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24년 통방과 금리시장...그리고 해를 넘어온 태영건설 사태

  • 입력 2024-01-02 13:4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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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3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3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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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연말에 발표한 '2024년 통화정책 방향'에서 다시 한번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통화당국은 지난주 목요일(28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할 것"이라는 내용을 의결했다.

기준금리와 관련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 한은, 물가상승률 2%는 4분기 이후...정책전환 위해선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 필요

한은은 2024년 통방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올해 4분기 이후에나 목표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화긴축의 강도와 지속 기간은 물가 흐름과 함께 경기 상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기로 했다.

성장률과 관련해선 수출 회복세에 비중을 뒀지만 불확실성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성장세는 소비 등 내수 회복이 더디겠지만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와 성장 전망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가계부채 누증 위험과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금융기관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물가와 경기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 인하 사이클 앞에 둔 강세 흐름 vs 그간 지나쳤던 기대감은 되돌려져야

한은의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과 관련해선 미국의 금리인하 시작 시기와 강도가 중요해 보인다.

시장에선 미국이 조속히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국내 역시 상반기 중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이는 곧 미국이 인하 사이클 진입에 미적거린다면 국내 역시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 금리 흐름과 관련해선 지난해 말 각국 시장금리가 '인하 기대감'을 크게 반영하긴 했지만, 인하 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금리는 계속해서 하단을 낮출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시장 예상대로 미국이 3월부터 내린다면 한은도 올해 3차례 정도 내릴 수 있지 않나 한다"면서 "아울러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동되면 연중에 내년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면서 금리는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보거나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룸에 차이가 크다고 보는 쪽은 다른 진단을 내놓는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이 5,6번 내리더라도 한국의 인하는 1,2번에 그칠 수 있다"면서 "여전히 한은 스탠스는 매파적이고 작년말 금리 2차례 인하까지 반영한 데 따른 반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2024년 초 금리 급등세로 출발

새해 첫 거래일 국내 금리는 급등하면서 출발했다.

미국채 시장의 2023년말 움직임, 발행물량 정상화 등을 반영하면서 일단 과도했던 부분을 되돌리고 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월 28일과 29일 각각 4.43bp, 3.94bp 상승했다.

10년 금리는 27일 10.32bp 급락한 뒤 반작용 등으로 연말 이틀간 상승한 것이며, 이날 국내 금리시장도 큰폭으로 밀리면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10년 국채선물이 원빅 이상 밀리는 등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엔 작년말 랠리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연초 입찰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연말 금리가 너무 빠진 데 따른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태영 사태에 따른 PF, 크레딧 채권 등 영향도 주시

지난 달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PF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진 점도 관심사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부진을 이어가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태영건설 자체적으로 재무상태가 크게 나빠진 점 등이 워크아웃 신청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태영건설은 50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태영건설은 결국 감자 후 채무재조정 등 채권은행 관리절차를 밟게 됐다.

연말 터진 태영건설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은 엄정한 구조조정 원칙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총력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50조원+α 수준의 시장안정책을 가동한 이후 부동산 PF와 건설사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추가돼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중인 가운데 필요시 추가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필요시 한은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당장은 태영 사태의 파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지만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연말 열렸던 F4 회의에서 당국은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인 데다 다수 금융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권 스스로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며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사업장 재구조화도 촉진한다.

당국은 "분양계약자가 있는 22개 사업장은 차질없는 분양 이행 등 원활한 입주를 지원하고 필요시엔 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대금을 환급하는 등 수분양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581개 협력업체은 이미 가입된 건설공제조합 보증 등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적기에 지급하는 동시에 태영건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채무를 1년간 상환 유예하거나 금리 감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한은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의 경험을 살려 태영 사태가 다른 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이 사태가 신용채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동시에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태영 사태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크레딧 이벤트에 대한 경계감이 조속한 금리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상황이 크레딧 이벤트 발생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지난해 확인한 것처럼 당국은 개별 크레딧 사건에 대한 대응과 통화정책적 대응은 차별화해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태영 사태에 다른 PF 위기 확산론 등을 근거로 조기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진단도 많은 편이다.

일단 태영건설 사태는 '예고된 사고'였을 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는 무리하게 PF시행사업을 확대한 결과로 인한 개별회사 특유의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이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는 물론이고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물론 지난해 후반부 신용 스프레드 축소 등이 이어진 만큼 태영 사태가 이런 흐름을 제어하고 섹터별, 그리고 상하위 등급간 차별화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연초 해외 영향, 작년 후반부 과도한 랠리 등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시작하고 있다. 특히 크레딧 채권도 작년 하반기 과하게 달린 상태에서 태영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당분간 특정 섹터나 하위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확대된 시장안정조치, 출처: 금융당국

자료: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확대된 시장안정조치, 출처: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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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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