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0-05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빅컷에 매운 양념 친 FOMC...금통위 인하 기대 커졌지만 조심스러운 채권시장

  • 입력 2024-09-19 11:2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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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4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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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지만 금융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FOMC를 앞두고 25bp와 50bp 인하가 맞섰던 가운데 연준은 빅컷을 선택했다.

국내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 25bp 인하가 크게 우세해 보였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기간 동안 미국 내 빅컷 기대감이 커진 뒤 결국 연준은 50bp 인하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 美 현지, 최근 재차 커졌던 50bp 인하 기대....결국 빅컷 결정

국내 금융시장이 추석 연휴로 휴장하고 있던 이번 주 16일 미국 시장에선 빅컷 기대감이 증폭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주 금요일 종가기준으로 연준의 50bp 인하 확률은 미국 금리선물 시장 기준 50%, OIS 35% 정도였지만, 16일엔 선물과 OIS 시장이 각각 70%, 50% 넘는 인상 기대감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준 부의장을 지낸 라엘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에 가깝게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노동 시장 진전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용에 더욱 중점을 둘 때라는 점을 알렸다.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은 미국 경제정책 관료들의 이런 변화를 보면서 50bp 기대감을 재차 키웠다. FOMC 결정을 앞둔 17일에도 금리선물시장은 50bp 인하 기대를 50% 넘게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은 결국 18일 50bp 인하를 결정했다.

금리시장은 그러나 환호하지 못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0bp 인하 기대감이 커지던 13일(-2.05bp)과 16일(-3.45bp) 연속으로 레벨을 낮췄다. 하지만 17일엔 레벨을 다시 3.60bp 올렸다. 이후 50bp 인하를 확인한 18일엔 추가로 금리가 4.65bp 더 올랐다.

■ 파월의 선택은 '호키시한 50bp 인하'

FOMC는 18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75~5.00%로 50bp 인하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연준은 2023년 7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25bp 인상한 뒤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연준이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큰폭으로 금리인하를 시작한 것은 고용시장 둔화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인플레 둔화는 연준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중반 9.1% 정점을 찍은 뒤 8월에는 3년 만에 최저치인 2.5%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수준이다. 본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가운데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금리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점도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4%로 전망해 연내 50bp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내년엔 100bp, 내후년엔 50bp 더 낮아져 기준금리가 2.75%~3.00% 범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SEP을 통해 물가와 성장률 예상치를 낮췄다. FOMC 위원들이 3개월 전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하락하고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올해 말 2.3%, 내년 말에는 2.1%로 떨어질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지난 6월 전망치보다 각각 0.3%p, 0.2%p 하향 조정된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6월 전망치보다 0.1%p 낮아졌다. 실업률은 4.4%로 전망돼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4%p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시장은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 움찔했다. 50bp 인하 결정 소식 직후 주식, 채권 가격 모두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파월의 발언을 확인한 뒤 다시 후퇴해야 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50bp 인하에 대해 "통화정책 재조정일 뿐"이라며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50bp 인하를 새 금리인하 속도로 간주하지 말라"며 "이번 금리인하는 견고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50bp 인하가 새로운 속도(news pace)가 아니라는 점을 웅변하면서 이번 빅컷도 정책실기(behind the curve)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연준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25bp 인하를 선호한다고 밝혀 소수의견을 냈다. 50bp와 25bp 인하 주장은 11:1로 격차가 커 보였지만, 시장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 구성원의 반대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준이 '도비시한 25bp' 대신 '호키시한 50bp'를 선택함 점, 오랜만에 이탈표(보우먼 25bp)가 나온 점 등은 연준 내 금리인하 강도에 대한 이견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올해 금리인하폭 전망과 관련해 100bp가 중위값을 차지했지만 10:9로 박빙이었다. 아울러 9명 중 2명은 75bp가 아닌 50bp 인하를 선택해 연내 추가 인하는 없다는 쪽을 선택했다. 점도표 대로라면 올해 남은 2번의 회의에서 금리는 25bp씩 인하될 수 있다.

■ 시장, 연준 50bp 인하는 서프라이즈 아니었다...채권, 주식 등 증시 모두 하락

미국 증권시장에선 9월 FOMC 정책결정 결과와 파월의 호키시한 발언을 확인한 뒤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더 급했다.

미국 주가는 긴축정책 종료 및 공격적 금리인하 개시 결정으로 장중 1% 상승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면서 하락했다. S&P500은 결국 0.3% 하락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예상보다 높은 금리인하 폭에도 불구하고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면서 전일보다 레벨을 5bp 가까이 올렸다.

달러화 역시 연준의 이번 빅컷 결정보다 향후 추가적인 빅컷 기대감 약화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0.1% 가량 약해졌다.

연준이 2022년 3월 금리인상 개시 이후 2년 반만에 정책기조를 전환했지만, 금융시장의 통화정책 완화 속도에 대한 기대는 연준보다 컸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채권시장 등은 현재의 50bp 인하보다 '미래의' 큰폭 인하 확률 저하나 11월 대선 불확실성 등에 초점에 두면서 움츠려들었다.

다만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은 적지 않다. 올해 두 차례 남은 11월이나 12월 회의 중 다시 빅컷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무튼 점도표는 연내 50bp 추가 인하를 예고한 상황이며, 시장이 '새로운' 호재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 고용시장 우려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0bp를 인하했지만 연내 추가 50bp 인하 전망은 시장 기대를 키우는 재료와 거리가 멀었다"면서 "결국 추가적인 지표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미국 50bp 출발 후 한국 25bp 출발할 듯

연준의 50bp 인하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는 더욱 커졌다.

그간 국내 시장에선 연준 50bp 인하시 한은의 25bp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 역시 강한 상황이었다.

한은 역시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날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FOMC 결과 관련 시장 점검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봇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유 부총재는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각국의 상황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는 데다 미국 대선,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이자율 시장도 연준의 빅컷으로 10월 금통위의 25bp 인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미 시장이 수 차례의 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했다는 점, 연준이 50bp 인하하면서 매파적 발언으로 매운 양념을 쳤다는 점 등은 부담이다.

■ 시야 내로 들어온 한국의 금리 인하...시장금리 선반영 감안해 대응

국내 시장에선 FOMC 결과 확인 후 장기구간 위주로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외국인이 10년 국채선물 위주로 매도하면서 미국처럼 커브 스팁을 이끌고 있다.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이후 매도에 힘이 실린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빅스텝에 따라 국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욱 커졌지만 기대감의 반영 정도를 감안하면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미국이 50bp 인하했으니 한국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은은 부동산 문제의 경우 여러가지 미시정책을 쓰고 있다면서 효과를 지켜보겠다 정도로 말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은 일단 불활실성 해소차원에서 선반영한 금리 하락폭의 일부를 되돌린 뒤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앞으로 크게 더 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 인하가 시야로 들어왔으니 밀리면 사자가 편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이 50bp를 내렸지만 국내시장도 3번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일단 스팁이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금리 역시 이제 박스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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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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