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김형호의 채권산책] Fiduciary Duty

  • 입력 2023-12-26 09:10
  •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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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2023.12.18일 오후3시 “금융투자업계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경영 선포식”이 있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금융투자회사는 총916개사로 증권사 60개, 선물사 3개, 자산운용사 457개, 투자자문사 381개, 부동산신탁사 14개, 종합금융사1개이다. 영업허가(또는등록) 기준으로 정리된 Fine(금융소비자 정보포털)의 제도권 금융투자회사는 1,104개사이다.

윤리경영 선포식은 여러 사건·사고로 훼손된 업계 신뢰를 스스로 회복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는데 목적이 있었다. 40여개 회사가 참석해서 각사별 사례 및 대처방안을 논의했는데, “고객신뢰를 잃은 금융투자회사는 설 자리가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Integrity(고결함)를 중시하는 윤리규정, 지속적인 임직원 준법교육, 그리고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고객성과만 반영하는 것 등 공유하고 전파하면 좋을 내용이 많았다.

필자는 금융투자회사 및 임직원의 Fiduciary Duty(신의성실의무)를 강조하고 싶다. Fiduciary Duty는 “투자자(고객)의 이익을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고객은 전문가인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을 믿고 자금을 맡겼는데, 이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Put clients’ interests first(고객이익 최우선 원칙)가 있다. 이것이고객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질문하면 의외로 쉽게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알고 지내는 운용사 대표는 몇 년 전부터 “회사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대신에 고객수익률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자금을 끌어왔는데, 운용성과가 나쁘면 곧 자금이 빠져나가고 그 자금을 다시 유치하는데 몇 배의 노력이더 든다고 했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고객과의 관계가 단절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가 고객수익률에 관심을 가지면 펀드매니저는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투자수익률이 제고되어 결국 운용자산도 증가하게되는 선순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23년9월말 현재 운용자산이1,830억달러(약240조원)인 Oaktree Capital Management의 Mission을 보자.

“Oaktree’s mission is to deliver superior investment results with risk under control and to conduct our business with the highest integrity.” (homepage)

금융투자회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올해 금융투자회사를 퇴직한 분이 인사차 회사에 왔었다. 30년 이상 갈고 닦은 금융전문가인데, 회사를퇴직하고 Freelancer로 일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 동안 고객의 이익과 배치되는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고객만 보고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토의과정에서 채권의 자전거래 문제도 있었다.

채권관련 상품은 채권형 펀드, 랩, 신탁, 투자일임등이 있다.

2000.7.1일 채권시가평가제도를 시행하면서 펀드(채권형, 주식형 등)에편입된 채권은 모두 시가평가가 의무화되었다.

채권형 랩, 신탁, 투자일임은 여전히 시가평가 예외적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던 채권형 랩, 신탁, 투자일임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장부가로 환매해주기 위해서 매매형식의자전거래를 한 것으로 거래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시가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펀드 외에 랩, 신탁, 투자일임 등에도 확대 적용하는 Roadmap을 제시하고, 모든 채권형 상품에 시가평가를 적용했다면 이번 자전거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투자자(보험사 등)가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는 만기보유증권의 경우에는 펀드, 랩, 신탁, 투자일임형식으로 투자하더라도 모두 장부가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외에는 모두 시가로 평가하면 금리변동에따른 손익이 정확하게 기준가격(평가가격)에 반영된다.

채권 종목은 약 27,000개로 주식보다 10배 많고, 채권거래의 상당분이 장외로 이루어져 채권의 유동성은 주식에 비해 현저히 낮다.

채권의 낮은 유동성 때문에 채권형상품(펀드, 랩, 신탁, 투자일임)을 설계하고 운용할 때 유동성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중요하다.

상대방을 찾아서 매도하는 대안으로 자전거래(자기가 운용하는 다른 펀드(또는고객)에 채권을 매도하는 거래)가 있다.

자전거래는 운용자만 동일할 뿐 투자자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가격만 공정하다면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거래가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최소한 3개 이상의 채권평가회사 가격(민평가격) 적용, 준법감시인등의 내부 의사결정기구의 확인 및 자전거래내역을 일정기간(예를 들어 매3개월)마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거래가격의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자전거래 규제를 완화한다면 채권의 유동성이 크게 보강되어 채권시장은 물론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한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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