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월러의 변신과 금리인하 시점 당기기

  • 입력 2023-11-29 10:3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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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오른쪽이 월러 이사, 출처: 연준

사진: 맨 오른쪽이 월러 이사,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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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통했던 월러 이사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증폭시키면서 시장금리를 끌어내렸다.

크리스토퍼 월러는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인플레 몇 달 더 둔화시 금리인하 논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4.5%를 하향 돌파한 뒤 추가 강세에 조심하다가 월러의 발언에 4.3%대 초반으로 내려갔으며, 2년물 금리는 4.7%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빨라질수록 한은의 금리인하 역시 당겨질 수 있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월러, 인상 필요 없을 수 있다...향후 몇달간 인플레 둔화시 '인하 가능'

연준 내 매파로 통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월러는 28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 다양한 부분을 지적하며 연준이 더이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월러는 특히 앞으로 몇 달간 인플레 둔화가 더 진척이 되면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월러는 우선 "최근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4분기에 경제 활동이 완화되는 초기 징후가 나타나 고무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또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될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정책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러는 "앞으로 3~5개월에 걸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세를 보이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금리 인하는 모든 정책 규칙과 일치하며 우리가 금리를 정말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7일 경제 데이터에 관한 강연에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전의 평균에 가까워지면서 분명히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노동력 공급도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달엔 양호한 성장과 낮은 물가의 양립 불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성장률 둔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양호한 경제 상황이 물가를 올릴 수 밖에 없는 만큼 경제지표 둔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었으며, 최근 흐름은 월러의 이같은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 매파 선봉이었던 월러, 분위기 변화 견인

월러는 향후 몇 달간 인플레 둔화가 지속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으며, 인플레 둔화가 이어지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월러의 변신 속에 연준 내 물가 둔화 기대감이 커지는 듯한 모습도 나타난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월러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들도 나타난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윌리엄스는 "인플레 불확실성을 반드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195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수 연준맨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방점을 두고 있다.

굴스비는 "최근 CPI는 인플레 완화 기대를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다"면서 "통화당국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를 억제하는 황금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월러처럼 연준 이사 중 대표적인 매파 성향을 보여온 보우먼은 여전히 금리를 더 올리자는 입장이기도 하다.

보우먼은 "인플레를 목표치까지 떨어뜨리기 위해선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면서 "필요시 추가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만 보우먼은 "지금으로선 기준금리 동결을 선호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미국시장의 기대감...금리인하, 5월 이전 가능하다는 주장도

미국 시장에선 사실상 12월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리선물시장은 12월 금리동결 가능성을 100% 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금리인하 시점이 얼마나 당겨지느냐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이 내년 5월 금리인하 확률을 70% 가까이 반영하면서 기대감을 키운 가운데 더 빨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이 나오기도 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더 빌 애크먼은 28일 블룸버그 TV에 나와 "연준이 내년 1분기 이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크먼은 "미국이 내년 1분기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경착륙에 빠진다. 따라서 연준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연준의 시장의 예상보다도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인플레이션 추세가 3% 미만일 때 연준이 5.5%대의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이는 매우 높은 실질금리여서 경제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엘리엇 등과 함께 업계 최대 규모다.

■ 미국 시장금리 박스 하단 내리기

최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5%를 하향 돌파한 뒤 추가 강세 룸을 만드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월러의 발언 이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월 18일(4.3065%) 이후 가장 낮아져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8일 6.68bp 하락한 4.3226%를 기록했다.

최근 금리가 4.5%를 하향 돌파한 뒤 차익실현 등을 감안해 추가 강세엔 좀더 조심스러워졌지만, 연준 매파 쪽에서 후퇴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추가 강세룸이 만들어진 것이다.

단중기금리는 10bp 이상 급락하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채2년물은 14.27bp 급락한 4.7303%, 국채5년물은 13.37bp 떨어진 4.2769%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단기구간 금리는 올해 여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국채2년물이 4.7%대 초반을 향해 내려오면서 레벨은 7월 13일(4.6450%) 이후 가장 낮아졌다.

■ 미국이 변하면 한국도...

국내 이자율 시장에선 미국발 호재에 따라 시장금리의 기준금리 압박에 대한 자신감이 좀더 커졌다.

최근 미국처럼 레벨 부담을 느껴왔지만, 미국의 인하 시기가 빨라진다면 국내 역시 부담을 덜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고3년이나 초장기 구간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영역인 3.5%대로 진입했다.

이제 기준금리를 압박하는 세력과 기준금리 근접에 따른 레벨 부담을 조심하는 세력간의 힘 겨루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에 붙는 수순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 "수급도 지금 워낙 좋아 이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 올해 마지막 금리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금통위에 대한 기대감을, 일부에선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변화를 본 뒤 금통위 부담이 누그러지면 강세 무드를 더 자극할지, 아니면 국내 통화당국의 변신엔 한계가 있어 레벨 부담이 부각될지 주목된다.

다른 딜러는 "지금 분위기면 내일 금통위가 조금만 더 물러나도 금리 레벨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딜러는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쉽게 금리인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금리의 기준금리 압박이 심해질수록 금리가 위로 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10시29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29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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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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