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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은행 이자장사와 '횡재세' 혹은 '알아서 갹출' 위협

  • 입력 2023-11-21 14: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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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을 불러 모아 성의를 보이라고 다그쳤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 '횡재세'까지 거론하면서 알아서 잘 처신해 주길 원했다.

은행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자장사로 큰 돈을 번 만큼 알아서 금리를 낮추라고 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다시 한번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면서 은행의 '손쉬운' 돈벌이를 비판했다.

■ 금융당국의 요청인가, 요구인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이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해 '금융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거들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형편이 좋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솔선수범하라고 압박했다.

이 원장은 "다행히도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금감원장은 특히 이 같은 요구(요청)가 관치금융으로 오해받는 것을 원치 않는 듯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론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상생 노력은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 IMF도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금융권이 최근 각종 '사고'를 친 뒤 국민 신뢰가 바닥인 만큼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이 원장은 "지난 몇 년간 대형 소비자 피해 사례나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면서 이번 요청을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으라고 했다.

■ 정치권은 민주당 중심으로 '횡재세' 추진

정치권에선 지난해에도 나왔던 횡재세 얘기가 적지 않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지난해 은행 횡재세, 정유사 횡재세 등의 얘기가 많이 오간 바 있다.

민주당은 최근 부쩍 횡재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의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횡재세(windfall tax)는 기업이 특별한 노력 없이 거둔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이익'과 '초과이익'을 명확하기 분간하기도 쉽지는 않지만 한국같이 변동대출이 높은 나라에선 금리만 오르면 은행이 돈을 버니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사실 유럽 여러 나라에선 최근 에너지 값이 급등할 때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물리기도 했다.

■ 재정 여유없는 한국 정부, 횡재세 안 할 테니 은행이 알아서 내놓으라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도 은행 횡재세를 입법화하겠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면서 당 차원의 화력을 모은 상태라면 정부와 여당은 은행의 '성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에 '성의'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문제 때문에 빚을 더 내서 지원하기 어려우니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부채가 천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민주당이 횡재세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은행은 얼마나 벌었나...올해 NIM 하락했으나 자산 커지면서 이익은 좀더 늘어

마침 금감원은 전날 3분기 은행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중 국내은행 순이익은 5.4조원으로 전분기의 7조원에 비해 1.6조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은행 순이익은 2022년 이후 금리 상승과 이자 수익자산 증가 등으로 확대돼 왔지만 올해 들어 순이자마진 및 ROA·ROE 등 지표가 하락하는 등 수익성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은행에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9.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1조원에 비해 5.4조원(38.2%)나 증가한 상태다.

3분기에 은행 수익성이 둔화된 것도 채권 평가손실 등 비이자 부문 영향을 컸다. 이밖에 지분 손상차손 등 업외손익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 이자부문 수익은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올해들어 3분기 연속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으나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 증가로 은행 이자이익은 소폭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1분기 1.68% → 2분기 1.67% → 3분기 1.63%를 나타내고 있다. 이자수익자산(평잔)은 2분기 3,119.8조원 → 3분기 3,157.0조원(+37.2조원, +1.2%)을 기록 중이다.

대출자산이 늘어 자산의 덩치가 커지니 이자 마진이 좀 줄어도 수익은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 끊이지 않는 포퓰리즘 논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와 야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 정책들이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시기다.

횡재세를 놓고도 이런 비판이 많다.

사실 어떤 기업이나 경영 환경에 따라 돈을 벌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가장 많은 비판 중 하나가 돈을 벌었을 때 세금을 물리니, 돈을 벌지 못했거나 덜 벌었을 때 세금 지원을 해 줄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어차피 기업이 돈을 벌면 엄연히 법인세를 내는 데 이중과세를 통해 인기에 영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실 다수 국민들 입장에선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는 횡재세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고금리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은행만 호시절을 누려선 안 된다는 논리는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은행업의 경우 정부의 관리를 받는 업종이기 때문에 아무나 진입할 수 없다. 즉 시스템으로 이윤을 보장하고 있는 산업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려운 국민들에게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 사이에선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쉽게 돈을 번다고 올가미를 씌워 세금으로 압박한다면 한국의 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예컨대 기업이 돈을 벌었을 때마다 세금을 '신설'해서 압박한다면 정상적인 투자 등이 위축될 수 있다.

아울러 횡재세라는 이중과세를 통해 세금을 더 물리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관세를 높이면 수입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처럼 세금을 더 물리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

아울러 소상공인 이자 깎아주기 등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이자를 무는 '비정상적인' 사례들이 많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선 횡재세 논란이 부각되면서 은행주가 시장을 언더퍼폼했다면서 횡재세 논의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 밉보인 은행과 관치금융

상당수 일반인들의 은행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다.

은행들이 암묵적 카르텔이나 관행 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돈을 벌기 쉽다는 점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해 왔던, 예금금리는 조금 올리고 대출금리는 크게 올리는 '땅집고 헤엄치기' 장사를 왜 모든 국민이 용납해 줘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정부나 정치권이 일일이 호응해 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은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예컨대 5년간 평균 이자이익을 12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40%까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그 파급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며, 이런 우려는 다른 산업으로도 번질 수 있다.

예컨대 유가 상승 등으로 정유사가 돈을 벌면 횡재세를 준비하면서 경영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러면 기업가들의 의욕이 떨어진다.

국내 정유업계는 유럽 에너지 기업들과 달리 국내 정유산업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하고 제품으로 판매하는 정제 마진으로 돈을 버는 구조여서 '횡재세'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이 압박하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의 손쉬운 장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렇다고 횡재세나 알아서 갹출하는(금리인하 등) 방식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도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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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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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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