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소수의견'과 '가이던스 상 소수의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엔 별다른 예외가 없는 가운데 '포워드 가이던스 상 소수의견'도 관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이후 소위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했으며, 지난 2월과 4월 통방 회의 때 '가이던스 상 소수의견'이 나온 바 있다.
■ 총재의 '사견'이었던 6개월 가이던스 대로 상반기 금리 동결 확정
연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견임을 전제로 향후 6개월간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6월엔 기준금리 결정이 없기 때문에 총재의 연초 예상이 사실상 실현된 것이다.
현재 금통위의 가이던스는 향후 3개월을 기준으로 하지만, 앞으로 가이던스의 시계(時界)가 6개월 등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자신이 6개월 전망을 한 바도 있지만,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 기간을 늘리고 싶어하는 모습도 보인 바 있다.
다만 가이던스를 6개월, 1년 등으로 늘리면 한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국내 경제의 대외 의존성이 큰 상황에서 전망 가이던스를 길게 늘렸다가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이던스가 전망을 제약하거나, 전망이 가이던스에 종속될 수 있는 문제 등도 있다.
다만 현재의 3개월 가이던스를 6개월 정도로 늘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견해도 보인다.
또 가이던스를 늘려 중앙은행의 장기 금리 예측을 알려주는 게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연준도 점도표 전망이 자주 틀리는 것처럼 한은 역시 가이던스 상의 정확성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연초 한은 총재 개인의 '6개월 가이던스'는 사실상 실현이 됐다.
■ 당장은 '3개월 가이던스' 소수의견자 존재 여부 관심
당장은 향후 3개월 인하를 '열어두는' 금통위원이 있을지 관심이 적지 않다.
1분기 GDP가 잘 나온 데다 내수의 성장기여도 눈에 띄었기 때문에 내수 부진을 이유로 '인하'를 열어두자고 한 금통위원이 자신의 견해를 유지할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당연히 내일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나오겠지만 (가이던스 상) 소수의견 1인이 유지될지가 관심"이라며 "총재가 월초 '재점검'을 거론하면서 매파적인 발언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한 상황에서 3개월내 인하 가능 의견이 있을지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2일 통방 회의에선 총재를 제외한 6인의 금통위원 중 5인은 근원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했다.
나머지 1인은 공급측 요인 불확실성에도 기조적 물가둔화 추세가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이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2월과 큰 차이가 없는 결정이었다.
지난 4월엔 서영경·조윤제 금통위원이 퇴임하고 그 자리를 김종화·이수형 위원이 이어 받았다.
시장에선 일단 '신입사원들'이 OJT 기간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은행의 한 딜러는 "신임 금통위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기엔 시간이 촉박해 이들이 (가이던스) 소수의견을 내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도비시한 모습을 보였던 신성환 위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 1분기 놀라운 내수 성장과 소수의견...그리고 물가
1분기 GDP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2024년 성장률 전망 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이 2월에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 2.1%가 2%대 중반으로 올라갈 듯하다. 소비자물가 전망은 2월 2.6%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ECD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2월엔 2.2%로 제시했으나 1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5월엔 2.6%로 제시해 0.4%p 상향했다. 다만 물가 전망은 2월 2.7%에서 5월엔 2.6%로 낮춘 바 있다.
한국의 전기비 1분기 성장률은 1.3%를 기록해 시장 예상(0.5~0.6%)을 대폭 웃돈 바 있으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7%p로 높았다. 내수가 수출을 적극적으로 보조하면서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은 코로나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할 경우 4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이었다.
채권시장에선 이런 예상 밖 성장 강도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연내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1분기의 비정상적 요인'을 감안해 내수가 본래 모습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올해 10월 정도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제일 많아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내수 회복세가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7월에 2분기 GDP 속보가 나오면 한국의 내수 부진에 대한 평가가 다시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 내 가이던스 소수의견자도 1분기 내수 회복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인하를 열어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분기 내수 성장이 예외적으로 좋아 보였지만 결국 정상적인 레벨을 회귀하고 한국도 8월 정도면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가이던스 소수의견...그리고 역사적 '인하' 소수의견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한 뒤 금리 결정 상의 소수의견과 '가이던스' 상의 소수의견이란 표현들이 중첩돼 사용되고 있다.
가이던스 상 금리인하를 '열어두는' 행위는 금리결정 시의 소수의견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도 평가된다.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세를 얻기 위해선 가이던스 상 소수의견이 유지되거나, 가이던스상 소수의견이 늘거나, 실제 금리결정 시 소수의견(동결시 인하 주장)이 등장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보인다.
과거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가 없을 때 소수의견 개진은 적극적인 정책금리 변경을 의미했다. 아울러 소수의견 없이 인하가 결정되기도 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에 소수의견이 없었던 사례는 총 13회, 즉 52%였다"면서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금통위에서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첫 금리인하를 단행한 사례는 총 5차례 있었다. 그 중 3차례는 직전에 인하 소수의견이 개진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2차례에서는 모두 1명의 인하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금리 인하도 직전에 인하 소수의견 없이도 절반 이상의 확률로 인하가 가능했다. 1명의 인하 소수의견 개진 시 확률은 100%까지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가이던스'가 일차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얻고 있으며 , 이 가이던스 내 '열어두기 의견'이 언제 인하 소수의견, 혹은 실제 인하로 발전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