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끝나지 않은 악재 속 주식시장의 지지라인 찾기

  • 입력 2024-01-18 15: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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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11~12월 랠리를 연출했던 국내 주가지수가 새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11월 11.3% 급등한 뒤 12월엔 4.7% 오르면서 새해엔 3천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코스피는 11~12월 두달간 16.6% 뛰면서 2023년을 상승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24년 시작과 함께 주가는 고꾸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지지선을 찾느라 분주하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8.3% 하락했다. 거의 정확히 11~12월 랠리장 상승분의 절반을 토해낸 것이다.

■ 1월효과 기대감이 무너진 이유...그리고 수급 상황 이용해 한국시장 타격한 외국인

2024년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이유로는 11~12월 주가가 많이 오른 데 따른 반작용을 꼽을 수 있다.

지난 연말에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과도하게 반영한 탓에 해가 바뀐 뒤 상황이 되돌려진 것이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이유로는 △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주의 실적 실망감 △ 이스라엘, 예멘 등 해외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 환율 급등 △ 외국인 한국 주식 매도 △ 중국 경기 부진 등을 들 수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주식시장의 성과는 주요국 중 가장 나쁜 편에 속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과는 극히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2024년 연초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을 되돌린 주체는 외국인이다.

삼성그룹 블록딜을 제외하고 외국인은 연초 이후 KOSPI를 1.3조원 가량 순매도했다. 그런데 현물 매도보다 훨씬 돋보인 것은 선물 매도였다.

외국인은 KOSPI200 선물시장에서 5.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매도를 단행했다.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벌인 양매도는 국내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를 자극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들이 고꾸라졌다.

외국인의 매도 사유로는 글로벌 요인과 국내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요인으로는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가 첫손에 꼽힌다.

국내적으로는 삼성전자, LG엔솔, LG전자 등이 줄줄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해 한국 기업들의 실력 저하를 우려하게 만들었다.

■ 이번엔 좀더 신경쓰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그리고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도 꽤 신경이 쓰이는 재료다.

이스라엘, 예멘 등 중동지역 리스크는 진행 중이던 가운데 미국-이란의 충돌 가능성이나 여타 주변국의 참전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리스크도 새롭게 부각됐다.

그간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명백했지만, 이번엔 북한의 도발 수위가 달라졌다면서 이전보다 재료로서의 비중을 더 주려는 모습들도 보였다.

북한 이슈와 관련해 중요한 건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의 반응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이란의 참전보다 북한의 도발을 더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미-일-서구 등 자유진영과 북-중-러-이란 등 권위주의 블록간 갈등이 커지면서 전선(戰線)이 더 확대되고 있어 2024년이 정치적 격변으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무튼 2024년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이 맞물린 이유는 외국인의 매매 패턴 때문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수출업체의 이연된 달러 네고 물량이 출회됐지만 외국인들이 통화선물로만 207만달러를 사들여 원화는 1월 17일까지 4.18% 절하됐다"면서 "자산군이 다르기는 하나, 유가와 단순히 비교하면 이란의 참전보다 북한의 전쟁 개시를 더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외국인의 이런 매매가 아이러니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전쟁을 경험해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보다 전쟁 경험이 없고 어린 김정은의 불확실성이 더 부담스럽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총선이 4월에 예정돼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한국 자극하기는 더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당장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소되기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은행이 1,345원 내외에서 한은이 환시 개입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 속도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상단을 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주가, 악재 반영 정도 고려하면서 지지선 찾기

주가가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선 외국인이 돌아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말 과도한 매수의 반작용이 끝나는 시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작년 11~12월 2000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선물 순매수를 기록했다. 23년이 8.5조원으로 가장 컸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연말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패턴은 기관의 배당연계 차익매수(선물 매도+현물 매수)와 연계돼 있었다"면서 "기관은 작년 11~12월 선물을 7조원 순매도하고 현물은 7.8조원 순매수했으며, 이 규모는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였다. 이례적인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뒤 1월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수급 후폭풍이 나타났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1월 들어서 전일까지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5.4조원을 순매도했다. 11~12월 유입금액을 감안하면 아직 3.1조원 수준의 잠재 매도금액이 남아있다"면서 "기관 현물 잠재 매도금액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기관의 수급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에서 마침 국내 대표주들의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자 주가가 고꾸라졌다. 반도체와 2차전지의 대표주자이자 한국시장을 상징하는 종목들인 삼성전자, LG엔솔 등이 부진한 성적표를 제시하자 주가가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리스크가 여전히 걷히지 않은 가운데 악재도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지지라인을 찾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KOSPI 2,400선 전후에서 지지력 확보 가능성은 높다. 12개월 선행 PER 9.55배(10월말 저점)가 2,360선대에 위치해 있다"면서 "12개월 선행 PBR 0.82배(23년 이후 평균의 -2표준편차)와 확정실적 기준 PBR 0.856배(23년 이후 평균의 -2표준편차)가 각각 2,400선과 2,370선에 위치해 있어 바닥은 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OSPI는 2005년 이후 적정 PBR을 10% 하향 이탈했을 때가 매수기회였다. 이 지점에선 1년 후 수익 확률은 75.9%, 평균 수익률 11.4%였다"면서 "PBR이 0.9배 이하 진입시 가격 매력이 본격화 되되며 지수로 볼 때는 2,380 이하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대략 주가가 더 밀리더라도 2,400선 아래에서 매수할 경우 높은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걷히지 않은 악재들과 외국인이 수급으로 미는 강도, 그리고 주가가 빠진 정도 등을 고려하면서 저가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두달 동안 올렸던 것을 단기간에 강하게 되돌렸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진짜 전쟁이 나는 건가 하는 의심마저 생겨났다. 실적시즌 들어서자 마자 삼성전자는 초를 쳐 실적개선까지 확인하려는 보수적 태도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를 내린다던 중국은 내리지 않았고 지정학적으로는 중동, 대만 리스크에다 한국도 본격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보인다"면서 "연초부터 아주 피곤한 장"이라고 말했다.

이 베테랑 펀드매니저는 그러나 주가의 적극적인 반등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면서도 주가의 재반등 가능성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작년 11월 이후 상승분의 절반은 뱉어냈다. 고점 대비로도 9% 빠져서 단기 반등은가능한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다만 새로운 모멘텀이 확실히 나와줘야 전고점을 다시 트라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락 이후 코스피지수는 이날 기술적 반등을 시도했으나 힘은 다소 부치는 모습이다。

자료: 11월 이후 코스피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월 이후 코스피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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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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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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