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퇴임 앞둔 금통위원의 통화정책 조언.."인하시기 단정 어려워...인하시 집값 신경써야"

  • 입력 2024-03-26 15:3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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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영경 금통위원, 출처: 한은

사진: 서영경 금통위원, 출처: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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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서영경 금통위원은 26일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퇴임을 앞두고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기간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향후 금리 인하와 관련해 장단점이 있어서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 금리 인하시 내수 제고 긍정 효과...'인하 시 부동산 신경 써야'

서 위원은 "금리 인하시 현재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100 내외로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내수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레벨이 높고 변동성 금리 비중이 높아 인하시 금리 부담을 통해 소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당분간 집값 재급등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면 금리를 내려서 내수부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견해다.

다만 금리 인하시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서 위원은 "금리 인하시 가계대출, 주택가격을 자극할 우려도 상존한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금리인하 시점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하시에도 금융불균형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기대를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21년 8월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뒤 10월에 추가로 인상하자는 '소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엔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금융불균형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상기했다.

■ 포워드 가이던스 '기간' 확대해야...고용, 한은 목표에 넣어선 안돼

서 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포워드 가이더스는 금리정책의 '방향'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행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확성이나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면 경제주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대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간을 길게 늘리기도 만만치는 않다.

다만 서 위원은 전체적으로 볼 때 실보다 득이 많다고 봤다.

서 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실제 금리인상이나 인하보다는 장기간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안정을 통화정책 목표에 넣는 것에 대해선 반대했다.

서 위원은 "고용은 구조적, 제도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화정책 목표에 명시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달러 힘 세져...통화정책 시엔 '변동성' 주시

서 위원은 글로벌 달러의 힘이 강화된 점도 심도 있게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엔 글로벌 달러가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비중 증가, 달러 표시 금융거래 규모 확대 등으로 달러의 파워가 과거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환율이 절하될 때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 컸다. 국제 유가 상승이 나라별로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같은 수입 신흥국에 영향에 미쳐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세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각국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달러 강세 영향이 과거보다 커진 점을 유의해야 봐야 한다고 했다.

통화정책에서 환율을 고려할 때는 "일단 환율의 (레벨 수준보다) 변동성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환율 변동이 펀더멘탈 요인인지, 아니면 기대 등에 따른 쏠림인지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기대에 따른 쏠림시에는 시장 개입 등을 통해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 금리 인하 타이밍 잡을 때 부동산 안정 담보하는 것 중요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은도 따라서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 위원은 금리를 내릴 때 가계부채나 집값과 같은 '부동산 파트', 즉 금융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크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막상 인하를 하면 재차 금융불균형을 자극할 수 있어 이를 우려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 내 매파였던 서 위원이 집값 상승 심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을 보면, 금리 인하 시기가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로 내수 경제가 워낙 안 좋아 한은도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줄이고 있는 만큼 한은도 섣불리 고삐를 풀어줄 경우 리스크가 있다는 판단해 인하 시기에 대해선 쉬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한 직원은 "금통위는 코로나 때 쓸데없이 0% 금리를 실험해 집값 폭등에 대한 원죄가 있다"면서 "따라서 한은도 이번에 금리를 내릴 때 이 부분을 특히 주의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서 위원은 금통위원 재임기간을 회고할 때 비틀즈의 노래 '롱 앤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길고 구불구불한 길)가 떠오른다고 했다.

통화정책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서 위원과 조윤제 금통위원의 임기는 다음달 20일에 만료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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