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FOMC가 금융시장 참가자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회의의 방점은 관세전쟁 여파에 맞춰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동결 뒤 "관세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당분간 기다리는 편이 낫다"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준이 하드 데이터를 더 확인할 필요성 등을 내세워 상반기 중 금리를 내리긴 어렵고 7월, 9월 등으로 인하 시점 전망을 미루는 모습들도 나타났다.
미국의 주요국들과 관세협상, 특히 조만간 중국과 협상이 예고된 가운데 연준이 데이터 확인 후 후행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점이 강하다.
■ FOMC "실업률, 물가상승 위험 모두 커졌다...당분간 기다린다"
FOMC는 현지시간 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시장참가자들도 대부분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FOMC는 성명에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실업률 및 물가상승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관세 인상이 계속되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둔화가 초래될 것"이라며 관세 영향을 더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했다.
파월은 특히 "고관세가 지속되면 내년까지 목표금리 달성이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관세는 가격을 올리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면 기업이 비용 구조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때까지 수익을 줄이고 신규투자를 자제할 수 있다.
향후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더 집중할지, 아니면 실업률 상승 위험에 더 무게를 둘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파월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는 것이 적절하다"며 "상황이 바뀌면 당연히 적절한 시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지속한 작년에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연준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FOMC를 거치면서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의 6월 금리동결 확률을 80% 가까운 수준으로 잡았다.
이벤트 이후 일단 상반기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린 것이다.
■ 미국 경기, 의외로 잘 버틴다...관세효과 결국 확인 과정 필요
FOMC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회복탄력성이 높고 호조세(resilient and good shape)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상태(broadly in balance)라고 해석했다.
최근 일각에선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기도 했지만, 연준은 1분기 성장률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사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관세전쟁을 앞둔 수입 급증에 큰 영향을 받았다. 연준은 따라서 2분기에는 수입이 급감해 순수출 기여도가 확대되고 비정상적인 플러스 성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즉 1분기 상황에 대한 재조정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경기 데이터가 크게 나쁘지 않고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이 크다면 금리를 서둘러 더 내리기 보다 관세 효과들을 확인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연준은 따라서 관세전쟁으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has increased further)되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관련 위험이 동시에 커진 만큼 연준은 하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려는 스탠스를 취했다.
연준은 특히 최근 수 년간 심리지표(sentiment data)와 소비지출 등 실물 지표간 강한 연계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연준이 소프트 데이터보다는 실업률과 같은 하드 데이터를 확인한 뒤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플레 흐름도 연준이 더 기다려야 한다는 데 힘을 실어줬다. 인플레이션은 2%를 상회하고 있지만 주거서비스와 비주거서비스 부문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은...기준금리 4.25%로 내려가는 시점은 '9월' 무게
미국 금융사들의 다수는 6월 기준금리도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의 인플레이션 자극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실물 지표가 악화될 때까지 신중한 스탠스 지속할 것이란 관점이 우세한 것이다.
연준이 조심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BoA는 "4월 고용지표가 연준의 신중한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견조한 고용여건 하에서 선제적 금리인하는 불필요한 데다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달러자산 회피 움직임과 재정적자 우려, 그리고 관세의 인플레 유발효과를 감안하면 선제적 금리 인하가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오히려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5%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도이치은행은 "1분기 -0.3%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는 견조했고 정부부문을 제외한 민간 노동시장은 견조했다"면서 12월에 가서야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7월이나 9월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일단 현지 대형 금융사들 사이에 7월은 동결 가능성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UBS는 연준이 9월까지 기다리다가 이후엔 적극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UBS는 "연준이 경제지표 악화를 기다리다 9월 이후엔 시장 기대보다 빠르게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4.25%로 내린 뒤 10월엔 4.00%까지 내리고 12월엔 3.5%까지 낮출 것으로 봤다.
JP모간은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엔 3.75%로 맞출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하반기 시작 시점을 전후로 해서 관세 관련 여파가 드러나면서 조만간 금리인하 사이클이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꽤 있다.
씨티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25bp씩 낮추기 시작해 연말엔 기준금리가 3.25%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다만 씨티, HSBC 등 몇 곳을 제외하면 6월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7월부터 기준금리를 25bp 낮추기 시작해 9월, 10월에도 25bp 내릴 것으로 봤다.
■ 한국은...일단 5월엔 내리고 관세효과, 연준 스탠스 등 더 봐야
한국은행은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4월 기준금리 동결 뒤 5월 금리인하를 시사한 데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출 수 밖에 없어 이번달에도 동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FOMC 결과와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계속해서 관세전쟁 여파 등을 살필 것이란 입장을 취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FOMC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가운데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 미·중 무역협상 착수 소식 등으로 주가와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채 금리는 약간 하락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FOMC 결과가 시장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 등에 따른 미 연준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미 관세정책 추진과 주요국과의 협상,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의 전개양상에 따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통상협상 결과와 경기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금리를 낮추고 있다. 그리고 경기에 따라서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금리 내리는 것(기조)에 대해서 의심하지 마시라"라며 "내리는 건 맞는데 얼마나 빨리 갈지는 옆의 상황을 보고서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리인하를 경기만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 딴 데로 갈지, 환율이 어떻게 영향 줄지 보면서 하는 것이어서 앞 뒤 한 두 달 정도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얼마나 금리를 빨리 내릴지는 데이터를 보고서 결정할 것이다.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게 오피셜인 얘기"라고 부연했다.
투자자들은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폭, 추경 영향, 연준의 인하 시점 등을 보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폭을 가늠하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2%까지는 고려하는데, 1%대까지는 아직 자신감을 못 갖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국고3년이 2.25%까지 내려와 결국 더 가기 위해선 기준금리 1%대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2%까지 가기 위해서도 기준금리를 3번이나 더 내려야 한다. 채권가격이 강세로 치달리기 위해선 연준 도움도 필요하고 레벨 부담도 극복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팀장은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다. 그 이후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리: 국금센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관세전쟁에 공 떠넘긴 FOMC...연준 9월 금리인하 재개 가능성과 한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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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OMC 성명서, 출처: 연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관세전쟁에 공 떠넘긴 FOMC...연준 9월 금리인하 재개 가능성과 한은의 선택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