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자율시장 24년 키워드는 시장과 통화당국 간극 줄이기...PF 이슈도 주목

  • 입력 2023-12-28 10:57
  • 장태민 기자
댓글
0
사진: 태영건설 홈페이지

사진: 태영건설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금융시장이 사실상 2023년 마지막 거래일을 맞이한 가운데 상당수 투자자들은 2024년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통화당국과 시장간의 '금리인하 기대 간극 좁히기'를 거론하고 있다.

예컨대 연준이 3회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시장에선 5~6회 정도의 인하를 기대하고 있어 어느 쪽이든 양보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금리는 내년 2차례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건은 미국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금리를 내릴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 시장금리는 연말 랠리 벌어면서 통화완화 기대 계속 반영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7일 10.32bp 급락한 3.7953%를 기록해 3.8%를 하회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10월말만 하더라도 4.9317%로 거의 5%에 근접한 상황이었지만, 두달이 지난 한해 마무리 시점인 현재 크게 낮아져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유럽 지역에서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10월 하순 2.8%대에서 등락하다가 현재는 1.8%대로 레벨을 낮춘 상태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0월 하순 4.7%대에서 등락하다가 현재는 3.6% 초반으로 내려앉아 있다.

국내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국고10년물 금리는 10월 하순 4.3% 내외에서 이날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3.2%를 뚫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3년 금리도 10월말 4.085%에서 3.1%대로 내려와 있다.

국내 국고채 금리들은 장단기 스프레드는 줄이면서 붙고 있다.

■ 연준 인하 →한은 인하 감안하면서 인하 강도 가늠

국내시장은 내년 미국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높은 강도로 금리를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한은이 연준의 움직임을 상당 부분 추종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물시장 기대처럼 미국이 3월 시점 등 조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국내의 인하 스타트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국내는 2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75bp 인하한다는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보고 있다"면서 "국고3년 금리는 2.50~3.60% 범위에서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매니저는 다만 "관리 물가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국내 소비자 물가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2% 후반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로 늦춰질 가능성 정도의 불확실성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기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나타났던 시장 금리 하락 패턴이 내년 전반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하 강도에 따라 국내 역시 인하폭이 달라질 수 있어 한국 통화완화는 미국 정책에 일정부분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인하폭에 대한 관점은 차이가 난다.

아울러 현재까지 반영한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도 감안하고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내 금리가 최근 1.5번 이상의 금리인하를 반영한 뒤 오늘 더 강해지면서 1.7번 가량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미국의 인하 강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대략 내년 한은의 금리인하는 2번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100bp(4번) 정도 내리면 한국은 1번, 150bp 이상 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2번 정도로 보는 게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냉랭한 부동산 경기

최근 위기론에 휩싸였던 태영건설은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10위권 중후반 정도의 유명한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PF 부실 문제가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태영의 위기가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따라 크레딧 금리의 상승 등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문제가 확대되는 정도에 따라 일정 부분 금리정책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투자자들 사이엔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떠올리면서 상황 전개를 가늠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 10월 PF 위기는 금리 인상의 여파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국내 금융당국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다만 문제가 된 곳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취하면서 '큰 칼'인 정책금리 활용과는 거리를 뒀다.

부동산 경기의 어려운 국면은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늘어나던 아파트 거래량도 하반기부터 다시 크게 움츠려들었다.

올해 아파트 공급은 23만가구 남짓으로 작년의 37만호 수준에서 대폭 감소했다. 이는 2010년(17만호 남짓)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부동산 경기가 조속한 시일 내에 살아나기 힘든 가운데 시행사, 시공사들은 얼어붙은 분양시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월말 기준 국내 미분양 물량은 5.8만호 정도로 2월(7.5만호) 대비 20% 이상 줄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지표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같은 기간 8500호 남짓에서 1만호 이상으로 늘었다.

일부 투자자는 태영건설이 '시발점' 아닌가하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 PF 위기, 통화정책과 신용채에 미칠 영향은

이자율 시장에선 태영 사태가 통화정책이나 신용채권 등에 미칠 파급도 감안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통화당국이 특정 섹터의 크레딧 문제를 보는 관점은 이미 지난해 확인한 바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태영 사태와 관련해 당국이 취할 입장은 지난해 상황을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수습 과정을 보면 답이 있다. 통화당국이 이 문제 때문에 금리를 당장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체 정책과 특정 분야 정책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긴축은 한동안 유지하면서 PF나 크레딧 채권 문제는 따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동산 PF는 계속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이슈다. 일정 부분 터트릴 필요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당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대대적인 신용경색 등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다.

향후 이 문제가 건설사 어디까지 번질지 봐야 하는 가운데 섣불리 예상하기가 쉽지는 않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워크아웃 신청이라는 게 일단 질서 있는 구조조정 아니냐. 이 이슈로 크레딧 크런치까지는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월에 회사채 발행물량이 집중돼 있어서 수급 부담이 있다. 아울러 크레딧 스프레드는 11월부터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일부 되돌림 시도는 나올 것"이라며 "태영의 여파는 미리 예단하기 보다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PF와 크레딧 영향 역시 큰 흐름이 중요하다.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이면 임팩트가 클 것이고 미국 금리가 계속 빠지면 크레딧 채권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니 상대적으로 약세도 제한될 것이어서 큰 시장 흐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