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 인하, 미국의 타이밍과 기타국의 타이밍

  • 입력 2024-02-21 14:1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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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란은행 총재, 출처: BOE

사진: 영란은행 총재, 출처: B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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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물가지표나 경제지표가 대체로 예상을 웃도는 수치를 보여주자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3월에서 5월, 다시 5월에서 6월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상반기 인하가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금리인하 지연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연준 기준금리 인하의 이연이 한은 금리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하는 모습들도 많이 나타났다.

다만 각 국가나 지역별로 물가, 경제지표가 차별화되는 모습이어서 주요국 가운데 미국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나라들이 등장할 것이란 관점도 제시된다.

■ 예상보다 도비시했던 영란은행 총재의 발언...'상반기 인하 전망 재강화'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20일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이르기 전에 금리인하 개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베일리는 재무부 선정위원회(TSC)에서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하강하고 있다"면서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떨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베일리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해선 함구하면서도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불합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영국 통계청(ONS)은 1월 CPI가 전년비 4.0%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12월 상승률과 같은 것이었으나 예상치(4.2%)는 밑돈 것이었다. 근원 CPI도 전년비 5.1% 올라 예상치(5.2%)를 밑돌았다.

이달 초 BOE는 통화정책회(MPC)에서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한 바 있다.

당시 금리 동결은 6:3으로 결정됐다. Haskel과 Mann 두 위원은 12월과 마찬가지로 25bp 인상 소수의견 제시했으나 Dhingra 위원은 25bp 인하를 주장했다.

2월 회의에선 인상과 인하 소수의견이 모두 나온 가운데 '필요시 추가 긴축을 단행할 것'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또 이 시점에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휴 필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한 바 있다.

이후 이번에 총재가 나서서 이 말을 보증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영란은행 총재의 도비시한 발언으로 20일 영국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6.90bp, 8.29bp 하락한 4.2135%, 4.5189%를 나타냈다.

아울러 상반기 중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 강해졌다.

한편 지난해 영국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영국 경제가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영국 GDP 성장률은 작년 3분기 0.1%, 4분기 0.3% 하락했다.

다만 베일리는 침체의 깊이는 매우 얕을 것이라고 했다.

■ 미국 인접국 캐나다, '물가지표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빠를 수도'

캐나다에선 1월 CPI가 작년 말에 비해 큰폭으로 둔화했다.

20일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CPI는 전년비 2.9% 올라 예상(+3.3%)과 작년 12월(3.4%) 수치를 크게 밑돌았다.

CPI가 3%를 밑돈 것은 작년 6월 2.8% 이후 7개월 만이다. 작년 6월 CPI는 2.8% 상승해 2021년 3월(+2.2%) 이후 27개월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예상을 밑돈 CPI 결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최근 금리인하 기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BOC는 작년 9, 10, 12월 그리고 올해 1월 24일 기준금리를 5.0%에서 동결했다. 통화정책 회의에서 4회 연속 동결한 것이다.

1월 회의 당시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BOC 논의가 이제 금리인상 폭에서 기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인상이 경기 둔화에 도움이 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아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CPI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둔화되자 금리 인하 기대감을 펌프질하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CIBC의 앤드류 그랜덤 연구원은 "전반적인 소비자 수요 부진이 마침내 재량지출의 많은 항목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6월로 예상되는 첫 번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버나이트 스왑 트레이더들은 BOC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 4월 인하 확률을 기존 25%에서 50% 수준으로 상당폭 높였다.

맥킨지투자의 레슬리 마크스 주식 CIO는 "BOC가 연준보다 앞서서 움직일 수 있는 문이 열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호주 국채10년물 금리는 20일 6.68bp 하락한 3.5163%, 국채2년물 수익률은 12.47bp 급락한 4.1680%로 내려갔다.

■ 유럽의 부진한 경기...'미국보다 먼저 인하 시작할 가능성'

코로나 사태로 대변되는 지난 4년 동안 주요국 통화정책은 대체로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국 사정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가 미국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견해들도 등장했다.

특히 유로존에선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강해졌다.

미국에선 노동시장이 견조한 데다 인플레 둔화 속도가 더뎌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유럽에선 경기 둔화가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중앙은행은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독일은 지난 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침체 국면에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유럽 최대 경제국의 통화당국은 "취약한 해외 수요, 고금리에 따른 국내 투자 둔화, 소비자의 소극적 지출 등으로 경기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판단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앞으로 1년 뒤 미국 정책금리가 100bp, 유럽은 125bp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유럽 쪽 인하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늘어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 중국의 금리 낮추기...'부동산 침체 대응과 한계'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4.20%에서 3.95%로 25bp 낮췄다.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낮춘 것이다.

다만 1년물 LPR은 6개월 연속 3.45%를 유지했다.

중국은 지난 18일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한 바 있다.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동결하자 대출우대금리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시장 일부의 기대대로 5년 LPR 금리는 인하해 부동산 시장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 관계자들은 "모기지 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5년물 LPR을 인하했다는 점은 부동산 수요를 촉진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경제 구조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이 깔끔히 걷힌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기존의 부동산 경기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들도 나왔다.

■ 금리 더 올려야 하는 나라도 있다...'오세아니아 블럭의 추가 인상 가능성'

뉴질랜드는 통화정책의 '물가 대응'을 유행시킨 나라다.

지난 1990년 뉴질랜드에서 물가상승률 목표가 등장한 뒤 다른 나라들이 이를 따랐다.

현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2%를 물가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올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의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를 기록해 RBNZ의 목표범위(1~3%)를 크게 상회했다.

현지 주요은행 ANZ는 RBNZ가 2월과 4월에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은행 전망대로라면 기준금리는 현재의 5.5%에서 6%로 올라간다.

ANZ는 뉴질랜드의 금리 인하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호주 중앙은행도 추가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호주의 1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하기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이 정체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해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상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 일본의 변신 준비...'금리 정상국가'로 회귀 노려

일본의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

만성적인 저물가와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 통화정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은 2016년 1월 0%였던 정책금리를 -0.1%로 내린 후 7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3.1%로 뛰어 4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시장에선 BOJ가 임금과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 선순환을 배경으로 이르면 통화정책을 4월 중에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졌다.

우에다 BOJ 총재는 최근 "2% 물가안정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 한국 금리 인하는...'미국 종속변수 인식 여전'

최근 유로존 등 주요 권역 금리 인하 시점이 미국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견해들이 강해진 가운데 한국의 금리 인하는 미국의 종속변수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다만 일부에선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B 증권사 채권딜러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6월로 이연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내는 PF 문제 등이 있어 미국보다 먼저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연준 인하를 확인하고 후행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미국 쪽에서 좀더 구체화된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이 내린 뒤 일정 텀을 두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강하다.

C 증권사 딜러는 "미국이 6월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우리는 8월 정도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 물가의 확고한 안정을 자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아울러 한은이 가계부채나 부동산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내일 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어느 정도의 스탠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시장에선 이창용 한은 총재의 멘트가 딱히 도시비해질 이유가 없다거나, 딱히 더 매파적으로 변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예상도 많다.

D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지금까지 한은 총재의 발언은 대체로 매파적이었다. 당장 이번 회의에서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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