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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이도류

  • 입력 2023-11-22 15:1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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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타니 쇼헤이, 출처: MLB닷컴

사진: 오타니 쇼헤이, 출처: MLB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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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8월 23일.

투타니(투수 오타니)가 멈춰섰다.

투타니는 이날 1과 1/3 이닝을 투구한 뒤 경기에서 빠졌다. 부상이 찾아온 것이다.

당시 투타니는 두 자리 승수(10승)로 아메리칸리그 다승 8위, 평균자책점(3.13) 3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이후 더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타타니(타자 오타니)의 도움을 받아 약체팀에서 겨우 두 자리수 승수까지 만들었으나 올해 투타니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타자 오타니도 멈춰서야 했다.

팀당 페넌트레이스 162게임을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는 135게임 째를 끝으로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21년과 22년 각각 155게임, 157게임을 뛰었지만 투타니가 수술대에 오르면서 타타니도 멈춰선 것이다.

■ 오타니의 2023년

오타니는 지난 8월 팔꿈치 인대 부상을 입으면서 더 이상 투수로 나서지 못했다.

이후 타자로 몇 게임 더 왔으나 9월엔 결국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을 받으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투수로 두 자리 승수를 챙긴 오타니는 타자로선 135경기에서 타율 0.304, 홈런 44개, 타점 95개를 기록했다. AL 홈런 1위를 차지했다.

오타니는 이달 17일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만장일치(1위표 30개) MVP가 됐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두 번이나 만장일치 MVP가 된 것이다.

2022년에도 MVP 후보였으나 당시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에 밀려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애런 저지는 2022년 아메리칸리그 홈런 신기록을 갈아쳤다. 저지는 홈런을 62개나 치면서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새로 썼다.

2022년 애런 저지가 만장일치 MVP가 되지 못한 것은 오타니가 1위표 2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애런 저지의 미친 활약이 없었다면 오타니는 3년 연속 MVP를 받을 뻔했다.

올해 오타니가 시즌 중간 아웃되긴 했지만 올해 그의 야구는 누구보다 화려했다.

일본이 5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중 3번을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올해 3월 열린 WBC에서 타자 오타니는 7경기에 타율 0.435, 1홈런, 8타점을 기록했고 투수 오타니는 3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 1.86으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3월 22일 미국과의 결승전에선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포효했다.

이 장면은 야구라는 종목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제5회 WBC 대회의 MVP도 오타니 차지였다.

오타니는 한·미·일·대만 등 프로야구가 성한 나라에서도 처음 보는 유형이다.

축구로 따지면 득점왕에 도전하는 수비수, 배구로 따지면 세터 득점왕과 같은 존재다.

이도류(Two Way)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생존 방식이다.

■ 이도류, 화려하지만 현실성 없는 검법

이도류(二刀流)는 양손에 칼(刀)이나 검(劍)을 들고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이도검법이나 이를 행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가 이도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검객이나 초일류가 아닌 무사들에게 이도류는 매우 위험하다.

검이 교차할 때 틈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체중도 실을 수 없기 때문에 이도류는 실력을 갖춘 일도류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런 이도류의 한계 때문에 검의 길이를 달리하는 등 여러가지 방식이 시도됐지만 '진짜' 일도류 고수를 만나면 역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도류의 화려한 기술, 마스터했을 때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는 비급(秘笈)들의 꼬드김 때문에 많은 낭만 검객들이 이도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도류를 연마한 도전자들이 손에 쥔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무사시처럼 제대로 익히면 천하제일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의 세계에선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게 옳다.

이는 스포츠 세계에도 통하는 문법이다.

하지만 야구에선 오타니라는 이도류가 등장해 많은 세계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 오타니, 끝나지 않은 이도류의 도전

오타니는 2014년에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그 해 오타니는 11승을 올리고 10홈런을 쳤다.

2015년에는 평균자책점, 다승, 최고 승률 등 투수 부문 3관왕을 달성했다.

2016년에는 일본 프로 야구 역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승리·100안타·2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투수와 지명타자 두 개 부문에서 베스트 나인이 됐다.

다르빗슈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니혼햄 파이터스의 간판이 된 오타니는 그해 팀을 우승시키고 MVP도 차지했다.

이후 오타니의 도전은 야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향했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이도류 조건을 받아들인 에인절스는 야구 역사상 가장 상품성이 높은 선수를 손에 넣었던 것이다.

입단 첫해 오타니는 투수로 10경기에 나와 51⅔이닝을 던져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타자로 114경기에 출전해해 타율 0.285, 출루율 .361, 장타율 .564, OPS .925에 22홈런 61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등판 수치가 적어보였지만 현대 야구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실험을 한 젊은 선수의 상품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도류에겐 늘 부상이라는 방해꾼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일본 프로야구의 143게임보다 많은 162게임을 치른다. 이동 시간 역시 훨씬 길다.

이런 악조건에서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입단 초기부터 부상에 시달리는 등 체력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3년 '정상적으로' 시즌을 완주하는 듯하다가 2023년 다시금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2024년 투수 오타니는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빨꿈치에 칼을 2번 댄 오타니는 내년엔 타자로서만 등장한다. 투수 오타니는 2025년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타니는 야구 역사상 가장 상품성이 높은 선수가 됐지만, 이도류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야구팬들은 내년 오타니가 어떤 팀에서 뛸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어느새 30세를 앞두고 있는 이도류는 여전히 세계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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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타자 오타니와 투수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성적표, 출처: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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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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