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7 (화)

(장태민 칼럼) 박춘섭과 김중수

  • 입력 2023-12-04 13:5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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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춘섭 신임 경제수석 이력, 출처: 한국은행

자료: 박춘섭 신임 경제수석 이력, 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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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석으로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임명됐다.

박 수석은 올해 4월 금통위원으로 일을 한 지 불과 7개월만에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박 수석은 지난주 금요일 금통위원직 이임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부동산 PF 등 취약 부분의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함께 구조개혁이 늦어지면서 잠재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은행을 떠났다.

그는 "한국은행과 금통위를 떠나지만 다른 자리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했다.

■ '비둘기' 자리 이어받았던 금통위원의 갑작스러운 이동

박 수석은 "그 동안 글로벌 통화 긴축의 결과 고금리로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경제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박 수석은 올해 4월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됐다.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했던 주상영 전 위원의 후임이었다.

가장 강력한 비둘기파 후임이었지만 도비시한 정도는 주 위원에 미치지 못했다.

박 수석은 기획예산처, 기재부 출신 예산통으로서 지난 2012년 정해방 전 금통위원 이후 10년 남짓만에 등장한 예산통 출신 금통위원이었다.

그러나 그의 금통위원 재직 기간은 반년 남짓에 그쳤으며, 이제 경제수석으로서 일하게 됐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박 수석은 금통위원 재직기간이 짧았고 따라서 특정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지도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임기 만료 앞둔 '상대적으로 매파적이었던' 위원들

박춘섭 경제수석이 당초 2027년 4월까지로 돼 있던 금통위원 임기에서 조기 이탈한 가운데 내년 4월엔 2명의 금통위원 임기가 만료된다.

2025년엔 임기가 만료되는 금통위원이 없어 박 수석 후임과 추가로 내년 봄에 들어올 2명 위원의 색깔이 금통위 성향에 상당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의 서영경·조윤제 위원의 임기만료일은 모두 내년 4월 20일이다.

최근 두 사람의 성향은 금통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편이었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 인상 뒤 줄곧 금리를 동결하고 있으며, 이런 기조는 상당기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윤제 위원은 올해 2월에 '금리를 한번 더 올리자'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서영경 위원은 2021년 10월 인상 소수의견을 내는 등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위원과 서 위원은 또 '추천기관 성향 대비' 도비시한 편이기도 했다.

조 위원은 기획재정부 추천, 서 위원은 상공회의소 추천이다.

조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경제교사'로 평가 받았던 인물이며, 서 위원은 한국은행을 거친 뒤 상공회의소에서 일했다. 서 위원은 한은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부총재보(이사) 타이틀을 달았다.

일각에선 '역사적으로 도비시해야 할 자리에' 좀 매파적인, 혹은 덜 도비시한 인물들이 왔기 때문에 이번엔 정석대로(?) 도비시한 인물들이 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한다.

한은 금통위의 세력 구도와 관련해선 '한은파'와 '비한은파'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간 총재, 부총재 등 당연직 금통위원과 한은 총재 추천 인물 등 한은파는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온 반면 정부 기관에서 온 사람들은 도비시한 편이었다.

■ 박춘섭 수석과 김중수 전 총재의 경로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24대 한은 수장(2010년 4월~2014년 3월)을 지냈다.

김 전 총재는 한림대 총장으로 일하다가 2008년 2월부터 6월까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이후 OECD 대사를 거친 뒤 한국은행 총재로 왔다.

일부에선 김 전 총재가 밟았던 경로를 박춘섭 수석이 이어받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는 금통위원으로 일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박 수석을 당겨서 쓸 정도로 그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이창용 한은 총재 임기 만료일은 2026년 4월 20일로 2년 반 가량 남아 있다.

이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픽한' 인사였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9일까지다.

박 수석이 경제수석으로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 총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가 경제수석을 거친 뒤 한은 총재가 된 바 있다"면서 "박 수석이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면 김 전 총재의 경로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통위원직은 사실 '정치적인 자리' 성격도 강하다. 정권이 바뀔 때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에서 일한 뒤 금통위원 자리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박 수석은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색깔과 맞는 예산통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기획예산처에서 일을 시작해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을 지낸 뒤 조달청장을 거쳐 금통위원으로 잠시 일하다가 경제수석이 됐다.

한편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의 최상목 전 경제수석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아 한국경제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맡게 됐다.

현 정부 경제팀 1기와 2기 경제수석들은 기재부 내 인연이 있다. 2016~2017년 최 전 수석이 기재부에서 1차관으로 일할 때 박 수석은 예산실장으로 재직했다. 예산실장은 예산 담당인 2차관 라인이지만, 당연히 1차관과의 긴밀한 소통도 필수인 자리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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