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빅컷이 부여한 각국의 '통화정책 자율성' 증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FOMC가 금리인하 사이클을 50bp 인하로 시작하면서 각국의 통화정책 자율성이 높아졌다.
코로나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연준이 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상당수 경제 여건이 안 좋은 나라들도 따라서 금리를 올렸지만, 연준의 인하가 시작되면서 이런 족쇄에서 풀려난 것이다.
추석 연휴 다음날 FOMC 결과를 받아든 국내 통화당국도 '자율성 확대'를 거론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전날 "미국 통화정책의 피봇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 9월 FOMC 50bp 인하의 조삼모사 성격
연준의 금리인하 폭을 두고 25bp와 50bp 전망이 맞섰던 가운데 연준은 '빅컷'을 선택했다.
하지만 연준이 '도비시한 스몰컷' 대신 '호키시한 빅컷'을 택해 채권시장은 달려나갈 수가 없었다.
아울러 회의를 앞둔 국내 연휴기간 50bp 인하 기대감이 이미 미국 시장에 증폭된 상황이어서 FOMC 전날과 당일 미국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래의 인하 여력을 당겨 쓴 것'이라며 빅컷을 오히려 악재로 보기도 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는 2024년 가장 중요한 정책 이벤트였고 연준은 50bp를 인하했다"면서 "하지만 향후의 빅컷 기대를 통제해버렸다"고 평가했다.
금리인하 사이클을 큰폭의 인하로 시작했지만, 연준이 향후 점진적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에 시장도 마냥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울 수 없었다.
연준 점도표는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25bp씩 내릴 수 있다는 점과 내년 100bp를 더 내리겠다는 전망을 선보였다.
박 연구원은 "이번 빅컷은 오히려 달러인덱스의 바닥을 다지는 이벤트로 볼 수 있으며 선반영된 연준의 인하 횟수를 되돌리며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빅컷은 조삼모사식 인하"라고 해석했다.
미국 금리 시장이 연내 인하를 2.8번, 내년 인하를 5.1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빅컷이 오히려 시장 기대감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연준이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시동을 건 만큼 각국 통화당국은 좀더 자율성을 받게 됐다.
■ 연준 인하 사이클 돌입이 부여한 통화정책 자율성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본격 가동되면서 각국 통화당국은 각개전투에 나서게 된다.
각국은 국내 상황과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펼치게 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미국의 인하가 명확하면 국내 요인에 더 웨이트를 둔 통화정책 여건이 마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8월 회의 이전에도 연준이 실제 인하를 하더 않더라도 인하 사이클로의 전환을 알리게 되면 각국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높아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취임 초기 국내 통화정책이 정치로부터는 자유롭지만 연준으로부터는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연준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으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운신의 폭'은 넓어졌고 유로존, 영국 등은 미국보다 먼저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여전히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서 뒤로 미루는 국가들도 있다.
한국 채권시장이 관심을 갖고 보는 나라 중 하나인 호주는 작년 11월까지 금리를 인상한 후 계속해서 동결(4.35%)하는 중이다.
여전히 물가 상승 우려가 남아 있는 나라, 통화가치가 절하된 국가 등은 연준보다 먼저 움직이길 꺼렸으며, 지금도 타이밍을 뒤로 미루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중기목표인 2%를 향해 전진한 상태이며, 한 때 1,400원 우려를 키웠던 달러/원 환율도 지금은 1,33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에서 한은은 자유롭지 못하다. 부동산 시장도 한국이 조만간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한은은 조심스럽다.
■ 더 큰 자율성 부여받은 한은...'인하에 힘 더 실린다' vs '금융안정에 더 집중할 것'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국내 통화정책의 '자율성 증가'를 두고 시장에선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자율성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연준 빅컷으로 10월 금리인하 기대도 더욱 커졌으며, 한은도 경제체력에 걸맞지 않은 고금리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한은이 내부 요인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오히려 부동산 때문에 금리 인하를 더 미적거릴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B 증권사 딜러는 "통화정책 자율성 증가로 한은이 부동산 문제에 더 신경을 쓰면서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다게 됐다"고 말했다.
C 증권사 딜러는 '각국 통화정책 자율성 증가'를 두고 "연준 인하에 따른 인하 여력의 자유보다 매파적인 한은이 금융안정에 계속 신경을 쓸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연준의 인하 사이클 돌입으로 각국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커졌지만, 이미 시장금리에 금리인하 기대치가 상당폭 반영된 점을 감안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보인다.
D 증권사 딜러는 "기준금리 인하만 안 했지 실질적으로 금리를 3번 인하한 상황이지 않느냐"면서 "어차피 50bp까지는 내리나 유지하나 현상은 바뀔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룸은 맥스 100bp로 본다. 그런데 이미 3/4이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시장에 반영돼 있다"면서 "통화정책이 상당히 무력화 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