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1-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추경 시기 불확실성...계속되는 야당과 정부의 추경시기 '파워게임'

  • 입력 2025-01-02 15: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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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2일 오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큰 점을 감안해 1분기(1~3월) 중 경제여건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재장관은 그러면서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추경 시기 불확실성

정부는 이미 밝힌 것처럼 당장 추경을 실시하기 보다는 국회를 통과한 본예산의 신속한 집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일부 언론이 '필요시 경기보강 방안을 추가로 강구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곧 추경이 나올 것이란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오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국회에서 확정된 25년 예산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추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리오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짧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연초부터 추경을 논의하는 것은 비상적이다. 정부 역시 이미 여러차례 '편성된 예산 집행'이 우선임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연말 민주당이 예산안 감액 통과와 함께 '연초 추경'을 거론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나라살림 운영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 바 있다.

아울러 연말에 무안공항에서 국내 최대규모의 항공기 사고도 발생했다. 민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한 추경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 민주당은 "향후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참사임이 확인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력 충원 예산 등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참사가 사회재난이므로 재난대책비(행안부 재난대책비 3,600억 편성)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비비는 일반예비비 0.8조 원, 목적 예비비 1.6조 원 등 총 2.4조 원이 있어 참사 대응에 재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만약 예비비 외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면 예산총칙 제7조에 따라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 1.5조 원을 재해재난 대응에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참사와 별도로 야당은 이미 상당 규모의 조기 추경 필요성을 주장하는 중이다.

■ 역사의 분수령 '12.3 계엄사태'...야당의 예산감액 정당화와 대통령의 계엄 강행

야당은 '감액예산'을 통과시킨 뒤인 지난달 3일 "총 감액 규모 4조 1천억 원은 정부 예산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다. 그나마 절반 이상이 사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2조 4천억 원"이라며 "예비비나 대통령실과 검찰, 감사원 특활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도 없고 나머지 감액된 예산들도 민생, 기업, 경제 리스크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야당은 예산을 깎으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예산 증액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야당은 특활비 등을 줄여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야당은 그러면서 "민생이 포함된 사업예산 24조원을 뭉텅 삭감하고 예비비를 무려 4조8천억원이나 편성한 것은 민생경제 예산이 아닌 엉터리 예산안이었다"고 폄하했다.

야당은 지역화폐, 고교무상교육 관련 돈이 '진짜 민생예산'이라고 주장하면서 해가 바뀌면 조속히 추경을 편성하자고 했다.

이처럼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던 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발표했다. 계엄의 사유 중 하나도 소위 '예산 폭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이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뒤 한은은 예산 규모 자체는 좀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과하지 않은 조기 추경'이 가장 낫다는 훈수를 둔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8일 "우리가 내년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는데 다른 조건이 다 안 변하더라도 새로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이 긴축적인 영향이 좀 있다. 긴축적인 영향을 우리는 -0.06%p로 지금 생각하고 있다"면서 '슈퍼 추경이 아닌 적정한 액수의 조기 추경'을 거론했다.

총재는 추경을 통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위로 올라가고 아웃풋 갭을 줄이는 정도,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부양하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추경을 빨리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3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 한은 금중대 10조원 추가 확대(총 40조원으로 확대), 빅컷(50bp) 금리인하 등을 주장하면서 존재감 과시에 나서기도 했다.

■ 야당, 최상목까지 낙마시키기엔 부담...조기추경 필요성은 계속 거론

야당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켰다.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때는 '태양(대통령)이 둘 일 수 없다'는 형식논리를 앞세워 국회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안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관철시켰다.

야당은 최상목 권한대행 역시 마음만 먹으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30차례에 육박하는 탄핵 정치에 따른 부담, 후임자 문제 등으로 야당은 일단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최상목 탄핵'도 주장했지만, 중진 의원들이 일단 자제시킨 것이다.

야당은 이날 다시금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에선 정치인들의 권력구도와 관련해 추경 시기를 예상하는 모습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상목 다음은 이주호다. 이주호(교육장관)는 전형적인 내시 스타일의 정치인으로 야당이 마음대로 부리기 편한 인물"이라며 "다만 야당은 최상목까지 탄핵시키는 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야당이 일단 최 대행까지 탄핵시키지는 않기로 했지만, 조기 추경에 대한 주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담당 기재차관을 역임한 안도걸 의원은 '논리적으로 볼 때 조기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안 의원은 31일 "지난해 세수결손 규모가 정부 전망치인 29.6조원보다 5천억~1조원 정도 더 커져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 등 최악의 내수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추경을 조속히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간소비 진작 사업비, 반도체와 AI 산업 인프라 지원 사업비 등을 추경으로 조기 편성해 내수부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언제부터 추경 논의가 본격화될 지 그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상당규모의 추경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경기에 대응해 재정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본예산이 통과되자마자 추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2000년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평균 추경 규모는 GDP대비 0.65%인 가운데, 이를 2024년 예상되는 명목 GDP에 반영하면 16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본예산이 삭감된 점, 장기간 지속된 고물가·고금리 그리고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 부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추경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면서 "2025년 국채 발행 규모가 197.6조원으로 역대 최대인 가운데 추경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될 외평채까지 고려하면 최대 200조원 중반 내외의 국채가 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 KB증권

자료: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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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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