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5-01 (목)

[채권-장전] 파월의 경고와 이창용의 선택

  • 입력 2025-04-17 07:5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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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7일 금통위 결과, 외국인 선물 매매 등을 주시하면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채 금리가 3일 연속 레벨을 내려 10년물이 4.2%대로 내려간 가운데 관세전쟁의 여파에 대해 한은이 어떤 스탠스를 보일 지 관건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난 2월 금리를 내린 만큼 4월 금통위에선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외국인은 역대 가장 두드러진 대규모 선물 매수를 통해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엔비디아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미국 나스닥은 급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먼저 이 사안을 반영한 가운데 이날 주가 흐름도 주목된다.

최근 수급 요인으로 4.5%로 급등했던 미국채10년물 금리도 3일째 레벨을 낮췄다.

■ 美10년 4.2%대로 레벨 내려...나스닥 3.1% 급락

미국채 금리는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파월 연준 의장이 관세정책의 성장 악영향 등을 거론하자 레벨을 더 낮췄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75bp 하락한 4.278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50bp 떨어진 4.730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8.00bp 급락한 3.7745%, 국채5년물은 9.15bp 급락한 3.9010%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대중 수출 통제 소식으로 기술주가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99.57포인트(1.73%) 낮아진 3만9669.39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20.93포인트(2.24%) 하락한 5275.70, 나스닥은 516.01포인트(3.07%) 내린 1만6307.16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10개가 약해졌다. 정보기술주가 3.9%, 재량소비재주는 2.7%, 통신서비스주는 2.5% 각각 내렸다. 에너지주만 0.8%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엔비디아가 7% 급락했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AMD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7.4% 및 2.5% 각각 내렸다. ASML은 실적 실망감에 7% 넘게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보도도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14달러(1.86%) 오른 배럴당 62.47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18달러(1.82%) 상승한 배럴당 65.85달러에 거래됐다.

■ 한국 주식, 엔비디아 규제 관련 매 먼저 맞긴 했는데...

전날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2%, 1.8% 하락했다.

엔비디아에 부과된 규제 여파였다.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대중국 수출시 수출 허가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약 55억달러의 분기 손실 가능성이 거론됐으며 국내 반도체주로 여파가 미쳤다.

ASML의 1분기 수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겹쳐 전날 삼성전자는 3.4%, SK하이닉스 3.7% 떨어졌다.

최근 트럼프 관세 우려가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들도 있었지만,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수출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이틀간 소폭 매수하면서 수급 분위기를 바꾸는가 했지만, 전날 다시 27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아시아 장이 엔비디아 이슈 등을 먼저 반영한 뒤 미국 기술주가 급락한 가운데 이날은 어떤 흐름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 파월, "트럼프 관세정책이 경제 전반 불확실성 키워"...성장과 물가 동시 영향 주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행사 연설에서 "연준이 물가 억제와 경제성장 지원의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잡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월은 "현재로서는 미국경제가 트럼프의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데이터가 명확하게 보여줄 때까지 관망하는 것이 연준의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파월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과된 관세를 다른 국가들이 지불한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지만, 파월 의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가 시행한 관세의 결과로 앞으로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파월은 "모든 가능성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 부담의 일부를 대중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그것이 전체 인플레이션 수준을 가속화할지, 어느 정도까지 가속화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경제가 각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으로 다른 시간대를 고려할 것"이라며 "우리는 높은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역사회, 가계, 기업에 피해를 주고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관세전쟁 와중에...미국 소매판매 예상 웃돌고 산업생산 감소

16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매판매는 7349억달러로 전월 대비 1.4% 늘었다. 이는 예상치 1.3% 증가를 상회하는 결과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4.6%로 202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자동차를 제외한 판매도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예상치인 0.3% 증가를 웃돌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부과에 앞서 구매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늘리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딜러들은 매출이 5.3%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다가오는 관세와 경제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소비 급증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컸다는 진단들도 제기됐다.

즉 소비자들이 내년 물가 상승 등을 예상해 구입을 할 수 있을 때 할인 상품을 최대한 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 매출이 급증한 것을 제외하면 스포츠용품, 취미 및 음악 매장은 2.4%, 건축 자재 및 정원 매장은 3.3% 매출이 늘었다. 음식 서비스 및 주점은 매출이 1.8% 증가한 반면, 주유소는 한 달 동안 가격이 하락하면서 2.5% 감소했다.

미국의 3월 산업생산은 예상을 밑돌았다.

16일 연준에 따르면, 3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3% 줄며 예상치(0.2% 감소)를 밑돌았다.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산업생산이 소폭 감소한 것은 2월 전월 대비로 1.5% 감소한 유틸리티 생산량이 3월 5.8% 급감한 것과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한 데 기인했다. 광업생산은 2월 전월 대비 1.7% 증가에서 3월 0.6% 증가로 둔화됐다. 제조업 생산도 2월 1.0% 증가에서 3월 0.3% 증가로 둔화됐다.

■ 이창용 "금리 인하사이클에 있다"...경제부총리 탄핵시 부정적 영향도 우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를 출석해 탄핵시의 영향, 금리결정에 대한 입장 등을 짧게 내비쳤다.

야당 의원들은 계엄 당시의 '쪽지' 문제, 그리고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등을 거론하면서 부총리 탄핵을 압박했다.

이창용 총재는 우선 '부총리 탄핵시 한국 경제 영향'을 묻자 "그런 변화가 있으면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 총재는 또 경제수장(경제부총리) 탄핵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대외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12.3 계엄사태 이후 정치적 격변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상당히 고민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총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으로 가면 해외에서 어떻게 볼지 상당히 고민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결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지금은 금리를 내리는 구간에 있음을 알렸다.

총재는 '내일 금리를 내리느냐'는 질문에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만 말하겠다"고 답했다.

총재는 "2년 사이에 인플레가 6%로 올라가던 상황에선 국민들의 피해가 있더라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었고, 지금은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했다.

■ 투자자들, 금리 동결과 도비시한 코멘트 무게

국내 투자자들은 금통위에서 비둘기파 신성환 위원 등이 인하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그간의 금리인하 효과를 보면서 환율 변동성, 부동산(가계부채) 흐름 등을 관찰할 것이란 의견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 5월 금리 인하를 열어둘 가능성이 높아 한은 총재가 전체적으로 호키시하게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시장 강세의 한계를 거론하는 쪽에선 이미 시장금리가 두 차례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레벨 부담을 생각하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다.

코스콤 CHECK 설문조사 참가한 금융시장 종사자 890명 중 674명(76%)이 동결을 예상했다. 25bp 금리인하 답변은 211명(24%)이었다.

전체적으로 금리 동결 예상이 높았지만, 금통위가 다시 외국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주장도 보였다.

4월 중순인 현재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3년 국채선물을 15만 5,261계약이나 순매수했다. 최근 역대 본 적 없는 강도로 선물을 샀다. 10년 선물은 5만 6,380계약 순매수한 상태다.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한은이 굳이 5월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들도 보인다.

한국은 수요 둔화 등으로 물가 상방 위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관세 문제로 인해 추세 이하의 저성장이 이어질 수 있어 한은이 금리를 더 내려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통방 메시지, 한은 총재의 코멘트, 소수의견 등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향후 최종금리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이다.

시장에선 한국의 성장률이 한 단계 더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최종금리를 2.25%가 아니라 2% 정도로 낮춰서 볼 수 있다는 견해들도 늘었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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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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