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0-05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통령실·여당과 차이나는 기재부·금융위가 보는 한은 금리 인하

  • 입력 2024-09-25 14: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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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4 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

사진: F4 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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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바람은 '대통령실'과 온도차가 난다.

최근 대통령실이 금리 동결을 '안타까워한' 부분과 차이가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를 원했다.

여당에선 기재차관을 지낸 송언석 기재위원장 등이 '금리 인하할 때'라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은과 지속적으로 회의(F4 회의)를 하는 기재부, 금융위 경제 관료들의 말은 조심스러운 편이다.

■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금리 인하 저울질 할 때지만 '부동산' 감안해야

전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시장 애널리스트 등을 모은 자리에서 "언젠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도래했을 때 금리 인하로 증가하는 유동성이 부동산 부문으로 과잉 공급돼 부채 증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언젠가'라고 말했지만 많은 금융시장 사람들은 연준이 9월에 빅컷을 단행한 만큼 10월 한은의 금리인하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금융관료들도 한은처럼 부동산을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은 사실상 가계부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금리인하가 생산적인 부문에서 투자를 확대시켜야 하는 역할을 해야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해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는 중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리 인하 그 자체보다) 금리 인하기에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금융불균형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PF 제도개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개선 등을 추진해 부동산 부문으로 과도한 자금이 투입되거나, 부동산 관련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누적되는 것을 억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과거의 제로금리 실험을 하던 때와 다르다고 본다고 했다.

즉 중립금리 수준이 꽤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경제 전반의 레버리지가 확대되는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금리 인하기에 경제 전반의 매크로 레버리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거시적 관점에서 안정적 금융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4대 리스크(①가계부채 ②부동산 PF ③자영업자 대출 ④제2금융권 건전성)에 대한 관리 강화, DSR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2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 시행, 모든 은행에 대한 관리목적 DSR 산정 ) 등이 모두 거시건전성 관리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 최상목 부총리 "한은, 내수 좀더 신경 써줬으면...'존경하는 선배' 판단에 맡긴다"

최상목 부총리는 대한민국호의 경제 수장으로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주면 좋지만, 한은 정책결정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언론 이익단체 중 하나인 관훈클럽 대담에 참석해 "내수 부진과 금융안정 문제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라고 했다.

부진한 내수를 위해선 적극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지만, 부동산 자극 가능성 등 중앙은행이 우려하는 부분에도 동의를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을 하는 입장에선 한은이 금리를 내려주면 좀 나을 것이란 속내도 비쳤다.

최 부총리는 한은이 내수 부양과 금융안정 목표(가계부채와 부동산값 안정 등) 중 어느 쪽에 더 신경을 써주길 원하느냐는 질문엔 "글쎄...(나는) 경제부총리니까 내수 회복이 조금 더 우선이지 않을까..."라고 자신없이 답했다.

부총리는 현재 통화완화를 앞둔 한은의 어려운 처지를 '코로나 후유증'에 따른 양면적 효과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선택을 보자고 했다.

그는 "총재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 금리 결정에 외부요인의 제약이 많이 없어진 것으로 본다"면서 "(금통위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은 총재도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했다.

부총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는 존경하는 선배"라며 "오랜기간 경제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해 와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시기를 맞아 물가안정과 함께 '양대목표'인 금융안정 문제로 고민이 큰 상황이다.

부총리는 그러면서 금융안정 문제로 고민하는 '잘 아는 선배'를 압박하지는 않았다.

그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집값을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 주거안정이 목표"라며 "공급과 적절한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통위 내 가장 강력한 비둘기에서 최근 매로 변신한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들은 '모두' 최근 금리 동결의 사유로 '금융안정' 문제를 내세웠다.

집값이 고개를 들고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자 급하게 금리를 내리지 말고 '더 보자'는 쪽을 택한 것이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 지 본 뒤 인하 타이밍을 잡겠다는 것이다.

금통위 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 중 한 사람이 신성환 위원이다.

신 위원은 2022년 8월부터 금리결정회의에 참석한 인물로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한국은행 '입사 초기'인 22년 10월 금리 인상에 반대했고, 23년 1월에도 추가 인상에 반대하는 등 '도비시한 소수의견자'로 행보를 지속했다.

그러나 최근엔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가마저 듣고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신 위원은 심지어 집값을 잡기 위한 모든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통화정책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까지 취했다. 이러다보니 금통위 내 가장 도비시했던 위원이 제대로 금융안정에 '꼿혔다'는 평가마저 받았다.

신 위원은 이달 3일 "주택가격이 이미 버블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집값이 소득 대비 올라가면 금융시장 안정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조치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은 스탠바이해야 한다"고 했다.

신 위원은 지난 8월 하순엔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언론에 나가는 재미를 알기 시작한 신 위원은 이날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조만간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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