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삼성전자 주가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삼성전자 패대기친 외국인...한국 대표주의 끝없는 희망고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가 전날까지 8일 연속 하락해 연중 저점을 경신하면서 고꾸라진 뒤 이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작년 10월의 저점을 경신한 뒤에서 계속해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간밤 나스닥이 2.17%,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9% 급등한 영향 등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8.2% 급등 등에 비하면 삼성전자의 장 초반 상승폭은 2% 내외로 제한됐다.
최근 외국인이 대대적으로 삼성전자를 매도하면서 가격을 누르는 중이다.
외국인은 지난 8월 23일 이후 전날(12일)까지 외국인은 하루를 빼고 삼성전자를 매도했다.
■ 외국인의 삼성전자 패대기치기...연일 추락한 삼성 주가와 비관론
외국인은 지난 달 23일부터 전날(11일)까지 14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면 모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4.6조원 어치의 삼성전자를 대거 순매도했다.
최근 반도체, AI 실적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 속에 미국, 한국의 관련주들이 속락했으며, 한국 주식시장 대장주 삼성전자는 특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삼성전자는 2.8조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8월 들어선 하순부터 매도 강도를 높이기 시작해 9월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이달 11일까지 3.5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후 이달 들어선 첫번째 거래일에 순매수를 보이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줄곧 매도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의 매도 소나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4일 7만원을 간신히 지킨 뒤 5일부터는 '6만전자'로 변신해 지금은 6만원대 중반 수준까지 미끌어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만전자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주가가 미래 한국 수출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란 의심들도 보인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사그라들지 않으며, 삼성전자의 바닥이 어딘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외국계 언론은 삼성전자가 전세계 해외법인 CFO들에게 전체 관리직 담당 직원의 30%, 영업과 마케팅 담당 직원의 15%까지 감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거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해외법인별 인력 효율화는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은 미국 반도체 지수 급등 등에 기대어 간만에 주가 레벨을 올려보는 중이지만, 전날 하루에만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조원(9060억원)에 육박하는 등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비관론은 유지되는 중이다.
■ 외국계의 삼성전자 매도 추천...뒤따라 나선 국내의 삼성 목표주가 낮추기
최근 JP모간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춘 뒤 국내도 여기저기서 삼성전자 주가를 내리고 있다.
JP는 올해 삼성 EPS를 6,439원에서 6,135원으로 4.7% 낮췄고 내년 수치는 9,522원에서 8,204원으로 13.8% 떨어뜨렸다.
삼성이 HBM에서 뒤쳐진 뒤 전통 메모리 쪽 수요마저 위축되자 최근 한국 대표주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연일 삼성전자를 내던지면서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삼성 주가가 오를 때 목표주가를 10만원 위로 크게 상향 조정했던 국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목표주가를 다시 한 자리수(10만원 미만)로 낮추는 모습들도 보인다.
메모리 모듈업체들의 재고 증가와 함께 메모리 수요에 대한 기대가 축소됐다.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 제품(스마트 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스마트 폰, PC 업체들이 재고 소진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 등이 삼성전자엔 부담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현재 스마트 폰,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하며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 축적을 지속한 스마트 폰, PC 업체들은 3분기 현재 신제품 수요가 예상을 하회하고 있어 하반기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구매에 보수적인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24년, 25년 영업이익을 기존대비 각각 15%, 11% 하향한 37.9조원, 57.7조원으로 수정한다"면서 "3분기 영업이익은 9.7조원(-7.3% QoQ, +298% YoY)으로 추정돼 컨센서스 영업이익(13.7조원)을 하회할 것"고 밝혔다.
그는 "이는 DS 부문이 B2C 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 감소와 일회성 비용(PS) 반영 및 가동률 부진에 따른 LSI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3분기부터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3분기 부문별 추정 영업이익은 DS 5.0조원, MX 2.5조원, DP 1.4조원, CE 0.4조원, Harman 0.3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반면 HBM, DDR5 등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하반기에도 공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돼 D램 수요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것"이라며 "따라서 2025년 D램은 HBM3E 출하 비중 확대와 범용 D램의 공급 제약으로 분기별 평균판매가격(ASP)은 점진적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향후 B2C 제품의 수요 회복이 이뤄져야 큰 폭의 상승 추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 전자제품 수요 둔화 등 분위기에 편승해 실적 전망을 낮추는 모습들은 이어지는 중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자제품 수요 둔화와 일회성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기존 추정치를 각각 7.2%, 19.7% 하회하는 81.7조원과 11.8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DS에서 재고자산평가 충당금 환입 감소 및 일회성 비용 증가 등으로 기존 추정치를 19.6% 하회하는 6.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감가상각비 증가와 MX의 매출원가율 상승 등으로 인해 타 사업부 영업이익도 기존 추정치 대비 1.2조원 줄어든 5.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노 연구원은 "여전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스마트폰과 PC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Mobile OLED의 경쟁 심화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의 원가율 상승이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다만 북미 CSP를 중심으로 일반 Server 수요가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Server DRAM 가격은 시장 예상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들의 설비투자가 2025년 공급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우호적일 것으로 보여 YoY 이익 모멘텀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시대 변화에 적응 못한 답답한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6.5조원으로 1분기 1.9조원 대비 4.6조 증가했다.
회사 측이 AI 호황 지속, 양호한 반도체 업황 등을 거론한 게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급락은 이례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3분기에도 삼성전자 이익이 상당폭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외국인 매도와 주가 급락 속에 '예전의 삼성이 아니다'는 명제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냉정하게 보면 HBM을 뺀 메모리 수요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메모리 빗그로스가 마이너스에 그칠 가능성까지 고려될 정도"라며 "HBM 성과도 여전히 삼성이라는 네임 밸류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는 여전히 적자에 허덕일 전망"이라며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5조원에 그쳐 전분기 대비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고평가손실충당금의 환입 규모가 전분기 대비 줄어든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이미 알려진 내용으로 분석가들도 모델에 반영해놨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DS 부문의 PS 규모 증가에 따른 충당금이 일시 반영되는 영향(약 1조원 추정)은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SDC 실적도 기존 기대를 밑돌 것으로 보이고 MX/NW도 예상보다 부진하다. 결과적으로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10.2조원에 그쳐 기존 추정치 대비 25%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과거의 위용을 상실한 모습이다. 실적 개선은 되고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주가가 두 달 만에 30% 가까이 폭락하자 이제 한국 대표주마저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아울러 분석가들도 '예상보다 못한' 삼성전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은 79조원(전기비 +7%), 영업이익은 11.1조원(전기비 6%)로 시장 기대를 하회할 것"이라며 "4분기엔 매출이 74.7조원으로 축소되나 영업이익은 13.1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분기 실적 우려를 빌미로 시작된 주가 하락이 이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삼성 주가, 너무 빠져 팔 수도 없다?...한국 대표주의 끝없는 '희망고문'
하지만 급락한 삼성전자 주가가 '미래의 악재'도 적극 반영한 상황이어서 매도 실익이 없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P/B 1배에 근접하며 과거 10년 평균 하단(1.2배)을 하회하고 있어 향후 주가의 하락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 주가는 지금 최악의 상황을 반영하면서 고점 대비 20% 넘게 폭락해 매도 실익이 없다"면서 "어찌됐든 삼성이 HBM 관련 호재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고,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올인 중인 만큼 지켜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지금 삼성 주가는 이미 경기나 업황, 실적이 최악의 국면으로 돌입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과거 저점 레벨이었던 PBR 1.1배 수준까지 하락해 부진한 3분기 실적과 불안한 매크로 상황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박유악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급락해 과매도 구간에 있기 때문에 D램 업황에 대한 안도 심리만으로도 충분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NAND 부문 실적 하향을 반영해 목표주가는 10만원으로 낮추지만 과도한 주가 하락을 기회로 비중을 확대할 때"라고 주장했다.
삼성의 추락이 끝났다고 장담하기도 어렵지만, 이미 주가가 너무 빠져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실적 톤다운이 이제 시작돼 10월초 잠정실적 발표전까지는 만만치 않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론 PBR 1.2배 이하는 이런, 저런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적 하향조정이 이제 본격화됐기 때문에 주가가 바로 급반등하긴 어렵다"면서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