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9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웃돈 美 CPI·PPI 직후 나온 은퇴자 불라드의 '소수의견'

  • 입력 2024-02-19 11: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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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노동부는 16일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0.1%)와 전월치(-0.1%)를 상회한 것이며, 전월비 0.3% 상승은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0.9%를 기록해 예상치(0.6%)를 웃돌았다.

지난 1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5% 올라 예상치(+0.1%)와 전월치(-0.1%)를 웃돌았다. 전년동월비는 2% 오르면서 예상치(1.6%)를 상회했다.

식품과 에너지, 유통서비스를 제외한 PPI는 전월에 비해 0.6%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월 PPI 상승은 병원 외래진료비(2.2%) 등 특정 의료 서비스 부문, 금융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5.5%) 등 서비스 부분이 0.6% 올라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CPI에 이어 PPI가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했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22~23년 금리 인상기 연준 내 가장 강력한 매파였던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당장 3월에 금리를 내리자고 제안해 주목을 끌었다.

■ CPI 이어 PPI도 시장 압박

예상을 웃돈 PPI에서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높은 임금 상승률, 주가 상승 등이 물가 오름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 높은 수준의 생산자물가가 향후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1월 CPI는 전월비 0.3%, 전년비 3.1% 올라 예상치(0.2%, 2.9%)를 상회한 바 있다.

당시 근원 CPI도 전월비 0.4%, 전년비 3.9% 올라 예상치(0.3%, 3.7%)를 상회했다.

CPI 발표 이후 PPI도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자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비빌 언덕은 좁아졌다.

■ 시장 전망은 연준 전망에 굴복

연준 관계자들은 여전히 지난 점도표 수준의 금리 인하 횟수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는 시장이 연준의 전망에 키를 맞추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지표들이 엇갈린 측면이 있었지만 물가 지표가 예상을 웃돌아 일단 시장의 기대감은 과도했던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여름 금리인하 개시, 연중 3회 정도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진단들이 나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6일 여름 쯤 금리인하 개시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보스틱은 "연준이 여름에 금리를 보다 중립적인 스탠스로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개인적인 전망"이라며 "올해 두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빨리 냉각되면 세 차례 인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6일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가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금리인하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지만 행동에 나설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6월 정도로 이연시켰다.

■ 타이트한 물가, 그러나 불라드는 '당장 내리자'

물가지표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3월 금리 인하가 현명하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보도했다.

불라드는 작년 8월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직을 사임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불라드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 연설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빨리 인하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그 속도는 더욱 느리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라드는 올해 말 인플레이션이 2%에 가까워지면 연준의 기준금리가 성장을 촉진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중립적인 수준을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더욱 빠르고 강한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3분기에 접어들면 정책금리가 너무 높아질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면서 지금 인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6번의 금리인하를 하겠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연준은 현재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번만 움직일 것이며 그 이상은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힐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견고해 연준의 3월 금리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연준 방향 제시자 불라드, 이번에는 과연...

불라드는 연준이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고 금리를 지금의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다가는 올해 하반기에 경제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본다.

불라드는 22~23년 연준의 금리 인상기에 누구보다 강도높게 금리를 올리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지난 여름에도 불라드는 추가인상 필요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입장을 상당히 바꿨다.

지금은 연준에서 퇴직했지만 불라드가 금리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해 온 만큼 '현재의 연준'과 다른 관점이 얼마나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불라드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가 3% 아래에서 2% 타겟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며 금리인하와 관련해 "더 늦게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연준에서 은퇴한 불라드, 이번엔 조기인하 '소수의견'

불라드는 지난 2021년 6월 FOMC 때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한다고 했다. 2021년 6월 FOMC 당시 2022년 중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그 시절 연준 점도표는 2023년 정도에 2차례 가량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그 때엔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23년에도 0%대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였다.

하지만 불라드는 연준이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자 다른 연준맨들보다 크게 높은 금리 상단을 제시하면서 앞장서서 금리 인상을 독려했다.

이후 2022년 11월 연준이 무려 '4번 째' 75bp 인상을 단행한 뒤 불라드는 미니멈 기준금리 '5~5.25%'를 제시했다.

당시 그는 40여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인플레를 낮추기 위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의 기준금리' 5~7%를 제시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작년 7월 5.25~5.50%로 인상된 뒤 멈춰선 상태다.

최근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연되는 상황에서 불라드는 '일단 3월에 내리고 상황을 보자'는 의견을 제시해 결과가 주목되는 것이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연준은 인플레 억제에 실패했던 1970년대를 제외하면 정책금리를 제약적 수준으로 유지하되 인플레 둔화에 발맞춰 금리인하를 실시했다"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연되더라도 연준의 금리인하 조건은 상반기 중엔 충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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