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30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달러/원 장중 1,400원 터치...환율 불안에 몸살 앓는 한국물 시장

  • 입력 2024-04-16 14:2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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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6일과 최근 달러/원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6일과 최근 달러/원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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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00원을 터치하면서 주식, 채권 등 한국물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증폭됐다.

이날 달러/원은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만에 1,400원을 터치했다.

연준 금리인하 지연과 중동 지정학적 우려, 글로벌 달러 강세와 위안 약세 등에 달러/원이 급하게 올랐다. 이 같은 원화 가격 약세 흐름을 증권 투자자들에게도 큰 긴장감을 안겼다.

환율이 빅피겨인 1,400원으로 올라옴에 따라 당국의 개입이나 네고 물량으로 추가 상승에 한계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주변 여건이 바뀌지 않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많다.

■ 달러/원 급등이 초래한 불안

이날 장중 달러/원은 전일보다 16원 급등해 1,400원을 찍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소매판매 등 미국 경제지표 호조 속에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고 중동 정세마저 불안을 이어가면서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날 달러/원은 1,390원 근처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역내외 달러 매수 분위기로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이후 빅 피겨를 바로 넘어서지 못하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강달러, 약위안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에 수긍하면서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운용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중동사태, 미국 인하 기대 퇴조를 감안할 때 환율 상승은 당연해 보이지만, 한국은 유독 약세폭이 커 주목되다"면서 "수출 호조 등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이 지나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이상 채권 저가매수도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4월은 또 역송금의 달이다. 19일 삼성전자 배당금 지급도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수급에 대한 부담도 있어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 상품가격 급등 속에 일어난 달러 강세

최근 달러 강세 속에 유가 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뛰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통상 달러와 상품 가격이 역상관관계를 갖는 모습을 관찰해온 투자자들에겐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다.

달러와 상품이 역의 관계를 가져왔던 이유는 달러가 상품시장의 결제통화이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달러값이 절상되면 해당 원자재는 가치가 고평가된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한다. 마찬가지로 원자재 가격이 동일한 상황에서 달러가 절하되면 원자재 가치 보전을 위해 달러 표시 가격은 오른다.

달러의 안전자산 성격도 원자재에 영향을 준다.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면 달러는 절상되며, 위험자산인 원자재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엔 글로벌 달러 강세, 원자재 강세가 나타나 상품 시장에 뭔가 교란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평가들도 나온다.

원유의 경우 OPEC+의 감산 연장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미래 공급 요인, 구리의 경우 주요 광산 폐쇄나 AI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같은 공급 요인도 거론된다.

현재의 달러, 원자재 동반 강세는 경기 사이클 상 두 자산군이 절묘하게 얽혔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사이클 4단계를 외환시장과 원자재시장에 대입해보면 달러는 미국 경기의 인플레이션(과열기, 후퇴기), 원자재는 리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경기사이클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은 리플레이션기, 경제성장률은 저점에서 반등하나 물가상승률 둔화는 이어지는 회복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함께 높아지는 과열기, 경제성장률은 고점에서 낮아지나 물가상승률은 높은 후퇴기 4단계로 나눌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는 리플레이션에, 금리인상은 과열기에 단행되는데 현재는 사이클 상 달러와 원자재 모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구간에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경기가 생각보다 강하고 미국 물가는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달러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달러 스마일 곡선 상 양극단에 위치한 현재 상황에서 저점으로의 이동을 예상한다. 다만 미국 경기의 아웃퍼폼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는 지속될 것"이라며 "따라서 달러가 절하되더라도 달러인덱스는 100 이상에서 유지되며 제한적인 약달러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달러/원 환율의 2분의 상단을 1,42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 주식·채권 모두 긴장시킨 달러/원 급등

미국 소매판매 호조로 미국채10년물 금리가 4.6%를 넘어서자 뉴욕 주가는 하락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강경대응 가능성 우려까지 더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나스닥 지수가 1.79% 하락하는 등 떨어지자 국내 위험자산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국내 주가지수가 더 큰 폭으로 빠진 이유는 달러/원 환율 상승 때문이다. 강달러 방어를 위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현,선물을 팔았다.

외국인 매도 등으로 삼성전자가 장중 3% 넘게 급락하는 등 고꾸라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소매판매마저 기대를 져버리고 미국의 1분기 GDP 전망이 상향되면서 달러/원이 추가로 상승해 주식시장을 압박했다"면서 "지정학적 우려에 환율 1,400원 불안이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스피지수는 60p 넘게 급락해 현재 2,600선 방어 여부에 눈길이 쏠려 있다.

금리시장도 환율이 부담이긴 마찬가지다.

지난주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글로벌 강달러 요인에 의한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에 대해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줬지만, 1,400원 선을 터치한 환율이 주는 부담을 피하긴 어려웠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국채선물을 모두 팔고 있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국고3년 금리마저 기준금리인 3.5%를 넘어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른 딜러도 "환율이 1,400원으로 오르면서 채권시장 강세 동력이 급하게 저하됐다"면서 국내 금융시장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원화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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