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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의 채권산책] ㈜아스트의 사채권자집회가 불러올 파장

  • 입력 2023-11-16 09:58
  •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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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거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아스트2023.12.6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했다. 주요안건은 사채 액면금액의15%를 면제하는 것이다.

아스트의 공모사채 발행잔액(액면)은 911각각 7억원과 385억원으로392억원이다. 2023.9월말 별도기준, 공모사채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수준이다.

공모로 발행한 제9회와 제11회의 발행일은 각각 2021.1.19일과2022.1.13일로 발행당시 신용평가등급이 BB-(투기등급)이어서대부분 일반투자자(주로 개인)가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2023.3유암코로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아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풋옵션일까지의 기간이 짧아서 매입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유암코는 산업은행 등 8개은행이100% 출자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이다.

㈜아스트의 자산 중에 “영업권 이외의 무형자산”(고객관계자산)이 1,179억원(별도기준, 자산의약25%) 있다. Boeing에 항공기부품을납품할 권리를 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유암코가 인수하기 전까지 투자대상종목에서 제외시켜두고 있었다.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때문에 ㈜아스트 제11회를액면금액 1.48억원 보유하고 있음을 밝혀 둔다. ㈜아스트 부도 이후에 정리매매 때까지 7,000원대에서 매입했다. (투자금액은 1억원 정도)

아스트는 유암코가 경영권을 인수하고 4개월만인 2023.7.14제11회풋옵션 신청분을 상환하지 못해서 부도났다. 아스트의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국내 주요은행이 100% 출자한기업구조조정 전문기업인 유암코가 인수한 이후에 발생한 부도라서 개인투자자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특히, 유암코 인수 후에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대주주회사경영을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이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을 것 같다.

2023.7.28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채권은행등의 관리절차(일명 Workout) 개시가 확정되었고, 약3개월간의 실사를 거친 후 2023.11.9제2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기존채무의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일부출자전환”하는 채무조정안을 확정했다.

이후 2023.11.14에“채무15% 면제”를 주요안건으로 공모채권인 제9회, 제11회의 사채권자집회소집을 공고했다.

사채권자집회는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참석이 가능한 주주총회와 다르다. 사채권자집회에 참석하려면, 한국예탁결제원을방문해서 본인이 아스트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자등록증명서를 발급받아 법원에 공탁한 공탁서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신분증, 인감, 인감증명서(3통)가 필요하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채권자집회에 참석할 개인투자자들이 총 채권금액의 1/3이상 되어야 집회가 성립된다. 그리고 15% 채무면제 안건이 통과되려면 총 채권금액의1/3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추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고통분담안이 사채권자집회를 통과할 가능성은크지 않아 보인다.

이번 ㈜아스트의 개인투자자 고통분담(안)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 같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로 자본주의(Capitalism)를 채택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을 주식회사라고 하는데, 공산품의 대부분을 주식회사가 생산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생계를 꾸려가고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자본은 Debt CapitalEquity Capital로나뉜다. Debt Capital(회사채)은 원금과 이자를받는 대신에 Equity Capital(주식)은 배당을 받고경영에도 참여하는 것이 주식회사 제도이다.

회사채는 소극적 투자수단이기 때문에 회사가 청산이나 파산할 경우 주식에 우선해서 변제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Absolute Priority Rule이라고 한다.

주식회사가 어려워지면 이해관계인주주채권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부도난 경우라면 이해관계인이 적극적으로도와주어야 회생이 가능하다.

㈜아스트의 경우에 금융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워크아웃과 별개로 주주와 채권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큰 피해를 볼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우선배정 공모청약 유상증자가 첫번째로 떠오른다.

그 다음으로 기존주주 감자를 전제로 사채권자의 출자전환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방법은 이해관계자들이 일정부분 손해를보고 기업을 회생하는 방법인데, Bail-in이라고도 한다.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전에 기존주주의 감자가 선행되는 것은 주주가 경영부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주주들은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선임한 것은 중요한 경영참여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사채권자에게 출자전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의70% 가격으로 출자전환 권리를 부여한다면 참여할 사채권자가 있을 수 있다. 회사입장에서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자본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총 채권금액의 15%가 출자전환하면 이번 사채권자집회 안건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번 사채권자집회 안건으로 사채액면의 15%면제하는것은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 후순위인 주주는 전혀 손실이 없는데, 선순위인 회사채투자자가 원금손실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년3월 Credit SuisseAT1(additional tier 1)증권 약23조원이 전액 상각되었다. AT1증권은 후순위채보다 후순위인 자본성증권이다. CS AT1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더 후순위인 주식이 완전 상각되지 않았는데도 AT1의 상각은 부당하다며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문제는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논란이다.

㈜아스트가 주주감자 없이 선순위회사채를 상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후순위채보다 청구권순위가 낮은 우선주의 경우, 약속한 배당을 못할 경우 의결권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아스트의 채무면제(안)은 사채권자의권리를 우선주 주주와 보통주 주주보다 낮게 보고 있다.

㈜아스트의 사채권자집회 소집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아스트의 (안)대로라면『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과 유사하다.

상거래채권은 정상 변제되고, 모든 금융채권자가 고통분담한다는 점에서 같고, 주주감자가 없다는점에서 다르다.

물론 워크아웃에서 가능한 신규자금지원이 ARS Program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대신 신속한 M&A를 추진해서 항공기부품 제작업을 영위할 능력이 있는 곳으로 경영권을 이전하기때문에 이 분야 비전문가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상선 등 워크아웃 성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아스트 규모의 회사라면 ARS Program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ARS Program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을 상당폭 감자하고 채권자가 출자전환 한 후 새로운 인수자에게 지분을 넘기는(M&A) 방안은 설득력이있다.

회사(채무자)는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회사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아스트가 선순위 사채권자에게만 손실을 입힌다면 우리나라의 회사채 발행시장이 어떻게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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