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2-0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트럼프 관세전쟁 본격화에 변동성 휩싸인 가격변수

  • 입력 2025-02-03 11:2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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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6분 현재 주요 아시아 주가지수,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16분 현재 주요 아시아 주가지수,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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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시장 가격변수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당장 4일부터 발효된다. 중국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매긴다.

트럼프는 관세를 두드려 맞은 나라들이 대응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국내 주가지수는 급락했으며, 채권가격은 다수 구간이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은 1,470원대로 단숨에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 '협상가' 트럼프의 관세전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불법 체류와 마약으로 인한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고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산에 대해서는 25%, 중국산에 대해서는 10%의 추과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의 수입 비중을 감안해 캐나다산 에너지에는 10%의 관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미국이 오랜 자유무역 파트너인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수십년간 지속된 세계 자유무역질서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구축한 USMCA도 재협상 도마 위로 오르게 된다.

협상을 즐기는 트럼프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의 지속성이나 변화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국의 대응 조치가 불가피해 보여 계속해서 혼란이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

이번 트럼프 2기의 관세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물가 재자극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로 경기 관련 심리가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중이다. 공급망에 혼선이 오면서 캐나다, 멕시코, 미국 모두 예외없이 경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들도 많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중국 60% 관세 등을 언급해 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중국 10% 추과 관세 등의 영향은 우려보다 덜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은 제재 강도를 지금보다 더 높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트럼프가 무턱대고 강공 일변도로 나선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은 중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등과 추가적인 접촉을 통해 관세를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중시하는 것은 첨단기술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관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패권 다툼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안 그래도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던 와중에 계엄사태에 따른 정치 혼란이 겹친 상태다.

■ 트럼프의 관세전쟁...한국 경제 압박 시작

트럼프 2기 외교통상정책의 핵심은 중국 첨단산업의 예봉을 꺾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택했다. 한국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더욱 강한 경기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 등에 따라 중국의 저가생산품이 여타 신흥국으로 향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될 경우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이 1% 내외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과잉생산을 심화시키고 중국기업의 수출이 여타 국가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자국의 경제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이번 관세 부과를 통해 확산되고 전이돼 동맹 간 응집력이 약화되는 등 다극화될 소지도 있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대응 과정에서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도 제고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가 큰 위협에 직면했지만 G2의 대한국 투자 확대 등 반사 이익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입는다면 수출 국가 한국의 어려움도 더욱 가중될 수 있다. 경기 충격 정도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강도' 등에 달려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이 중국 우회수출 차단 목적이라면 관련 위험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멕시코의 경우 우회수출 차단으로 인한 해외 자본 이탈 시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캐나다(배터리), 멕시코(자동차/부품)를 통한 대미 우회수출 규모가 상당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관련 중간재 수출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해석했다.

관세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트럼프가 예고했던 보편관세까지 현실화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향후 보편관세가 모든 국가와 품목에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소비여력 악화로 인한 수요 둔화 및 수출기업 마진 축소가 나타날 것"이라며 "게다가 비미국 성장 저하로 인한 비미국 수출 부진 또한 뒤따를 위험이 있다"고 했다.

주말에 발표된 한국의 1월 수출은 10.3% 하락했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7.7% 증가해 3개월째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설 연휴 효과 등으로 헤드라인이 나빴지만 일평균 수치가 개선돼 예상을 웃도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책이 수출경기 개선 기대감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선박 제외 일평균 수출의 선행지표인 미국 ISM제조업 지수가 1월에 기준선인 50을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강행이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리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4.5% 전후에서 고공행진 하는 등 제약 요인이 많아졌다. 개선 추세가 계속될 지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 진 것"이라며 "한국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평균 수출 증가세가 개선되어 온 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미국 제조업 회복이 제약돼 한국 수출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 주식의 트럼프 겁내기...채권도 느긋하진 않은 상황

이날 국내 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트럼프 경계감을 반영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중 3% 넘는 급락세를 보이는 등 휘청거렸다.

국내와 대만, 일본 모두 2% 넘는 주가지수 하락이 나타나는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위험자산의 경계감은 상당하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이 대중 관세 대응을 높일 때마다 주식시장은 휘청거린 바 있다. 2기 역시 1기 때의 시장 반응을 감안해 대응해야 할 것이란 조언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것은 2년차인 2018년이었다. 2018년 1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법 섹션 201에 근거한 세이프가드 발동 행정명령이 시작이었다.

중국을 겨냥해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 분쟁은 미-중 무역 1차합의가 있었던 2019년 12월까지 약2년간 분쟁이 이어졌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주식시장은 관세 부과 시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 정도 조정을 이어갔다. 조정의 폭은 S&P500 지수 기준으로 -3%에서 -10%까지 나타났다"면서 "당시 주가 조정의 시작은 ‘새로운 관세 부과'였는데, 이전 관세에서 품목이 확대되거나 기존 관세율을 추가 인상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주가 조정이 시작됐다"고 상기했다.

트럼프 1기 당시 관세는 2018년 초 태양광 패널을 시작으로 철강·알루미늄 제품으로 확대되다가 6월에는 500억 달러 규모의 부과 품목을 특정했고, 2018년 9월에 이 목록이 2천억달러 규모 품목으로 확대되고 중국은 이에 맞대응해 충격을 키웠다. 2019년엔 기존 관세 인상·3천억달러 규모 품목으로 확대 등의 얘기가 나올 때 주가가 조정받았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미국과 중국이 부딪힐 때 주가가 하락했지만 길게 보면 주가는 상승했다. 즉 미중 패권 다툼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미중의 대립이 소강 흐름을 보일 때 다시 상승했던 것이다.

황 연구원은 "중대 발표 후 최소 1~2주간 전술적으로는 피해야 할 시기"라며 "하지만 무역분쟁이 있었던 2년간 미국 지수 수익률이 20%가 넘는다는 점에서 무역분쟁이 추세요인은 아니다. 전략적으로는 기존의 AI 인프라(반도체+전력) 및 usage(소프트웨어+자율주행+로봇) 중심의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기술 패권다툼의 추이 등을 감안해 트럼프 초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서 접근하되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보인다.

삼성증권 글로벌 주식팀은 "Deepseek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서명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의 핵심 테마로 기능했던 AI 인프라 산업이 사실상 처음으로 진지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주식팀은 "트럼프 정부의 이번 관세 공격이 앞으로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주식시장의 상방 전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관련 노이즈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데 얼마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주식팀은 그러나 "주가의 하락 추세 전환을 예상하지는 않는다. 뉴스 플로우의 번잡함과 달리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기저 변화는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채권시장에선 관세에 따른 위험자산 충격이나 경기 둔화 압력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발 인플레 문제나 달러/원 환율 흐름 등에 대한 경계감도 빠지지 않는다.

트럼프 정책 경계감 속에 2월 초부터 중순까지 예정된 ISM지수나 CPI, 고용데이터 등이 인플레 우려를 더욱 자극하면 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관세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가 하락이 채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통화당국도 경기를 우선할 수 밖에 없어 한은은 이달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몇 차례 더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 문제와 환율 요인을 간과할 수도 없다. 여기에 채권시장의 수급 문제 역시 적지 않아 시장이 경기 둔화만 보고 달려가기는 데도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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