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10시42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CPI 서프라이즈...기준금리 위·아래로 뛴 국고채 금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3%를 넘어섰고 2년물은 4.6%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 여파로 국내 금리들도 점프했다.
국고3년 금리가 3.4%대 중반으로 뛰었고 국고10년은 기준금리(3.5%)를 넘어섰다.
■ 美 CPI 서프라이즈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2%)를 상회했다.
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3.1% 올랐다. 작년 12월 3.4% 상승보다는 낮아졌지만 예상치(+2.9%)를 웃돈 것이다.
근원 CPI도 전망을 웃돌면서 기대와 다른 수치를 보여줬다.
근원 CPI는 전월비 0.4% 올라 예상(+0.3%)을 상회했다. 전년 동월비로는 3.9% 상승해 예상(+3.7%)을 웃돌았다.
주거 관련 물가가 전월비 0.6%, 전년동월비 6.0% 뛰었다. 헤드라인 CPI 상승분 중 주거관련 상승분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슈퍼코어 물가는 전월비 0.9%나 올라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1월 CPI는 인플레이션 둔화로 조만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결국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말대로 금리 인하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인하 확률이 10%를 밑도는 한 자릿수로 하락하는 등 인하 기대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특히 5월 인하 확률도 30%대에 그치는 등 금리인하 기대감이 점점 더 이연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현재로선 첫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6월로 밀려났다. 아울러 지금의 금리인하 시기 지연 분위기라면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강해졌다.
■ 美CPI, 금리시장에 충격...손절 플로우 가늠해야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일 13.12bp 급등한 4.315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7.87bp 뛴 4.4638%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10년 기준 4.2% 레벨을 단기적인 박스의 상단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면서 단중기 금리 상승폭은 더욱 컸다.
미국채2년물은 16.93bp 급등한 4.6578%, 국채5년물은 17.02bp 상승한 4.3193%를 나타냈다.
국내 시장의 국고채 금리들은 이제 기준금리 위, 아래로 포진하고 있다.
국고2년과 10년 금리는 기준금리 레벨인 3.5%를 넘어섰다.
저가매수할 때라는 견해도 나오지만 당장은 손절 플로우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손절장이어서 금리 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년이 3.5%를 넘길 수도 있는 만큼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올해 금리인하야 하겠지만 일단 소나기를 피해야 한다"면서 "숨고르기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중앙은행과 채권시장의 기싸움...경제지표는 통화당국 손 들어줘
중앙은행과 시장의 힘 대결에서 경제지표가 통화당국의 손을 들어주자 채권투자자들은 조심스러워졌다.
아울러 그간 시장이 중앙은행의 발언을 너무 무시해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미국채 시장은 연준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다가 당했다. 비농업에 이어 CPI까지 카운터 블로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시장도 미국을 따라했지만 결국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지금은 손절이 더 나와야 저가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금리인하가 미국보다 늦을 것이란 전망이 컨센서스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이연은 국내 플레이어들도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D 은행의 한 딜러는 "그동안 시장과 중앙은행 사이에 금리인하를 놓고 간극이 컸다. 이를 좁히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조정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연말까지 너무 과하게 당겨서 세진 부분들 되돌리는 수준"이라며 "매매자들 상당수가 밀리면 사자이긴 하지만 이제 과감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국고채, 기준금리 레벨 3.5% 위·아래에서 갈등
최근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도 국고3년 기준 3.3%대에선 대기매수가 진입했지만 미국발 악재로 금리 레벨은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이제 국고채 금리들이 기준금리 수준 위,아래로 도열한 가운데 추가 약세룸, 저가매수 레벨 등을 놓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3년이 3.5%에 거의 다 와서 추가로 밀릴 룸은 적어 보인다"면서 "바로 강해지는 것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저가매수 레벨이어서 매수를 노리는 곳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절은 일부 나왔다. 추가로 손절 나올 게 많을지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발 추가 악재 가능성 등으로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저가매수는 위험하다는 진단도 보인다.
D 은행 딜러는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이어서 레포금리 등을 감안하면 올해 결국 인하한다고 하면서 매수로 접근하기엔 다들 좀 조심스럽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발행이 없다보니 그간 공사채, 은행채, 여전채 모두 스프레드가 과하게 축소됐다. 국고, 통안 지표채 절대금리가 올라오면서 크레딧물들의 과했던 부분에 대한 되돌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시기 이연에 따라 역마진을 견디는 체력이 저하된 측면을 감안해야 하지만, 금리 인하가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저가매수 지점을 포착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F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1월 미국 CPI 발표로 5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 이후로 밀린다고 보면 역마진 구간에 있는 채권들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OER이 렌트와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 점이나 서비스 물가의 일회성 요인을 감안할 때 1월 CPI를 확대해석할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기저효과 때문에 상반기까진 물가 궤적 또한 나쁘지 않아서 5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쉽게 꺽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리 또한 기준금리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에서 꾸준히 저가매수가 유입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