 인적자원을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

또 인구구조 약점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제안했다.

-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고령층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

- 출산⋅육아기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응하여,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출생률 하락을 완화

- 급증하고 있는 고령층은 과거에 비해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인지능력이 높다는 점에서 퇴직후 재고용 등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통해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

사실 이런 정책적 제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정책가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미지 관리에만 천착하면서 '좋은 사람 신드롬'에 빠져 포퓰리즘 강도만 점점 더 높여왔다.

권력자들이 '내 호주머니에서 내 돈을 빼서 다시 나에게 선심쓰면서 자신들은 수수료를 챙기는' 이런 식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가재정과 나라경제를 더욱 좀먹게 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더더욱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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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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