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7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앙은행이 보는 집값 상하방 요인...그리고 가계대출 흐름

  • 입력 2024-03-14 14: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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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향후 통화정책에 있어서 가계부채·부동산 동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주택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폭등해 여전히 높은 집값이 유지되고 있지만 현재의 하집값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애매해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다가 10월 이후 거래량이 다시 줄면서 실거래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주택시장 여건은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 한은이 보는 집값 상방·하방 요인

한은은 우선 여전히 주택가격이 높다는 사실이 매수를 위축시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2021년 말까지 큰 폭 상승한 뒤 하락전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은이 인용한 한국부동산원 3분위 평균 주택가격 및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PIR을 계산해 보면, 2020년 2분기 8.7배 → 2021년 4/4분기 13.4배 → 2023년 3/4분기 10.3배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주택 매수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일부 사람들은 2010년대 초반 건설사 부도 등으로 주택단지 통매각 등이 발생하면서 집값이 급락했던 경험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은은 반면 금융여건 완화 기대, 일부 개발 호재, 수도권 입주물량 축소 등은 주택가격 상방 요인으로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25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기존 노선(A·B·C) 연장과 신설(D·E·F) 계획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부족한 것 역시 집값 상방 요인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2023년 하반기 9.1만 호에서 2024년 상반기 8.7만 호, 하반기 6.4만 호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여건 완화 기대, 즉 한은의 금리 인하 예상이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 가계대출은 집값의 이면...부채 관리 위해선 집값 안정 이어져야

집값은 가계부채의 이면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이유는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혹시 집값이 다시 뛴다면 현재 낮춰가고 있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전체적인 가계부채 비율 둔화 흐름을 보면서 부동산 시장이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11.5조원 증가했다. 2022년 중 감소(-6.6조 원)에서 증가로 전환된 것이지만, 연간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는 2022년을 제외하면 관련 통계 집계(2008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었다.

재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 가계의 가계대출은 주택거래량, 집값 흐름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작년 2분기 주택거래 회복으로 3분기에는 가계대출의 월중 증가규모가 6조원을 넘는 증가세로 전환됐다. 그러자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 제한(2023년 8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 중단(2023년 9월) 등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다시금 주택 매매거래가 줄어드는 흐름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 23년 주담대 흐름에서 확인되는 정책의 중요성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여전히 주택매매 거래량이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주담대 증가규모는 예년과 비슷했다.

이는 대출규제 완화로 차주별 대출한도가 확대된 데다 주담대가 신용대출에 비해 한도와 금리 측면에서 유리해진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주택가격별 LTV 차등적용 폐지(2022년 12월), 규제지역 대폭 축소(2023년 1월) 등을 통해 차입제약을 꽤 풀었다.

또 DSR 산정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신용대출(5년)에 비해 길게 적용돼 대출한도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차는 2020년 평균 76bp에서 2023년 평균 225bp로 확대돼 주담대 금리가 상대적으로 싸게 다가왔다.

정책적으로 대출을 늘린 부분도 있었다.

사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에 있어 정책금융 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정책금융 상품을 통한 가계대출은 낮은 금리수준, DSR 규제 적용 배제 등의 이점이 있었다.

지난해 초 주택금융공사에서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요건이 없어 이용대상자가 확대됐으며, 주택도시기금도 기존 대출상품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공급 규모가 확대됐다.

주택도시기금 구입·전세자금 예산은 당초 10.4조 원에서 11.3조 원으로, 이차보전 예산은 0.8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증액된 바 있다.

반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했다.

지난해 전세대출은 전세가격 하락으로 신규 대출수요가 줄어들고 역전세 등으로 만기도래한 대출도 일부 상환되면서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높은 금리수준, DSR 규제 등의 영향으로 기존 대출 상환이 이어지고 신규 대출 수요도 위축되면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기관들이 높아진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과 상각 규모를 확대한 것도 감소 요인 중 하나였다.

특히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상호금융 등 신용협동기구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준과 DSR 규제 등이 작용했다. 상호금융은 농어업 종사 차주의 소득증빙 애로 등으로 DSR이 높게 산정되는 특징이 있어 DSR 규제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다. 상호금융 업권 평균 DSR 관리 목표는 2024년 말 90%다.

지방 주택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보다 더 부진했다. 상호금융은 지방 단위조합 중심의 영업 특성상 지방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또 비은행권 대출 상품들은 정책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 상품에 수요를 빼앗기기도 했다.

■ 주택 관련 정책금융 지난해보다 축소

부동산 거래가 평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수경기가 좋아지는 데 한계를 보이는 측면이 적지 않다.

정부 역시 다시 부동산을 띄워 내수 부양에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러긴 쉽지 않다.

오히려 올해 중 정책금융 상품 공급은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후 정책모기지 공급 및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24년 중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과 주택도시기금 디딤돌대출의 공급규모를 40조 원 내외로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거 10년간 연평균 수준으로 2023년 59.5조 원에 비해 줄어든 규모다.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고 서민·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지난해보다 공급을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주택도시기금은 기존 디딤돌·버팀목 상품에 더해 대출요건을 완화한 신생아 특례대출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3년 이후 자녀를 출산한 소득 1.3억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을 지원한다.

주택 구입자금의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1.6~3.3%의 금리가 적용되고, 전세자금은 5억원 이하 전세보증금에 대해 최대 3억원까지 1.1~3.0%의 금리가 적용된다.

■ 전세가격 오름세 속 전세대출 수요 증가할 듯

최근까지 집값이 하락을 이어가는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올해는 전셋값 상승세 속에 전세대출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우선 "전세대출 수요는 역전세 상황이 점차 완화되면서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수도권 전세가격이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하락했던 2022년 중 체결된 계약물량이 올해 중 만기도래하면서 계약 만기시 전세대출 상환액이 감소하고 신규자금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이후 상당폭 감소한 신용대출도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 등을 감안할 때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 올해도 비은행 대출 증가 한계는 여전

올해도 비은행 쪽 대출은 증가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커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6.2만 호 중 수도권은 1.0만 호에 불과한 반면 비수도권이 5.2만 호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DSR 규제 등의 영향도 비은행 대출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연체율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대출규제와 제한적인 대출 증가세...그리고 집값

올해 대출 제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스트레스 DSR 도입이다.

LTV 규제 완화로 대출이 늘어나는 환경이 마련되나 했지만 올해 2월부터는 대출 한도 설정시 변동금리 위험까지 고려하는 스트레스 DSR이 신규 도입됐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대출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해 DSR을 산정하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예금은행 가계대출 신규취급금리(한국은행 공표)를 기준으로 과거 5년 중 최고 금리와 산정시점(매년 5월, 11월) 금리 간의 차이로 계산된다. 금리 유형에 따라 스트레스 금리 적용비율이 차등 적용된다(변동형 100%, 혼합형 60%, 주기형 30%).

한은은 "스트레스 DSR 신규도입으로 일부 가계의 차입가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대출정책 방향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은 가계대출이 당분간 낮은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금은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이 비율이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나라여서 당국은 더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로 100%를 상회하고 있으며, 주요국(2분기 수치)과 비교할 때 스위스(126.0%), 호주(111.1%), 캐나다(103.2%)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집값이 다시 뛴다면 부채비율 하향 흐름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향후 주택시장의 전개 양상 등 가계대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건들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국내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우선 정책금융 상품의 경우 서민·실수요자의 주거안정 등 의도한 정책효과와 함께 가계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 규모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계대출이 차주의 상환능력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는 DSR 규제의 적용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리 인하 문제와 부동산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최근 다시 3.2%대로 내려가는 등 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큰폭으로 밑도는 중이다.

시장은 미국이 6월 정도에 금리를 내린 뒤 하반기엔 한국은행도 이를 추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나,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 등은 한은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 부동산은 한은도 신경을 쓰고 있는 가계부채의 이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 부동산 상·하방 요인을 모두 지켜보는 중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일단 "상반기 중에 정책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밝혀 당장 금리를 내릴 의도는 없음을 알렸다.

이 부총재보는 "부동산 PF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관련 정책당국이 쓸 수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여러 매물 증가세나 부동산 PF 리스크는 부동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 환경 하에서 국내 통화정책 기조 전환, 그리고 그에 따른 금융 상황 완화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가계대출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게 흐를 수 있다. 필요시 가계부채 관련한 추가적 대책을 감독당국과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공개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의 집값·가계대출에 대한 경계감이 엿보였다.

일부 금통위원은 "섣부른 완화기대는 작년 4분기 이후 둔화된 주택가격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민간부채의 추가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가 전망경로를 따라 목표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기조의 완화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다른 위원도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다.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 시점 결정에 있어서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 내부에선 코로나 사태 당시 한국의 '0%대 기준금리 실험'이 집값 상승을 더욱 자극하는 것을 본 만큼 앞으로 금리인하시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였다.

한은의 한 직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엔 정부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금통위가 쓸데없이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린 것도 한 원인이 됐다"면서 "만약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든다면 그 만큼 기준금리 인하는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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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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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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