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주식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와 주가 되돌림...변화하는 수급 길목 지키기

  • 입력 2024-02-26 14:1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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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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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 위주로 발표됐다. 새롭고 산뜻한 재료로 이용될 만한 '지원'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정부는 일회성 정책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 과제로 한국 주식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1차 세미아에 이어 5월 중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 확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원방안 공개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언급했으며, 일본 사례를 거론했다.

최근 일본 주가 급등한 뒤 국내에선 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던 가운데 일본의 사례는 향후 한국판 밸류업 효과에 방향 제시를 해 줄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새롭고 구체적인' 내용도 찾기 만만치 않았던 만큼 투자자 수급의 이동 경로를 선점해서 대응하는 게 낫다는 조언들이 나오고 있다.

■ 기대감 대폭 반영했던 저PBR주, 주가 되돌림 강도 주시

지난 1월 24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하자 저PBR주들은 급등세를 보여왔다.

글로벌 기업 대비 상당히 싸보였던 국내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보험·증권·은행과 같은 금융업종 주식은 최근 크게 뛰었다.

이 네 섹터의 주가는 24일부터 전날(23일)까지 각각 33%, 27%, 26%, 17% 급등했다.

그간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 배당 관련 정책 등을 크게 기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주식투자 관련 세제 혜택 등은 국회를 거쳐야 할 수 있어 총선이 끝난 뒤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당장은 이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뒤 '배당락 이슈'를 감안해야 할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업종인 금융주와 현대차의 배당 기준일이 2월 29일에 집중돼 있다"면서 "금융주와 자동차 급반등의 시작점이 이중 배당 기대였음을 감안할 때 배당락 이후 차익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KOSPI시장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돌아서며 저PBR 업종 위주로 낙폭을 키웠다"면서 "상장기업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유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중장기 지원체계 수립 등이 주된 내용으로 구체적인 계획안이 부재했다. 시장 기대했던 배당 분리과세 등 세제 내용도 없어 실망매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 저PBR 테마가 최근 소외됐던 섹터로 넘어갈지 주목

지난 달 24일 이후 KOSPI가 8% 상승할 때 저PBR 업종의 상승기여도는 60% 수준에 달했다.

즉 주가상승률 8% 중 5%p 가량이 저PBR의 힘이었다.

따라서 이날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와 함께 저PBR주 외의 섹터로 갈아타는 게 낫다는 진단들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수출주, 성장주 등으로 매기가 옮아 갈 수 있어 이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 저PBR 테마로 급등한 주식들 대신 소외돼 있던 삼성전자와 같은 종목이나 수출주 등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경민 연구원은 "2월말 이후 KOSPI 추가 상승은 저PBR주에서 수출주, 성장주로 바톤터치 이후 막판스퍼트를 해갈 것"이라며 "1차 상승 목표치는 2,750p로 추정한다. 확정실적 기준 PBR 1배이자, 선행 PER 기준 11.28배 수준(2010년 이후 평균의 +2표준편차)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목표치로 볼 수는 레벨"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저PBR주가 단기로 쉬어가긴 할 것 같다. 이 구간에 바이오나 이차전지, 반도체 같은 성장주가 틈을 메울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수급의 키는 외국인이 쥐고 있어 이 부분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외국인들은 오전에 파는 척 하다가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다"면서 "외인들이 일본 사례를 보고 중장기적으로 들어오는 건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하라고 말은 했지만, 말이 자율이지 누가 총대 메고 안 하면 안 될 분위기다. 공기업, 재벌들은 뭐라도 계속 내 놓긴 할 것으로 본다. 외인들 수급이 쉽게 안 꺾이면 얇은 조정을 보이다가 다시 은행, 자동차, 지주사 등으로 수급이 들어올 수 있다. 대신 초기처럼 어중이떠중이 다 당기는 수급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당장 조정 오더라도 '주주환원' 큰 그림 바뀐다면...

배당기준일과 주총을 지나면서 저PBR 주식들의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은 적지 않다.

우선은 밸류업 정책 '반작용'을 감안해야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긴 시계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고점을 빠르게 올리진 못하더라도 저점을 꾸준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보인다.

일단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나설 경우 정부는 세제 혜택과 같은 떡고물로 주식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연결시켜 나가려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보인다.

최근 국내 대기업 집단들을 보면 삼성, 현대차 정도를 제외하면 지주사 중심으로 지분이 정리돼 있다. 이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관계가 보다 일치하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진단들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나설 경우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정부정책도 정리되는 듯하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기업들이 자발적 프로그램을 따를 것인지에 달렸고 아마 기업들도 이득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사주 소각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면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비용 절감 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수출 제조업 중심으로 굴러가는 한국 주식시장은 항상 투자 압력을 받고 있으며, 업황 고점에서 이뤄진 투자는 업황 저점에서 실적 부담으로 귀결되곤 했다. 자사주 혜택을 이용해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기업들이 사이클의 저점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면 EPS 감소를 제한할 수 있다. 당기순익을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을 주가 하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고 밝혔다.

■ 계속되는 밸류업 프로그램...글로벌 흐름 변화에 맞춰서 대응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당장 손에 잡히는 새로운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당장 끝나는 이슈도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공시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 등도 진행된다.

9월까지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개발되고 연말까지 관련 ETF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당장 손에 잡히는 세제지원 등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향후 관련 조치들은 시간을 두고 계속 발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한국 주식 제값 받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 변화가 한국물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국면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력은 강건해 보이고 글로벌 재고순환 사이클의 대용치인 PMI 지표는 순환적인 저점에 위치해 있다"며 "이것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은 글로벌 재고순환 사이클과 연동하는 한국 주식시장이 호기를 맞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앞으로 달러는 매력이 높은 곳으로 이전을 시작해야 할 것이며 이는 한국 시장의 메리트를 키울 것"이라며 "중국 역시 최근 수년간의 립서비스에서 벗어나 액션을 취할 때가 됐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는 한국 경제와 한국 주식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면서 굳이 국내에 목을 멜 필요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와 국외 주식시장에 모두 투자하는 한 전문투자자는 "한국 경제와 대표 기업 모두 세상 변화에 뒤쳐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아주 중요했던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경쟁자들이 날아갈 때 삼성(삼성전자)은 퇴보했으며, 한국경제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 경쟁에서 뒤지고 돈을 못 벌면 밸류업 프로그램 따위도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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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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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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