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01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반도체 통제와 중국 레거시메모리 휘젓기..치열한 경쟁 속의 한국 반도체

  • 입력 2024-12-03 13:16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미국 관보의 일부

자료: 미국 관보의 일부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현지시간 2일 HBM과 첨단 반도체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통제와 반도체장비 통제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경제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규제를 조금 더 손 본 것이다.

국내시간으로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이번 제재에서 추가된 규제는 △ HBM 수출 제한 △ 통제 대상 공정 장비 24종으로 확대(기존에는 노광, 식각, 증착 등 중심 → 신규로 이온주입, 어닐링, 계측, 세정 등까지 확대) △ 중국 로컬 회사 140여곳 엔트리 리스트(Entity List 신규) 추가로 나눌 수 있다.

통제 대상을 판정하는 기준은 '미국 기술과 장비 사용 여부'다.

■ 미국, HBM 수출 통제 대상으로

미국은 HBM 통제를 위해 특정 사양(메모리 대역폭 밀도 2 GB/s/mm2 초과)의 동적 램(DRAM) 반도체를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이 통제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해당하는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중국 포함 24개 국가)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 된 후의 HBM은 통제되지 않으며, HBM2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허가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미국은 또 기존의 첨단 반도체장비(첨단 로직·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노광, 식각, 증착, 세정장비 등) 통제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통제하고 있는 29종의 첨단 반도체장비에 더해 열처리‧계측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장비 24종과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 등을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미국은 또 엔트리 리스트(우려거래자 목록)를 확대했다.

미국은 국가안보 사유로 중국 소재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Fab) 및 반도체장비 제조기업 등 140개 기업·기관을 우려거래자 목록에 추가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 면제국도 지정했다.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반도체장비와 관련이 낮은 33개국이 FDPR 면제국으로 지정됐다. 면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 한국은 아직 미국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지 않아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가 제품 설계·제조를 위해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FDPR이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생산된 제품, 또 이를 직접 사용한 공장이나 주요 장비로부터 생산된 제품(제품별로 적용되는 ‘미국산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의 구체적인 범위는 상이)도 통제대상이다.

미국은 사실상 반도체 기술의 원조인 국가다.

트럼프 2기 미중 기술패권 전쟁이 한층 뜨거워질 수 있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관련 제제를 좀더 손 본 것이다.

■ 산업부, "미국과 적극 협력해와...국내 기업 피해 적을 것"

이번 미국의 HBM 및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조치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장비라도 특정 요건에 해당한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돼 통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미국의 안보우려국 또는 우려거래자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 허가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 및 FDPR 적용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장비로 설정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통제되는 품목 수출건에 대한 허가 신청시 기본적으로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나, 기존에 VEU(Validated End-User)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 등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안심시키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이나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간 긴밀히 협의해왔다"면서 "정부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가며 의견을 수렴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당장 내일(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 간담회 개최를 통해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향후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제도 설명회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업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당장 국내 기업이 입을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향후 대중 제재 강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영향도 지속될 수 있다.

■ HBM 규제 대상 올랐지만 당장 국내 영향은 제한...중국 경쟁력 강화와 맞물린 트럼프 시대의 긴장감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것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형 HBM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미국의 조치와 관련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장비 수출과 관련해선 일본, 네덜란드 등이 사실상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다. 예컨대 미국 밖의 유명 반도체 회사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이나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의 중국 규제에 일본이나 네덜란드처럼 적극 참여하지 않아 여기에 해당이 안 된다.

미국은 자신의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동맹·파트너들과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강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기존에 비해 제재 강도가 크게 강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HBM이 신규로 제재 품목에 포함됐다는 것 외엔 공정 장비의 경우 기존 내용과 달라진 부분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VEU(Validated End User, 미국 상무부가 사전 승인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 및 반입을 허용하는 제도)의 경우 CSMC, HHGrace, AMEC 3곳만 제외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중국 Fab 장비 반입 승인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고 연구원은 "CXMT가 엔트리 리스크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 반도체에게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기존 조치인 EUV/DUV 장비 제재는 동일하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국내 HBM의 중국지역 공급은 직접 공급과 NVIDA를 통한 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미 NVIDIA의 중국 매출 비중은 작년 4분기부터 10% 내외(기존 20% 내외)로 줄었고 NVIDIA의 중국용 제품인 H20은 HBM3가 탑재된다"면서 "HBM3E로의 비중 확대 전환중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중국향 HBM 매출 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은 SK하이닉스와 FDPR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메모리 시장, CXMT의 공세...국내 업체들, 실적방어와 미래 대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

트럼프 정부 출범이 다가오는 가운데 반도체와 관련된 규제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최근까지 미국의 중국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 등에 국내 반도체주들도 상당한 경계감을 보여왔다.

반도체 투자자들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와 미중 경제전쟁, 중국의 저가시장 잠식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사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투자자들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4분기~내년 1분기 B2C 수요 부진 영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공급자들의 레거시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방어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메모리 업종 내 고부가 제품 비중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기준 DRAM 매출액 내 PC, 모바일 합산 노출도는 28%, HBM 및 서버향 노출도는 67%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AI 및 서버 수요 호조 속에 B2C 부진, CXMT의 생산 확대에 대응하는 DRAM 3사의 대응 전략이 레거시 출하 지양 및 고부가 제품 출하 확대를 통한 ASP 방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4분기 B2C 노출도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기 부진과 올해 2분기말부터 시작된 B2C 재고조정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가 최비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이 시기 2026년 HBM 계약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CXMT의 구조적인 생산 능력 확대를 감안하면 세트 수요 회복 없이 메모리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DRAM 3사의 증설 지양, 레거시 생산 능력 비중 축소, HBM 강세 속 선단 공정 잠식 지속, CXMT의 레거시 중심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AI 사이클에서의 업계의 체질 개선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는 최근 범용 D램 제품을 헐값에 팔면서 시장 가격을 교란한 바 있다. 중국 업체의 할인 공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들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CXMT는 구형 D램인 DDR4 제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DR4 8Gb의 최근 현물가격은 1.13달러지만 중국 메모리제조사들은 0.75달러까지 싸게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이 나아갈 길은 고부가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희 연구원은 "단기 수요 모멘텀은 부재하지만 25년 2분기 업황 변곡점과 올해 4분기~내년 1분기 고부가 제품 경쟁력에 따른 우려보다 나은 실적 확인은 경기 방어력에 대한 눈높이를 제고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

향후에도 첨단 메모리에 대한 수요 우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5년 HBM 시장은 타이트한 수급을 이어갈 것"이라며 "TSMC CoWoS capacity의 병목현상이 해소되며 HBM 수요가 연간 151%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5년 상반기를 지나가며 공급 업체간 수주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B300과 내년 하반기 Rubin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이에 대한 지속 점검이 필요하고, 삼성전자의 진입이 가시화될 경우 경쟁사와의 주가 차별화 흐름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