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월 대신 2월 택한 금통위...채권투자 관건 된 터미널 레잇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자율 시장에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맞섰던 가운데 한은 금통위는 일단 2025년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환율 고공행진과 트럼프 행정부 관련 불확실성, 기존 인하효과 점검 등을 고려한 조치다.
채권 투자자들은 대체로 한은이 1월과 2월 사이 중 하나를 택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이미 작년 10월,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만큼 3연속 인하는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 시점에서 한 템포 쉬는 쪽을 택했다.
다만 금통위원 중 가장 도비시한 신성환 위원은 25bp 인하를 주장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5:1이 된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이제 2월 인하가 사실상 기정사실이 됐다는 분위기"라며 "총재의 발언은 인하 사이클에서 이번엔 환율과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더 지켜보기로 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한은, 2월 금리인하 예고하며 경제전망 수치 낮출 준비...다음주 경제전망 원 포인트 레슨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지난해 및 금년 성장률은 11월 전망치(24년 2.2%, 25년 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정부의 경기대응책,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다.
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3연속 금리를 내리기 보다는 일단 한 번 끊고 가기로 했다.
대신 금통위원들은 모두 향후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인하 열어두기'를 택했다. 1월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2월 금리 인하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결국 금리인하는 1월과 2월 중 어떤 달을 선택할지의 문제였다"면서 "2월 인하는 사실상 100%인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은은 다음주 '번외' 경제전망을 개최한다. 비상계엄이라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정치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은도 경제전망과 관련해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다음주 발표하는 경제전망은 (정례적으로 하는) 2월 경제전망 만큼 종합적이진 않다"면서 "하지만 워낙 중요한 변화가 있어서 이례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계엄으로 정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정보를 주는 게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투자자들 2월 인하는 이미 '접수'...터미널 레잇 고려하면서 대응
올해 들어 연초 수급 효과가 발현될 때 국고3년 금리는 2.4%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2월 3일 기준 국고3년 최종호가수익률은 2.482%를 기록했다. 당시 국고10년은 2.643%를 나타냈다.
현재 기준금리가 3.00%인 가운데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총재는 "중립금리는 금융안정과 대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중립금리를 계산한 것이 있고, 대외환경과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가 있다"면서 "현재 3% 수준은 두번 낮췄기 때문에 대외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중립금리에 비해선 상단보다 조금 위에 있고, 대외나 금융안정 고려한 것으로 보면 중립금리는 상단에 위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2번 낮췄고 곧 낮출 상황을 고려하면 무척 빠르게 중립금리 중간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드가 천천히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정도 그 부분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2월 인하 뒤 한은이 몇 차례 더 내릴 수 있을지 주목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 총재의 중립금리 발언을 감안하면 3차례 더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D 딜러는 "포워드 가이언스가 3 개월 내 인하를 얘기했다. 일단 2월은 무조건 인하로 본다"면서 "기준금리는 2.25% 정도까지 열어 두는 게 합리적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2월 인하와 5월 혹은 7월 추가 인하를 보고 있다"고 했다.
■ 터미널 레잇 2%, 2.25%, 2.5% 어디에?
다만 터미널 레잇을 보는 시각엔 차이가 있다.
국내 정치가 얼마나 빨리 안정될 지 여부, 높은 달러/원 환율이 언제 내려올지 여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등 불확실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에 추가 강세룸에 대한 관점들도 차이가 난다.
애널리스트들도 트레이더들처럼 다음달 금리인하를 예상하면서 최종금리 수준을 가늠하는 중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터미널 레잇은 2%가 될 것"이라며 "근원 CPI 상승률로 추정한 한국과 미국의 실질 기준금리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1.2%, 미국은 1.3%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 GDP 갭이 전망되고 한국은 (-) GDP 갭이 전망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경제 상황 대비 과도하게 높다"면서 "터미널 레잇 2%를 감안해 국고3년 타겟 금리는 2.4%, 10년은 2.6%로 제시한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2.25%까지 내릴 듯하다"면서 "추가로 5월과 8월까지 추가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총재도 동의했듯이 현재 경제위험을 감안할 때 중립금리까지 빨리 낮춘 이후 추가 대응에 나서는 점도 고려했지만, 이론적 중립금리에 대한 논란과 함께 현재 금리인하 속도가 느리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신중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여전히 채권투자는 유효하나 향후 추경 같은 정책수단 대응까지 감안할 때 국고3년은 2.6% 중반에서 상단을 확인한 것과 달리 국고10년은 2.9%대까지 여유를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고3년 2.4~2.7%, 10년 2.65~3.0% 정도의 레인지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커브는 다시 스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2차례 인하를 단행했으며,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 2.00~2.25% 수준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시장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라며 "한은 총재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명확하게 숫자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의 기준금리는 금융안정, 그리고 대외 부문까지 고려하며 중립금리 상단에 위치한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대외 부문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중립금리보다 조금 높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금통위는 대외 부문에 방점을 두면서 동결했다. 기자회견에서 대외신인도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은이 50bp 밖에 인하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스피드로 중립금리로 향하고 있으며 중립금리 상단에 위치한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추가 100bp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가 2%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더욱이 1% 후반의 성장률은 다른 나라 혹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고려하면 경제 위기는 아니라고 평가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 총재가 15~20조원 정도의 추경이면 약 0.2%p의 성장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고 언급한 점도 과도하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하 사이클에 한은이 이미 기준금리를 50bp 내린 뒤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의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채권자들은 레벨 부담을 계속 감안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올해 2월 인하된 뒤 상반기 중 2.5%로 내려갈 것"이라며 "연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채권 보유자의 경우 당장 채권을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은 가운데 신규로 채권을 매입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절대적인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매수 전략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화당국이 환율을 두려워하면 할수록 환을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금리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매수 스탠스를 유지하길 권하는 주장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통위가 환율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환율로 인해 금리인하가 늦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위험이 현실화돼 오히려 환율 상승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달러/원 환율은 금리차보다 성장률 격차를 더 충실히 따른다. 결과적으로 물가, 금리 모는 모두 하방 위험에 더 노출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추경, 고환율 역시 금리 하락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문 연구원은 "추경 불확실성으로 10년물 금리가 저점에서 조정받은 폭, 한은 총재가 언급한 15~20조원의 추경(더 정확히는 적자국채 물량)을 감안하면 장기금리에 +10~+14bp의 영향이 가지만 추경 우려는 대부분 선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현재 전략적 환헤지 한도인 익스포저의 10%는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고 전술적 환헤지 한도 5% 중 3~4%p(전술적 한도의 60~80%) 정도를 이미 소진한 듯하다. 명시적인 추가 개입 여력은 주로 전략적 환헤지 한도(10%)로서 500억달러 이상이지만 환율 안정 여부는 보유 탄약보다는 정치 일정에 의해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이어 "정국 불안이 더 연장된다면 환율 안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지므로 채권에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볼 수 있으나 틀렸다. 당연히 훌륭한 매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니 이를 활용해 더 공격적으로 채권을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