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8일 "미국 CPI 주거비 항목의 시장가격과의 연동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는 전반적인 주거비 물가의 하방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가주거비는 임대료 대비 상승 압력이 더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제혁 연구원은 "선행지표의 주거비 설명력이 떨어지는 이유와 최근 확인되는 임대료와 자가주거비간의 차별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 주거비 물가의 둔화세는 예상보다 느리다. 임대료(rent)와 자가주거비(OER)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각각 5.7%, 5.9%를 기록했고 3월 CPI 기여도는 3%p 수준으로 높게 유지됐다.
지난해 초부터 선행지표인 시장가격 임대료가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지난해부터 주거비가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여전히 주거비 물가 압력은 높다.
■ OER(자가주거비)와 임대료(rent)의 간극
Owner’s Equivalent Rent(OER)은 관측되지 않는 추정치이다. BLS는 서베이에서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임대료는 어느정도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을 토대로 OER 물가를 집계한다.
임대료와 자가주거비는 긴 시계열에서의 방향성은 대체로 같지만, 물가 상승률은 국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1월에도 자가주거비와 임대료의 월간 상승률이 0.2%p 가량 차이가 났다.
임 연구원은 "주택 형태에 따라 자가주거비와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데, 대부분의 임대용 주택은 주로 다세대 주택(multifamily)"이라며 "단독주택(single-family)은 상당부분이 임대가 아닌 소유의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단독주택 가격과 다세대 주택의 가격이 다르게 움직인다면, 주거비 지표의 차별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수요 미스매치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주택형태는 단독주택이다. 2022년 이후 단독주택 건설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공급이 원활하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대료 또한 상승세가 더디다.
임 연구원은 "NAHB에 따르면 여전히 단독주택의 경우 초과수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50만개의 주택이 추가적으로 건설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금리가 재차 급등하는 가운데 은행의 대출태도 완화도 더뎌지며 공급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단독주택 중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향후 자거주거비와 임대료간의 차별화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CPI의 주거비의 후행성은 측정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임대료의 proxy로 주로 활용되는 Zillow사의 ZORI index, Apartmentlist rent index는 주거지를 바꿔서 새롭게 체결되는 거래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CPI는 1)새롭게 발생하는 거래뿐만 아니라 2)기존 계약을 같은 집주인과 갱신하거나 3) 아직 새로운 계약이 발생하지 않은 ‘모든’ 가계를 대상으로 한다. 시장가격 임대료 지표는 ‘새로운 계약’만을, CPI는 모든 가계의 임대료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가격 임대료(ZORI와 같은 지수)는 새로운 계약으로 발생한 임대료가 지표에 그대로 반영되지만, CPI상의 주거비는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이 만기 도래하고 이후 연장하는 롤오버(roll over)가 있고 나서야 시장가격의 변동을 점진적으로 지표에 반영되게 된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에 주거지를 옮기면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 비중이 낮아지면서 과거 대비 후행성이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측정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에 더해 CPI 주거비와 시장가격 임대료간의 레벨 간극도 CPI의 강해진 후행성을 설명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가격 임대료의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절대적인 시장가격의 임대료 레벨이 기존의 임대료-계약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시장가격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보다 높을 경우 계약이 롤오버 되는 과정에서 상승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령 지난해 2023년 1월에 월 8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6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계약 체결 2개월 뒤인 3월에 임대료가 100만원으로 상승한 이후 변동이 없다가 24년 3월 120만원→ 24년 6월 100만원으로 임대료가 변동하게 되면,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20224년 3월 +20% → 6월 0%로 상승세가 둔화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은 기존 80만원의 임대료를 100만원 부근으로 인상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실현될 경우 시장가격 임대료 상승률은 0%지만, 기존의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임대료는 80만→100만원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가격 임대료의 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기존 임차인들의 임대료보다 가격 레벨 자체가 높다면 거주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지난해 시장거래 가격 지표들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됐음에도, CPI의 렌트비보다는 임대료 레벨이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임대료가 상승률 기준에서는 둔화되고 있었지만 기존의 임차인들이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시장가격의 둔화세가 상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임대료와 기존 임대료간의 격차도 롤오버가 지속되면서 최근 간극이 크게 좁혀졌다고 밝혔다.
NTRR index와 Apartment list index 기준으로는 CPI 거주비와의 간극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집계는 data source의 차이, 집계 방식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Cleveland 연준에서 CPI와 동일한 데이터 source를 사용하고 집계 방식만 시장가격 임대료에 맞춘 NTRR Index를 고안했다.
임 연구원은 따라서 NTRR의 CPI 임대료 설명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ZORI index의 경우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는데, 해당 지수는 BLS와 데이터 source가 다르고, 상대적으로 더 비싼 단독주택 비중이 더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세대주택 중심의 임대료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시중의 ZORI index, apartment list index와 연준이 새로 고안한 NTRR index를 평균해서 보더라도 시장 임대료와 CPI의 주거비 간의 간극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CPI 거주비의 후행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이후 임대 목적의 다세대주택 건설이 빠르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주거용 임대 주택의 공실률은 2022년 3월 이후 반등했다. 임대료 중간 호가 또한 지난해 상반기 이후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다.
임 연구원은 "3월 ECI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임금 물가 관련 경계감이 확대됐으나 4월 고용지표에서 고용수요의 강한 둔화를 확인하는 가운데 임금 물가의 추가적인 안정화도 확인했다"면서 "이민자의 전례없는 증가세로 고용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주거비의 하향 안정화 또한 9월 연준의 인하 개시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CPI 주거비 항목과 시장가격 연동성 높아지면서 하반기엔 하방 압력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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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PI 주거비 항목과 시장가격 연동성 높아지면서 하반기엔 하방 압력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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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PI 주거비 항목과 시장가격 연동성 높아지면서 하반기엔 하방 압력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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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