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현지시간 18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내리기 전날부터 시장금리는 오르고 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6일 3.6190%를 기록하면서 3.6%대 초반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4일 연속 올랐다.
연준이 빅스텝(50bp)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지만 4거래일 동안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bp 넘게 올랐다.
금리를 50bp나 내리면서 사이클을 시작했지만 '매파적 빅스텝'이었던 영향이 작용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론 경기 침체에 대비해 연준이 강력한 예방주사를 놓으면서 인하 사이클을 시작해 시장이 더 강해지지 못하는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국내시장은 추석 연휴 직후 FOMC 결과를 확인하면서 장기 구간 위주로 금리를 올렸다.
■ '예상됐던 호재는 매도 기회' + '금리 인하에 따른 커브 세우기'
채권이든, 주식이든 '예상이 됐던 호재'엔 파는 게 낫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호재가 기반영됐다면 유리한 뉴스를 확인한 직후 뒤늦게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에 증권을 넘기는 게 나은 것이다.
증권시장은 기대감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호재가 악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연준 빅스텝 전후부터 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 모두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크게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이미 3차례 인하가 반영돼 있었던 데다 금리 인하로 커브는 계속해서 스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통제하는 영역인 단기구간 금리는 정책금리에 지배되지만, 장기금리는 상승하며 수익률 곡선을 더 세우는 중이다.
장기간 역전돼 있던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정상화됐다.
9월 20일 기준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6055%, 10년물 수익률은 3.7405%로 금리차는 13.5bp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장단기 금리차가 100bp 넘게 역전된 모습을 보이는 등 지금과는 커브 모양새가 완전히 달랐다.
미국 연준은 작년 7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금리 인상 막바지 시즌에 역전폭이 100bp 이상으로 벌어진 뒤 이제 막 인하 사이클이 시작돼 커브가 얼마나 설지 봐야 한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시기엔 금리차가 150bp 넘게 벌어진 바 있다.
국내 역시 일단 얼마나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을지, 혹은 커브는 얼마나 더 세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인하 시작 직후 시장금리 상승 특이한 일 아냐...이번 사이클 관심사는 인하의 경기자극 효과
역사적으로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전 호재를 선반영한 뒤 인하 직후엔 기대감을 되돌리면서 금리 레벨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인하 전망을 과하게 반영했다면 인하가 시작된 뒤 시장금리가 되돌림되는 폭은 더 클 수도 있다.
시장금리가 얼마나 되돌림될지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인하 강도'와 관련지어 생각해야 볼 수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은 이번을 포함해 7차례 정도"라며 "인하 직후에는 과도한 기대의 되돌림이 다수 사례에서 관찰되는데, 과거 되돌림이 나타날 때 평균 15bp 내외 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레벨을 고려할 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되돌림 레벨은 3.9%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하 사이클 개시와 일정 수준의 시장금리 되돌림 이후 본 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장금리를 누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기존에 반영했던 인하 기대감 대비 인하 강도가 강하지 못하면 시장금리 하락이 막힐 수도 있는 것이다. 연준은 인하에 따른 경기 반응을 보면서 인하 강도를 조율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침체와 거리가 먼 펀더멘탈 환경에서 공격적인 인하 대응은 최종 기준금리 인하폭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100~125bp 인하를 가정하면 약 9개월 뒤 기준금리는 4% 내외 수준으로 내려온다. 9개월간 경기 반등 강도에 따라 인하 사이클 조기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초기의 공격적인 인하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지금의 장기물 금리의 레벨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 미국이 서면 우리도 선다...10-3년 금리차, 5~15bp의 박스 상단 열릴 가능성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 일드 커브가 계속 스팁되면 국내시장에 스팁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국내시장에선 내년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데 따른 수급 요인도 작용해 국고 10-3년 스프레드가 박스를 뚫고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0-3년 스프레드가 최근 최대값에 도달한 가운데 추가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일부 포지션에서 손절이 발생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10-3년 스프레드가 5~15bp 내외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5bp에서는 스티프닝, 15bp에서는 플래트닝 포지션을 구축하는 모습들이 나타났지만 스프레드 레인지 상단이 열릴 경우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된다면 스팁 압력은 둔화될 수 있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수급적으로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8월말 정부는 2025년 예산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25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201.3조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160~170조원 내외의 발행 규모를 생각했던 시장의 예상보다 발행 규모가 컸지만 시장은 올해로 전망되는 금리인하 기대로 금리 상승폭을 적게 가져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3분기가 마무리되고 연말로 다가올수록 시장은 내년 금리 경로를 더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고채 발행에 대한 부담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올해처럼 상반기 60%의 발행을 목표로 한다면 2025년 상반기는 월평균 20조원의 국고채 발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16조원대의 국고채가 발행된 가운데 내년엔 이보다 더 커진다는 것이다.
통상 국고채 발행규모는 연 후반부로 갈수록 축소되지만 북클로우징 등으로 수요 역시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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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대기 중...일드 커브 추가 스팁 열어두고 속도 감안해서 접근
국내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점이나 강도에 대한 견해차가 있지만, 조만간 인하 사이클이 개시될 것이란 전망엔 큰 이견이 없다.
미국이 9월에 빅스텝으로 인하 사이클을 돌린 만큼 한국도 당장 다음 회의(10월)부터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아울러 '부동산 안정' 핑계를 찾기 위해 한은이 인하를 늦추더라도 11월엔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들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도 커브를 얼마나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 20bp까지는 열어두고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장단기 스프레드는 더 벌어질 수는 있으나 미국 고용지표 실적이 관건으로 보인다. 고용 둔화는 진행 중이고 월러가 멍석은 깔아놓은 상황"이라며 "국내도 인하와 함께 커브가 더 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주 추가적인 빅스텝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커브가 서는 속도를 감안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3-10년 스프레드는 과거 인하기 때의 평균인 50~60bp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가 대체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에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수준에서 추가 확대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4분기가 대체로 장기물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이고 내년 공급 부담도 연말로 갈수록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점진적인 스티프닝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신한투자증권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FOMC 빅스텝에 시장금리 오르는 이유와 커브 스티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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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3년 이후 국고10년, 국고3년 금리와 스프레드,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FOMC 빅스텝에 시장금리 오르는 이유와 커브 스티프닝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