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01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6시간 짜리 비상계엄과 금융시장

  • 입력 2024-12-04 10: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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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4일 달러/원 1분봉 차트,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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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수십 년만에 처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단시간에 해제한 뒤 금융시장은 외국인 매매와 금융당국의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시장 가격변수는 예상대로 트리플 약세로 출발한 뒤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다.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약 45년 만이다. 이 사태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로 이어진 바 있다.

과거 여수·순천 10·19사건(1948년) 및 6·25 한국전쟁 당시(1950~1951년)와 같은 전시 상황이나 대통령 암살(1979년) 등을 제외하면 현대사회에선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군사정권 시대인 1970~1980년대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 '정무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통상적인 계엄의 역사를 볼 때 이번 계엄 선포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기 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모두를 놀래킨 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10시30분 경 야당의 상습적 탄핵소추, 예산안 딴지 등을 거론하면서 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은 전날 밤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다.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이라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면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천억원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다고 개탄했다.

대통령은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오로지 탄핵과 특검, 이재명 대표 방탄에만 올인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특히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다"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그는 "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6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 한동훈까지 가세한 계엄해제...실패한 친위 쿠데타 형태

이날 새벽 4시 30분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 6시간에 계엄이 해제된 것이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엔 대통령이 이에 따라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따르는 여당 의원 18명을 포함해 과반을 훌쩍 넘는 190명이 계엄 해제에 찬성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거의 45년만에 계엄이 선포됐으나 실패한 친위 쿠데타와 같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제 이번 계엄선포의 정합성 등을 따질 수밖에 없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계엄 선포시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 대통령을 이를 해제해야 한다.

계엄 선포 만큼 놀라운 일은 '전혀 준비없는' 계엄 선포였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을 제지하지 못하는 등 사전 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한 채 이런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실패한 계엄은 야당에게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줄 수밖에 없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4시40분 "계엄을 해제한다 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 재판을 받으면서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겐 뜻하지 않은 '호재'가 될 수도 있다.

■ 금융시장, 당국 추가 발표 등 대기

전날 밤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내 금융 당국자들도 긴급하게 모여 회의를 한 뒤 입장을 발표했다.

3일 밤 11시 40분 최상목 부총리는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제부총리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오늘 이후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매일 개최해 위기 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추가 시장안정 조치는 각 기관이 점검 후 4일 오전부터 신속히 발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 주재로 심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4일 오전 전 간부 참석 회의와 임시 금통위를 거쳐 관련 내용을 발표 발표하겠다고 했다.

한은은 "이번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상황 점검 및 대응회의를 개최해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계엄 선포 6시간에 만에 계엄이 해제됐으며, 금융당국은 상황을 보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내용들을 계속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가격 변수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당국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정부는 다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필요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말했는데, 향후 조치는 금융시장 전개 방향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의 발표를 기다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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