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큰폭 둔화된 CPI...한은과 정부의 물가를 보는 다른 포커싱

  • 입력 2023-12-05 11: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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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폭의 둔화를 나타냈다.

11월 CPI 상승률은 전년비 3.3%를 기록해 9월(3.7%)과 10월(3.8%)에 비해 상당폭 내려왔다.

전월비 상승률은 0.6% 급락했다.

채권시장은 물가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둔화되자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통화당국은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 CPI 상승률 큰폭 둔화...근원물가도 이번엔 좀더 둔화

올해 8~10월 물가 상승률 재반등을 이끌었던 요인은 유가, 환율, 농산물이었다.

최근 이 요인들이 크게 둔화되면서 11월 물가 둔화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한국은행은 석유류(-0.2%p), 농축수산물(-0.1%p), 근원상품(-0.2%p)이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전년비 상승률을 0.5%p 낮췄다고 풀이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9월 93.1달러, 10월 90.5달러에서 11월엔 83.5달러로 하락했다.

따라서 휘발유 가격이 10월 중 1,776원 수준에서 11월엔 1,684원 수준으로 내려오는 등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이 물가 안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0월 하순부터 안정되면서 오름폭이 축소됐다. 10월 7.3% 뛴 뒤 9월에 6.6%로 둔화돼 물가 둔화에 기여했다.

근원물가 오름세는 섬유제품과 내구재를 중심으로 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지면서 둔화됐다.

11월엔 상대적으로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이던 근원물가의 둔화 흐름도 다소 돋보였다.

식료품및에너지지수 상승률은 7~9월 3.3%를 기록한 뒤 10월엔 3.2%로 약간 둔화됐으나 11월엔 3.0%로 내려왔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상승률은 7~8월 3.9%, 9월 3.8%, 10월 3.6%로 둔화된 뒤 11월엔 좀더 큰 폭으로 둔화돼 3.3%로 하락했다.

■ 한은과 정부의 물가에 대한 다른 포커싱

이날 아침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근원물가 둔화세를 평가한 뒤 물가의 '하향 안정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추 부총리는 "추세적인 물가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3.0%까지 낮아졌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근원물가가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아직 4~5%대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부총리는 "이를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국내 근원물가가 미국(10월 4.0%), EU(10월 4.8%), 영국(10월 5.6%) 등 주요국에 비하여 상당히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근원물가 안정세와 최근 국제유가를 고려할 때 12월에도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을 감안해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계속 운영해 나가면서 물가·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에 대해 다른 측면을 강조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우선 "단기적으로 큰폭 상승한 유가·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상당폭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물가상승률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공급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 한은, 자신들의 물가전망 대비 커뮤니케이션은 '매파적'

통화당국은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1% 급등한 뒤 꾸준히 둔화되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한은은 CPI가 올해 상반기 4.0%, 하반기 3.3%를 기록한 뒤 내년 상반기엔 3.0%, 하반기 2.3%로 더 둔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으로 보면 올해 3.6%을 기록한 뒤 내년엔 2.6%로 1%p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후 2025년엔 2.1%까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꾸준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3.6% 상승한 뒤 올해 상반기 3.9%, 하반기 3.2%로 둔화된 뒤 내년 상반기엔 2.6%, 하반기 2.1%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으로 볼 때 올해 3.5%로 지난해보다 소폭(0.1%p) 둔화된 뒤 내년엔 2.3%로 상당폭(1.2%p)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친 뒤 2025년엔 2.0%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은 총재는 물가 둔화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이 빠른 시점에 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달 말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는 "우리 물가가 2%대로 수렴하는 기간은 내년 말이나 25년 초반으로 전제하고 있으며 미국은 25년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총재는 "어느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 개월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2% 목표로 충분히 수렴할 때까지"라며 "6개월보다 현실적으로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물가 둔화 전망 대비 발언이 상대적으로 매파적이란 평가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전망을 보면 내년 하반기 물가 헤드라인과 근원 모두 2%에 근접한다"면서 "이런 전망에 비하면 한은의 물가에 대한 평가는 자신들의 전망에 비해서도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이 일부러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지 않도록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른 채권딜러는 "미국 금리가 올랐지만 오늘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와 장이 강하게 가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물가 둔화의 한계를 거론해 최근 금리 (하락) 흐름을 좀 불편해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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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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