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2-2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년 더 연장된 채권·자금시장 안정화 조치

  • 입력 2023-11-24 14: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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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금융당국은 전날(23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채안펀드 등 채권시장 안정화 장치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그 여파로 가동됐던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의 운영이 연장된 것이다.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 해 도입한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조치의 활용도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이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은 2024년12월말까지 연장 운영되고 증권사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2025년 2월말까지 연장 운영된다.

2024년말까지 운영예정인 시장안정 P-CBO 프로그램도 내년 중 차질 없이 가동할 예정이다.

또 올해 말에 조치기간이 종료되는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도 연장했다.

현재 금융권의 유동성과 건전성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규제 유연화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규제 비율 준수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6월까지 규제 유연화 조치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 아직 안정장치 못 떼는 이유

올해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신용경색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리스크 요인이 크다는 시장의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평가와 우려에 공감하면서 안정화 조치를 연장했다.

최근 통화정책 전환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내년에도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시장 안정에 중점을 두는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당국은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신용 위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감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우량-비우량물간 스프레드가 확대됐으며, 취약 업종의 경우 시장 접근성이 저하되는 등 하반기 들어서는 기업 자금조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시장 여건이 지속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면서 조치 연장 사유를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각국이 통화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등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여건은 갖추어져 가고 있으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되더라도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24년에도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에 중점

금융당국은 전체적으로도 내년에도 한 번 더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2024년 역시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각 경제주체들은 고금리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요구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에 대비한 충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부위원장은 지난해에 발생했던 금융업권간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금년에는 효과적으로 제어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정부는 내년에도 시장안정에 역점을 두고 리스크 요인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금리, 유동성 과잉공급 시기에 누적된 금융 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향후에도 시장 안정기조가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강화된 모니터링과 집중적인 시장안정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당국, 리스크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시 버퍼 확보한 시장

작년 9월말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뒤 취해진 조치들이 연장돼 정책 지원 축소시의 상황 변화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안정화 조치를 1년이나 '통 크게' 연장해 준 것은 시장의 걱정에 적극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통 3~6개월 단위로 연장했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번엔 1년으로 연장된 이유는 내년 2분기 이후 정책 지원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거 코로나19 이후 시행됐던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의 종료 이후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고 내년 크레딧 시장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3개월씩 단기간 연장하는 것보다 12월말로 연장하는 게 '시장안정 의지'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장기간의 시장 안정화 조치 연장은 시장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은행 LCR 규제 비율 완화의 연장은 내년 은행채 발행 부담 감소와 ELS 헤지자산 내 여전채 편입 비중 축소(12%→8%) 유예는 ELS 발행량 감소에 따른 여전채 수요 위축 우려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당국의 조치는 2024년 기업 자금 조달 집중에 따른 시장의 수급 고민을 덜어주는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등은 취약 업종이나 비우량물 중심으로 자금조달에 있어 활로가 열어둔 것이란 평가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업의 유동성 대응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었다. 올해 대비 11조원 이상 증가한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연간 70조원, 1분기 30조원), 레고랜드 사태 이후 CP 발행 및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분의 차환(대환)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채권 발행 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단기자금 조달 증가와 회사채 발행 테너의 단기화로 올해 급격한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의 금융 비용 증가 속도가 가팔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중국 경기의 부진한 흐름 속 기업들의 실적 개선 시기는 지연되며 영업현금창출을 통한 상환 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PF를 비롯한 잔존한 신용 경계감으로 취약 업종의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에 대한 고민은 합리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의 시장 안정화 조치 연장 결정으로 내년 기업 자금 조달 입장에서 정책기관의 도움을 얻을 근거가 확보됐다"고 풀이했다.

■ 금융당국 시장안정 '의지' 평가..연장된 안전장치 속 추가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가늠

내년에도 크레딧 채권시장에선 우량물과 비우량물의 온도차가 클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내년 초에도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크레딧 스프레드가 더 축소될 수 있지만, 예컨대 A 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까지 온기가 감돌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은 안전 장치를 연장하면서 리스크 요인에 대비하면서 비우량 채권들의 수급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조치를 연장하면서 계속해서 뭔가 터지지 않게 막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면서 "당국이 시간을 끌면서 질서정연하게 정리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조치들은 잘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 쏠림이 너무 심해서 여전히 개입이 필요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크레딧 시장이 부동산 관련된 익스포저에 근본적인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다보니 수급에 따라 분위기가 한두 달 사이에 금방 뒤집히기도 하는 상황이라 정부도 시장 안정조치를 조기에 종료하는데 많은 위험 부담이 있을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사실 11월 들어 채권이 강세장으로 돌면서 수급이 좋아진 느낌이라고는 해도 현재 상황은 전형적으로 가격이 수급을 만드는 국면"이라며 "채권시장의 수요기반 자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워서 시장안정 프로그램 연장조치는 적절한 정책"이라고 칭찬했다.

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 속에 내년 초엔 계절효과 등으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더 축소될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 물량 집중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 우량물 발행 여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채 AA- 70bp 이상의 절대금리 메리트와 금리 인하 기대 강화 속에 연초 기관들의 자금 집행 재개와 함께 크레딧 스프레드의 축소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6년 이후로 수요예측 결과 연초 가산금리가 발행 희망 금리밴드의 하단에 가깝게 결정되는 계절성역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크레딧 채권의 상대적 강세 속에 연초 효과가 앞당겨진 측면이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우려가 줄고 국내외 국채금리 하락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여전채를 포함해 다수 섹터에서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연초효과를 선반영하는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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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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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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