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9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GDP 서프라이즈와 도전받는 금리인하 기대감

  • 입력 2024-04-25 11: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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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GDP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비 1.3% 증가해 2021년 4분기(+1.4%) 이후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3.4% 증가해 작년 4분기(+2.2%)보다 증가폭을 확대했다. 2021년 4분기(+4.3%) 이후 9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설비투자는 줄었지만 민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 수출 등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출항목별로 민간소비는 재화(의류 등) 및 서비스(음식숙박 등)가 모두 늘어 0.8%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 등이 늘어 0.7%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2.7% 증가했다. 2019년 4분기(+4.1%) 이후 17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줄어 0.8% 감소했다.

수출은 IT 품목(이동전화기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하고 수입은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 한은, 성장률 전망 상향할 듯...불확실 요인도 감안

1분기 GDP가 한은의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 가능성이 열렸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월 한은 조사국 경제성장률 전망 경로보다는 1분기 GDP 실적치가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에서 1분기 양호한 실적치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1분기 실적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향후 2~4분기 성장 경로상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높으면 다음 분기는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분기 수치는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은 0.5~0.6%대 정도의 전기비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실적치는 1%를 훌쩍 넘었다. 또 전년비로는 대략 2.5% 내외 정도로 봤지만 실제론 3%대 중반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한은도 1분기 수치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2분기엔 낮게 나올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당초 전망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예상보다 양호한 경기 흐름을 확인한 뒤 여전히 불확실성도 상당히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가 작년 증가율이 낮았다가 1분기 높게 나온 것은 대외활동 증가, 휴대폰 출시 효과 등이 작용했다. 소비심리가 1분기 100을 상회한 것 등도 반영이 됐다"며 "다만 민간소비는 전년비 1.1% 증가한 수준에 그쳐 완전한 회복국면으로 돌아섰다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선 "작년 4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온화한 날씨로 대규모 마무리 공사 진행돼 실적이 많이 잡힌 부분이 있다"며 "지속될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부동산 PF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와 관련된 전반적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1분기 회복조짐 보여서 유지되길 기대하곤 있는데 주변 여건상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유가, 환율이 올라간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단기적으로 올라간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고환율, 고금리 여건이 조금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도 GDP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GDP 수치가 예상을 크게 웃돌다 보니 금융시장 일각에선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인 2.1%를 넘어서 2%대 중반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봤다.

■ GDP 서프라이즈에 고무된 정부...'선명한 청신호', '교과서적 성장경로로의 복귀' 등 평가

1분기 GDP가 발표된 뒤 정부도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코로나 기간(20~21년) 제외시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랜만에 성장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이번의 높은 성장률은 일시적인 요인도 작용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부총리는 "먼저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재정 외끌이가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이라며 "부문별로는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가세하며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중동분쟁,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 주요국의 자국 우선 주의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고 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맞춰 정부도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총리는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대외발 불안요인, 특히 첨단산업분야 공급망 위험을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이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자율 시장 놀래킨 GDP 실적...한국 24년 금리동결 가능성도 거론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양호한 경기 흐름에 놀라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할지 여부 등도 살피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경기 흐름을 감안한다면 올해 과연 금리 인하를 확신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날 GDP 수치는 너무 좋았다. 이 수치를 신뢰한다면 과연 올해 한국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복수의 금리인하가 아니라 인하가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올해 초 미국이 6번 내리면 한국은 3번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면서 "미국이 2번 하면 우리도 1번은 할 수 있을 듯한데, 인하 없이 계속 동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장 금리가 예민한 지점에 위치한 가운데 이 지점에서 저가매수와 손절 중 어떤 게 빠를지 애매하다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 딜러는 "국고3년 3.5%대, 10년 3.7% 정도면 더 밀리는 데도 한계가 있고 저가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지점"이라며 "다만 악재가 다시 나와 손절이 나오기 시작하면 금리가 오버슈팅될 가능성도 있다"고 풀이했다.

성장률 내용을 되짚어 보면서 금리 박스의 상단을 다시 설정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로 국내 성장률 전망 상향 압력이 증대됐다. 그럼에도 건설투자 기저효과와 수입감소에 따른 질적인 부분 역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당장 국내 금리인하 기대도 4분기 정도로 이연되면서 시장금리 상승압력 높아질 것이나 5월 금통위에서 한은의 수정경제전망 경로를 감안한 이후 무게중심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당분간 국고3년 3.6%와 국고10년 3.8%의 상단 테스트 가능성 열어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D 딜러는 "GDP가 서프라이즈였지만 사람들이 경기 비관론을 다 거두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경기 흐름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부딪히면서 금리가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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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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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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