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22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한은의 듀얼 맨데이트와 시장금리가 달릴 공간

  • 입력 2024-08-01 11:0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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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50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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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듀얼 맨데이트(이중책무, 물가와 고용)로의 복귀를 알리면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수행과 관련해 그 동안 높게 유지했던 인플레 비중을 낮추고 고용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번 7월 FOMC에서 연준은 이중책무 양쪽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플레 위험에 매우 주의한다'는 스탠스를 바꾼 것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지만 고용의 추가 악화 가능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듀얼 맨데이트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연준이 고용 쪽 무게감을 높이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운 반면, 한은은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중이다.

■ 연준의 고용 비중 끌어올리기...9월 인하 시작 시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1일 FOMC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5.25~5.00%)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가 둔화됐다는 확신이 증가했다. 경제지표가 현재 경로를 유지한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뒤 금리인하 가능성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인하 시기는 못 박지 않은 것이다.

파월은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은 그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은 이 시기를 다음 회의 때인 9월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

연준이 고용 쪽 비중을 높이는 모습을 본 뒤 사실상 9월 인하는 정해진 수순이란 평가들도 많았다.

FOMC는 일자리 증가세에 대해선 "완만해졌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고용에 좀더 신경을 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연준은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퇴치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 두 목표에 모두 큰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고용'에 대한 정책비중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에 힘이 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 한은의 금융안정 비중 끌어올리기...10월 인하로 귀결될 수 있을까?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한은의 인하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미국이라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중심축이 움직이면 한은도 자극을 받는다.

시장 일부에선 미국이 9월 인하를 시사하면 한은이 8월에 먼저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과 환율 요인 때문에 이런 기대감은 타격을 받았다.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금융안정 비중을 높였다는 점을 알렸다.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두 가지 목표를 책무로 부여받은 조직이다.

연준의 고용 비중 상향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강화시키는 반면 한은의 금융안정 비중 상향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은이 금융안정과 관련해 가계부채(부동산), 환율 등에 좀더 신경을 쓰게 되면 금리인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다가오면서 달러/원 환율은 하향 안정, 즉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부동산 쪽은 만만치 않다.

한은 부총재의 FOMC 평가에서도 이런 뉘앙스가 느껴졌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날 FOMC 평가 회의에서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그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주요국의 통화정책도 각국의 물가·경기 상황 등에 따라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이러한 국내외 금융여건 변화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이에 대해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인플레 둔화로 연준이 고용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한은은 인플레 둔화 속에 금융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부총재는 또 "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어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하여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 美10년 4% 향해 달리기...韓 3년 3% 다시 뚫어내고 달리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미국채 금리는 레벨을 낮추고 있다.

FOMC의 금리인하 시사로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40bp 급락한 4.031%로 내려왔다.

국채2년물은 10.30bp 하락한 4.2565%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전날 약간 튕겨져 올라오면서 3%를 살짝 넘었던 국고3년 금리도 다시 2%대로 진입했다.

국고3년, 국고5년 등의 금리가 2%대로 내려왔다.

먼저 2%대에 진입한 국고30년과 같은 초장기 구간 외에도 국고10년, 20년 등의 금리도 2%대로 들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라는 글로벌 통화당국의 중심축이 움직이는 경로와 금융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자국 통화당국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금리 경로를 설정하려는 모습도 나타난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이 (금융안정을 내세워) 고집을 부리고 있지만 연준이 인하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미국의 인하 기대감 강화 흐름이 이어지면 국고채 금리들도 2%대에 안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고 대만도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미국 인하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자국 상황이 강조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보인다.

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이 어제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 내수는 안 좋지만 수출이 받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부동산이 다시 뛰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이 각국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가 지금의 레벨에서 계속 버티긴 어렵다"고 말했다.

■ '국고채 금리 일단 2.9% 전후 보면서' vs '다시 3%로의 되돌림 감안하면서'

투자자별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차이가 나고 있다. 또 기준금리 인하폭의 반영 정도 등에 금리 레인지 설정도 달라진다. 연준의 인하폭과 한은의 인하폭을 추정해 적정 레인지를 추산하는 중이다.

올해 미국이 얼마나 내릴지, 또 한은이 얼마나 내릴지 등 기대에 따라 금리가 낮아진 레벨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은 달라진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ME Fed Watch 기준 미국의 연 3회 금리 인하 확률은 78%까지 상승했다. 향후 18개월 후 3개월 미국채 포워드 금리도 3.75%까지 하락했다"면서 "이 포워드 금리는 시장이 기대하는 18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값에 연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한국 역시 2회 금리인하 기대감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준이 한은의 부담을 낮춰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국고3년 기준 2.9% 전후까지 금리 하락 여력이 있는 상황으로 보이며 10년물도 2%대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상황에 기대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지나치게 키운 것이라면 지금의 레벨도 과도하다는 진단도 보인다.

또 국고채 금리들이 재차 3%를 뚫고 내려갔지만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완화적인 스탠스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점은 한은의 환율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라면서도 "원화는 1,3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금리는 금리인하를 상당폭 반영하면서 하락한 상황이며 국고3년 3% 저항감도 여전하다.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추격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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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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