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6일 회의에서 금리 결정 결과와 통화정책 성명서, 거시경제전망 등을 발표한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6월 인하 후 주목받을 추가 인하 강도...그리고 중립금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건은 6월 첫 인하 이후 추가 인하 강도다.
이를 두고 의견은 갈라져 있다. 6월 인하 후 7월에도 연속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임금 인상률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인상 강도는 제한될 것이란 견해도 많다.
유로존의 인하 강도를 감안할 때는 미국의 인하 사이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미국 통화 완화 정도에 따른 유로화 환율 변동성, 11월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첫 인하 이후 추가 인하 지연이나 인하 강도 제한 등의 가능성도 있다.
■ 스위스·스웨덴 이어 인하에 나서는 ECB...6월 인하 후 연내 1~2번 추가 인하 예상
올해 들어 선진국 중에선 지난 3월 스위스가 가장 먼저 금리를 인하한 뒤 5월엔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달 6일엔 ECB가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심은 이번 인하 이후의 추가 인하 강도다.
미국처럼 ECB도 연초에 비해 금리인하 전망이 대폭 축소된 상태다.
연초 ECB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6회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3회로 낮아졌다. 이번주 금리를 내리게 되면 연내에 1~2회 더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선진국채권 전망 보고서'에서 "ECB는 6월부터 4%인 예금금리를 연말 3.25%까지 인하할 것"이라며 "유로존은 다시 에너지 및 공급 측 쇼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낮아진 내수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저물가로의 회귀 우려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선진권역 디스인플레이션의 강도는 '유로존 >= 일본 > 영국 > 호주' 순서라면서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ECB는 3번, 영국은 2번 정도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로존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양호한 경제 및 금융 상황 하에서 개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진단도 보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유로존 금리인하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6월로 강하게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연내 인하 폭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관찰되는 상황"이라며 "유로존은 단위노동비용 상승 압력이 높은 데다 디스인플레이션을 주도해 온 에너지 및 수입물가 하락 모멘텀도 소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금리인상 국면에선 사전에 방향을 시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금리인하 국면에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는 "유로존 국내물가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임금, 기업이익, 생산성, GDP디플레이터 등이 분기 주기로 발표되는 가운데 분기 경제 전망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하 시작하면 '중립금리' 탐구 작업 지속
금리 인하를 시작하게 되면 중립금리 레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중립금리가 통화정책 기조를 평가할 수 있는 준거 중 하나인 데다 향후 금리 인하 강도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상당수 국가들의 중립금리와 관련해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저하 등 하락 요인과 정부 부채 증가, 탈세계화 등 상승 요인이 같이 언급되고 있다.
중립금리는 상당기간 하락하다가 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에서 다소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주 개최했던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도 '중립금리'였다.
지난주 한은 컨퍼런스 참석해 키노트 스피치를 했던 스위스 중앙은행의 토마스 조던 총재는 "최근 2년간 실질금리 반등은 구조적으로 R*가 상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상태"라며 "R*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R*와 관련해 조던 총재는 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과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에 따른 저축률 하락, 대규모 재정적자, 신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녹색 전환에 따른 대규모 투자 등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했다.
단순히 중립금리가 계속 하락한다든지, 다시 상승 추세로 바뀌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강영숙 부장은 "단기 중립금리는 팬데믹 이후의 정부부채 증가, 공급충격 등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장기 중립금리의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립금리는 관찰이 불가한 데다 유로존과 같이 해외 영향을 크게 받는 경제 구조는 추정이 더욱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일단 미국과 유럽의 현재(24~25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미국이 2.1~2.2%, 유로존이 1.2~1.3%로 상당히 차이가 나기도 한다.
■ 유럽인들의 중립금리 논란
유럽 지역은 미국에 비해 경제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생산 인구 감소, 생산성 저하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와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다.
유럽 쪽은 재정준칙도 타이트해 재정지출 역시 미국에 비해선 상당히 조심스럽다.
유럽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p로 크게 벌어져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유럽의 금리가 다시 크게 낮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손 부족과 에너지 공급 불안 등의 요인 등으로 저성장 국면에서도 물가 압력이 크게 완화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대략적으로 한국의 '명목' 중립금리가 2.0~3.0%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은 1.5~2.5%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분석기관들은 평균적으로 유로존 장기 실질 정책금리를 0~0.5%(물가 2% 가정하면 명목 2~2.5%)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2021년말 대비 1%p 정도 올린 것이다.
올해 들어 ECB 정책위원들의 중립금리 관련 발언에도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사벨 슈나벨은 위원은 지난 3월 중립금리와 관련해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부진은 유로존 경제의 큰 걸림돌이나 당명한 과제들을 큰 변화를 필요로 할 수 있어 투자확대 기대가 중립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리오 센테노 위원은 2월에 "유로존 명목 중립금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소폭 상승했을 것"이라면서도 "2%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레로이 드 갈라우 위원은 4월에 "실질 중립금리를 0~0.5%(명목 2~2.5%)로 추정한다. 다만 중립금리는 금리인하 여력을 시사할 뿐 목표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중립금리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의도치 않은 긴축, 혹은 완화로 이끌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중립금리가 올랐다고 평가하는 순간 금융시장은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금융 상황이 더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휴일 이후 ECB 정책 회의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미국 경제지표 둔화와 ECB 금리인하 기대 등이 시장을 지지했다"면서 "미국 고용지표가 중요해 보이지만 일단 ECB가 첫번째 금리 인하 뒤 추가 인하에 대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