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BOJ, 임금인상 발판삼아 금리 정상화 다가서기

  • 입력 2024-03-18 14: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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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출처: BOJ

사진: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출처: B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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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주엔 미국 FOMC와 일본 BOJ 회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점도표 조정 여부 등이 관심이며,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할지가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주초 열리는 일본은행 정책회의(18~19일)는 FOMC 보다 하루 앞서 열려 우선 주목을 받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정책 변화 시기는 4월이 대세였으나, 일본노총의 임금협상 결과가 전해지면서 3월 정책 변화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이번 회의에서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일본 렌고, 33년만에 5% 넘는 임금인상률...BOJ, 금리인상 위한 안전판 마련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집계한 2024년 연례 임금협상 결과 평균 임금 인상률 추정치는 5.28%로 나타냈다.

이 인상률은 지난 1991년 5.66% 이후로 33년 만에 5%를 넘는 것이다.

최근 렌고가 집계해 발표할 임금 인상률은 BOJ의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려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BOJ는 그간 물가 상승의 지속성 차원에서 노조의 임금협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렌고의 인상률 추정치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철회를 위한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에선 BOJ가 이젠 -0.1%인 정책금리를 0-0.1% 범위로 인상하고 YCC 컨트롤(장기금리 상한 1% 내외 유지)이나 ETF·REITs 매입 등의 정책을 손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강화됐다.

BOJ가 이번에 정책금리를 높이면 2007년 2월 이후 처음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 된다.

올해 일본의 춘투 결과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힘을 실어준 이벤트가 됐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검토함에 있어서 올봄 임금 협상이 핵심 고려 사항이 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5%대 인상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4%를 넘는 인상률은 안정적인 인플레 2%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들의 임금 인상률도 평균 4.42%에 달했으며, 기본급 인상률도 평균 3.7%이었다.

그간 BOJ는 임금 인상이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임금 동향에 주목해 왔다.

■ 일본 정부, 우에다의 적절한 판단 기대

우에다 총재는 이달 12일 의회 연설에서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선순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마이너스금리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중앙은행 결정에 주목하면서 '최적의 결단'을 거론하고 있다.

신토 요시타카(新藤義孝) 경제재정·재생상(장관)은 주말인 17일 후지TV에 출연해 BOJ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와 관련해 "중앙은행이 다양한 경제 지표를 보고 그 중 최적의 결단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18~19일 BOJ 금융정책결정회의 출석 여부나 구체적인 정책운영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중앙은행의 결정을 주시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탈피와 함께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각(脫却) 선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과거의 디플레 상황으로 돌아갈 전망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토는 '탈각 선언'과 관련해 "뒤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일본 경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등에서 힘을 줄 수 있는 지표가 몇 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사이토 켄(齋藤健) 경제산업상(장관)도 17일 NHK에 나와 일은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가솔린 보조금 조치에 대해 "4월 말까지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경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큰 틀 바꿔온 BOJ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은 최근의 물가 상승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인플레가 일시적일 수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간의 선순환 확인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본 통화당국은 조금씩 정책의 방향타를 돌리기 시작했다.

BOJ는 2022년 12월 YCC 밴드를 확대하면서 사람들을 놀래킨 뒤 이듬해 4월엔 구로다 전 총재 뒤를 이을 총재로 우에다 현 총재를 임명했다. 우에다를 임명하면서 시장엔 자연스럽게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BOJ는 핵심 물가 3%대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스탠스를 변화시켜왔다.

작년 7월에는 국채10년물 밴드를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부여했으며, 10월에는 밴드를 ±1%까지 확대하면서 긴축으로 더 나아갈 것임을 시사했다.

올해 들어 연초 우에다 BOJ 총재는 임금과 물가간의 선순환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최근엔 일본 대표기업 도요타가 1999년 이후 최대로 임금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하고 다른 대기업들도 높은 임금 상승을 '받아들이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실제 임금인상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지지면서 통화정책 변화 전망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 BOJ, 마이너스 금리 탈피 후 정상화 룸 한계도 감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부각된 상황이지만, 성장세 한계 등으로 임금 인상에 기댄 '정상적' 인플레 환경이 이어지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구심도 적지 않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는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는 올해 하반기에 경기순환적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수 주도의 지속적인 2% 물가상승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구 감소, 낮은 생산성 문제는 단기내 해소되기 어렵다. 현재 상황에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며, 자체적 성장 동력 강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이 통화정책 정상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국가채무가 높은 일본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상단으로 설정되어 있는 1%라는 기준을 BOJ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봐야 한다"면서 "현재 국가채무/GDP 비율이 260%에 달하는 일본의 환경을 고려할 때 섣부른 금리 상승의 용인이 재정 안정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상단을 크게 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환경 복귀와 더불어 명목 GDP가 매년 3~4% 정도 늘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1% 이상의 금리 상승이 용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시장이 3월이나 4월의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예상했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상이 가능한 '룸'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은이 마이너스 금리를 탈피하는 시점이 3월이냐 4월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일본이 정책 방향 측면에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BOJ 금리정책 정상화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넘어선 큰 변화를 보이는 것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일본 국채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0.7%대 후반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0.7881%까지 올라 작년 11월 15일(0.79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BOJ 정책결정 결과를 앞둔 이날 10년 국채금리 레벨은 장중 0.7%대 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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