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8 (목)

(장태민 칼럼) 황조롱이 거론한 금통위원...'국제통' 전성시대 맞은 금통위

  • 입력 2024-02-15 14:3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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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 신임 황건일 금통위원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 신임 황건일 금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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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조동철 전 금융통화위원(2016년 4월~2020년 4월)은 임명 당시 흥미로운 취임사를 해 주목을 끈 바 있다.

KDI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가 금통위원이 됐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비둘기파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KDI가 도비시한 통화정책을 주문해 온 데다 그의 평소 발언 등을 감안할 때 '비둘기'라고 예상하는 것은 매우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평가가 부담이었던 조 전 위원은 임명 당시 "나는 뚱뚱해서 날지 못한다"는 '셀프 디스' 답변까지 동원하면서 비둘기로 의심받길 원치 않았다.

■ '황조롱이' 거론한 신임 금통위원

이번주 황건일 금통위원은 13일 취임사를 한 뒤 자신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조동철 전 위원의 답변을 떠올리는 말을 했다.

우선 조 전 위원은 임명 전 '비둘기'라는 의심을 많이 받았지만, 황 위원에겐 일단 그런 식의 굴레가 없었다.

그럼에도 황 위원은 '매파냐 비둘기파냐'라는 질문을 받자 "새가 참 많은데 왜 비둘기하고 매만 묻는지 모르겠다. 소쩍새도 있고 솔개도 있고 황조롱이도 있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조 전 위원의 '뚱뚱해서 날지 못하는 비둘기'라는 답변 만큼 인기는 없었지만, 꽤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황 위원이 올빼미과, 매과 조류들을 거론을 자신을 '매와 비슷한 류'라고 홍보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일었다.

소쩍새, 솔개, 황조롱이는 올빼미과나 매과에 속하는 맹금류 계통이다 보니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에선 그의 취임사에 매파로 의심할 만한 단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였다.

물가가 둔화되고 있는 흐름이지만 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황 위원은 취임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오름세가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부동산 대출,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으로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둔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과거와 다른 경제의 불록화와 분절화'로 꼽기도 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금리결정과 관련한 그의 개인적인 성향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황 위원이 소쩍새 등을 거론하면서 '매나 비둘기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객관적으로 상황에 맞게 결정을 하는 게 낫다. 당장 제 성향을 모르겠다. 이분법적인 것은 제 개인 성향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2027년 4월까지 금통위에서 머물게 될 황 위원의 성향은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날지 못하는 비둘기의 멋진 거짓말

현재 KDI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동철 전 금통위원은 결과적으로 비둘기였다.

그것도 그의 말과 달리 훨훨 잘 나는 비둘기였다.

일부에선 그를 두고 금통위 역사상 가장 비둘기적 성향이 강했던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 그는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로 도비시한 행보를 거듭했던 인물이었다.

2010년대 중후반 금통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금리인상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예컨대 2017년 10월 금통위의 매파였던 이일형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뒤 11월에 금리가 인상됐다. 그 때 그는 반대하면서 혼자 소수의견을 냈다.

2018년 11월 금통위가 1년만에 다시 금리를 올릴 때도 그는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2019년 금리인하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될 때는 누구보다 빨리 인하 의견을 냈다. 2019년 5월 그가 인하 소수의견을 낸 뒤 7월엔 금리가 인하됐다. 그는 8월에도 인하 의견을 냈으나 소수의견이 됐으며, 결국 10월에 그의 바램 대로 인하가 이뤄졌다.

이후 코로나 사태 발발 전부터 그는 쉼없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금리가 동결됐던 2020년 1월과 2월에도 조 위원은 인하를 주장했다. 그의 주장 등으로 2020년 2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25%로 낮아졌으며, 이후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도 기준금리가 0%시대(0.5% 최저)에 진입한 바 있다.

조 전 위원은 취임사 때 멋진 말을 하면서 '성향'을 숨기려 했지만 뜻 대로 되지 않았다.

금통위원들은 통상 취임 당시 매, 비둘기로 구분하지 말아 달라면서 한국경제 상황에 적합한 의견을 낼 것이고 밝히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의욕에도 불구하고 인물 고유의 성향에 근거한 '바이어스'는 없어지지 않는다.

또 경험적으로 볼 때 금통위 내에선 한은 출신 금통위원들이 매파에 가까웠고, 정부 관료 출신이나 정부 추천 금통위원이 비둘기파에 가까웠다.

■ 매에 가까웠던 두 인물 대체자도 관심

향후 황 위원의 성향과 함께 조만간 임기 만료를 앞둔 두명 금통위원의 후임자도 관심이다.

서영경·조윤제 금통위원의 임기는 올해 4월 20일로 끝났다.

두 사람은 최근 금통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포지션을 잡았던 인물이다.

2021년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에서 인상되던 시기였다. 그 해 여름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가기 전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당시는 집값 폭등으로 한은에 대한 세간의 비난도 빗발 치던 때였다. 한은 내부에서까지 기준금리를 굳이 0.5%까지 내려서 집값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냐는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고 위원이 7월 인상 소수의견을 낸 뒤 8월에 기준금리는 0.75%로 인상됐다.

이후 고 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서영경 위원 등이 금리 추가 인상을 주도했다.

서 위원은 10월에 인상 소수의견을 냈으며, 11월엔 기준금리가 1%로 올라갔다.

당시 인상 주장이 나올 때 주상영 위원이 계속 동결을 주장하면서 맞섰다.

조동철 위원같은 '비둘기파 대부'가 떠난 뒤 주 위원은 힘겹게 인상 반대를 외쳤다. 때론 신성환 위원을 규합해 50bp를 올리자는 주장(22년 10월)에 대해 딴지(25bp만 올리자)를 걸기도 했다.

23년 1월에도 이들은 힘을 합쳐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하는 데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조윤제 위원은 3.5%로 인상하는 데 반대할 게 아니라 3.75%(2월)까지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상대적으로 매파 성향이 강했던 두 인물이 퇴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들이 어떤 성향을 띌지도 관심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파였던 두 사람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면 금리 인하를 원하는 시장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고 주장했다.

■ 국제통 라인이 중심 잡는 금통위

금통위에선 이창용 한은 총재 그 자신이 대표적인 국제통이다.

이창용 총재는 그간 신현송 BIS 국장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한국 출신 경제학자로 꼽혀왔다.

이 총재는 IMF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오랜기간 재직하는 등 국제금융에 밝은 인물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해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으며,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올해 1월부터 통화경제국(MED) 국장을 맡게 됐다. BIS 내 조사국과 통화경제국이 통합되면서 신 국장이 두 부서를 총괄하게 됐다.

한국 출신의 두 국제적인 인물이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매인지, 비둘기인지 밝히지 않고 한국은행에 둥지를 튼 황건일 신임 금통위원 역시 국제통이다.

황 위원은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지낸 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일했다.

금통위엔 또 한명의 국제금융에 밝은 인물이 있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부총재는 뉴욕사무소장, 국제국장, 국제업무 담당 부총재보 등을 지낸 국제통이다.

유 부총재는 특히 한국이 캐나다, 스위스 등 여러나라와 통화스왑을 한창 체결할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시장에선 금리정책과 관련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을 본 뒤 한은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들이 금통위를 주도하는 통화정책 구도에선 한국의 통화정책도 글로벌 흐름과 떼내 생각하긴 더더욱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 금통위를 국제통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라며 "총재 역시 한은 통화정책이 연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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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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