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현수준 기준금리 최대한 끌고가고 싶은 한은...인하 시점은?

  • 입력 2023-11-30 15:0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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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3년 11월 금통위의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23년 11월 금통위의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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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지금의 고금리 상황을 길게 끌고 가고 싶어했다.

한은 총재는 일단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어느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 개월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물가가 2% 목표로 충분히 수렴할 때까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6개월보다 현실적으로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총재가 말하는 금리인하 시점은...'최소 24년 상반기엔 없다'고 말하고 싶은 총재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로 '충분히' 수렴할 때까지는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수렴 시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총재는 "우리 물가 2%대로 수렴하는 기간은 내년 말이나 25년 초반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를 기록한 뒤 내년엔 2.6%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 3.0%, 내년 하반기 2.3%을 예상하고 있다. 내후년 물가 상승률은 2.1%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은의 전망에 근거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는 빠를 수 있다.

■ 인상 열어둔 4명의 금통위원...실제 인상보다는 현수준 금리동결 장기화에 무게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2명은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에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0월 회의 때 6명 중 5명이 3.75%까지 열어두자고 한 데에 비하면 1명이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인하와 인상을 모두 열어뒀던 위원이 인하를 철회했다고 했다.

총재는 "우리는 2인(동결)과 4인(인상 가능성 열기)이 인상 종료 관련해서 상이한 의견을 갖고 있다"면서 중동 사태 등으로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던 위원이 인하 가능성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실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현 수준의 고금리를 최대한 끌고 가고 싶어하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이 이번 통방에서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면서 "따라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는 없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금통위원 6인 모두 현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 목표까지 수렴하는 것을 보자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 내심 상반기 인하까지 기대했던 최근 상황...총재 "시장, 중앙은행보다 앞서 나가"

최근 미국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감이 당겨지면서 국내에서도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최근 시장이 랠리를 하는 가운데 빠르면 우리도 내년 5월 정도면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 총재 말에 의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는 일단 최소한 내년 상반기 인하 기대까지 수긍해줄 용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시장이 중앙은행보다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거론했다.

총재는 "시장과 중앙은행 총재간 인식이 너무 달라져서 변동성이 있다는 것은 지난 한달간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서 얘기하면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선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시장이 중앙은행의 인식보다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상반기 인하 없으면 하반기는 인하 확실할까

시장에선 내년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가동하고 국내 물가도 하반기에 2%대 초반을 향해 둔화되면 금리인하가 무르익을 것이란 진단이 적지 않다.

C 증권사 딜러는 "내년 국내의 금리 인하는 미국 움직임에 따른 조건부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국내 경기가 안 좋고 미국이 상반기에 최소 50bp 인하한다는 가정하에 내년 8월 정도 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시장금리 레벨에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그는 "시장은 인하 기대감을 먼저 반영해버리는데, 올해 이러다가 나중에 역캐리를 못 버티면 금리가 다시 20bp 정도는 튈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이 먼저 달려왔기 때문에 내년 초에 다시 진검승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금리인하의 유일한 조건이 2%대 물가의 확인이고 2024년 말 혹은 2025년 초가 돼야 2%초반으로 물가가 수렴할 것이라는 총재의 발언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금리인하는 빨라야 내년도 3분기"라고 예상했다.

■ 혹시 내년 통째로 금리동결...OECD는 한국 25년부터 인하

의외로(?)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물가 전망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 만큼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특히 OECD는 한국이 2024년 내내 동결한 뒤 2025년에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봤다.

OECD는 전날 밤에 발표한 전망에서 "한국 기준금리는 23년 1월부터 3.5%를 유지하고 중이며 24년 하반기까지 현수준을 유지할 하고 25년에 2.5%까지 점차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을 2.3%로 한은 전망(2.1%)보다 높게 제시했다. 내년 물가전망은 2.7%로 한은 예상(2.6%)보다 약간 높다.

OECD는 2025년 한국 물가상승률을 2.0%로 예상해 한은(2.1%)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한은과 OECD의 물가전망에 큰 차이가 없고 한은 총재가 국내 물가 2%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5년 초반을 전제한다고 밝혔기에 OECD 전망처럼 내년말이나 내후년을 금리인하 시점으로 봐야 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D 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많아 보이지만 내년 경기 개선이나 성장세 확대 등을 감안할 때 금리를 서둘러 내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면서 "올해 1월 인상 뒤 계속 동결이지만, 내년에도 통으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꽤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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