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0분기만에 흑전 성공한 한전...갈 길 여전히 멀지만 희망도 확인

  • 입력 2023-11-14 15: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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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전력은 전날 3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전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10분기 만이다.

이는 1.5조원~1.6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예상하던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것이었다.

지난 5월 16일부터 전기요금은 8원/kWh 인상된 바 있어 이 영향이 작용했다. 기타영업비용도 전년에 비해 2700억원 가량 감소해 영업이익 개선폭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소식이 있었던 가운데 4분기에도 한전은 이익을 낼 것이란 기대감들도 보인다.

원자재 가격, 유가 불확실성이 있지만 지금 정도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엔 연간으로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 한전 흑전, 요금 올리고 연료비 내려가니 분위기 반전

한전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 하락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3분기 전력판매단가는 전년비 25.7% 뛴 160원/kWh였다.

요금 인상으로 매출액이 뛰었으며, 이는 이익으로 귀결됐다.

연료비 쪽을 보면 전력조달단가는 전년비 18.4% 떨어진 144원/kWh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매출액이 24조 4,700원으로 전년비 23.8% 뛰고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전의 전력판매량 자체는 크게 늘지 않았다. 판매 단가 상승과 연료 구매 단가 하락이 이익구조를 개선시킨 것이다.

예컨대 매출액 증가 요인을 보면 전력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0.8% 밖에 늘지 않았다. 대신 평균 전력 판매단가가 26% 가량 뛰어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 3분기 흑자전환...4분기 예상과 적정주가는?

한전은 이달 8일 주택용, 일반용, 기타요금을 동결하는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은 10.6원/kWh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전력판매에서 산업용의 비중은 대략 절반이다. 따라서 10.6원 인상은 대략 5원 정도 판매단가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조치만으로도 2조원 넘는 이익 증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한전은 구조조정 자구책도 발표한 상태다.

본사 조직 20% 축소와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태양광사업 관련 칼라타간 지분 38%를 팔기로 했으며, 노원구의 인재개발원도 매각하기로 했다. 한전 KDN은 상장을 통해 보유지분 100% 중 20%를 판다는 방침이다.

이런 조치들은 영업이익 플러스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요금 인상과 누진제 효과로 ASP가 전분기 대비 10.3% 상승했다. SMP(계통한계가격)와 석탄 발전단가는 각각 전기에 비해 3.0%, 14.1% 떨어졌다"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는 예상보다 가팔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력시장은 실시간으로 전력을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다음날 필요한 전력량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력을 하루전에 거래한다. 이와 관련한 개념이 계통한계가격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문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1.56조원 가량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면서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ASP는 전기비 1.8% 하락하는 반면 SMP는 11월 들어 130원/kWh를 하회하는 등 8.5%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상반기 두바이유가 11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 이상 순이익 기준으로 적자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전 목표주가도 2만 8천으로 제시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내년 예상 BPS 6만 4,102원과 P/B 0.4배를 적용해 목표주가 2만 7천원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유가 등 불안정한 매크로 상황을 감안하고 2014년 당시 연간 평균 고유가 레벨(97달러), 원전이용률 등을 적용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분기엔 계절 요인, 유가의 반영 시차 등으로 3분기 만큼 이익이 날 수는 없으며, 다시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보인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6월을 저점으로 9월까지 단기적으로 반등하면서 이에 후행하는 LNG가격과 SMP가 4분기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한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전력 판매량 감소와 기저발전 이용률 하락으로 비용구조가 악화돼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달 9일부터 전체 전력 판매량 49%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10.6원(6.9%) 인상돼 4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전자로 전환하더라도 그폭은 제한적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한전 흑전을 배경으로 목표주가는 높이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을 취하는 분석도 보인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 등을 반영해 2024년 실적 추정치를 상향조정했다"면서 "내년 매출액 95.5조원, 영업이익 5.1조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연간으로 진행된 자본감소 영향으로 BPS가 감소해 목표주가는 2만 5천원에서 2만 1천원 수준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전 목표주가는 2만원으로 제시한다"면서 "마켓 퍼폼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 누적된 적자,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6.5조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10분기만에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누적된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갈 길이 먼 것이다.

또 한전채 발행 등으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계속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요금 인상을 가미해야 한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문경원 연구원은 "한전은 망가진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자가 쌓여갈수록 결국 필요한 인상폭은 커진다"면서 "내년 총선 이후 주택용 요금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전이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전체로는 올해도 손실을 볼 듯 하다. 물론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비하면 적자규모는 대폭 줄어든다.

권덕민 연구원은 "올해 한전 매출은 전년에 비해 23.5% 늘어난 88조원이 정도로 예상된다"면서 "영업손실은 전년에 비해 26.5조원 감소한 5.9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연료비는 전년비 26.8% 감소한 35.4조원, 연간 평균 LNG 연료 단가는 톤당 137.2만원(전년비 10.1% 감소), 석탄은 톤당 21.4만원(23% 감소)로 가정해서 뽑은 수치다.

이종형 연구원은 "올해 전기요금은 1분기 11.4원, 2분기 8.0원 등 상반기에만 19.4원 인상됐고 4분기엔 산업용만 평균 10.6원 추가 인상됐지만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에서 제시된 올해 필요 인상분 총 51.6원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당시 산업부가 제시한 인상 필요분 51.6원엔 기준 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요금 5원이 포함됐다.

그는 따라서 "내년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엄청난 이자비용이나 자본지출 등을 감안할 때 회사의 미래나 주가를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남아 있다.

강동진 연구원은 "한전에게 연간 필요한 자체 현금흐름은 Capex 18조원, 이자비용 5조원 등 23조원에 달하고 연간 감가상각비는 13.5조원 수준"이라며 "Capex 집행률 90%를 감안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 7~8조원이 나올 수 있어야 추가적인 차입없이 재무구조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재무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기 위해선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겨울철 전세계 LNG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한전 흑전, 채권시장의 기대감은...

한전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다만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아질 것이란 관점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작년 2분기부터 시작된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 러-우 전쟁 직후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은 하향 안정, 방치할 수 없는 한전 재무구조 등으로 상황은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국제 에너지 가격 불안 등이 남아 있지만, 내년엔 한은이 4년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강한 편이다.

한전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인한 한전채 발행 등이 채권시장을 압박하기도 했으며, 올해도 한전채가 수급 우려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3분기 실적 턴 어라운드 소식은 크레딧 채권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전날에도 한전 흑자전환 소식 등에 크레딧물이 상대적 강세를 구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 고리에선 벗어나 기대감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한전채가 가진 보증채로서 특성 때문에 ESG 가이드라인 제약이 아니면 모든 공사채 및 크레딧 채권의 스프레드 하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9월에 있었던 크레딧 시장 붕괴가 사실상 한전채 약세 발행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당시 수요 위축의 배경이었던 유가 상승세가 상당 부분 안정됐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결정과 더불어 3분기 흑자전환 소식도 매수 하는 입장에서 부담을 크게 덜어줄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전채 흑자전환이 채권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준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레딧 채권이 좋아지는 국면이어서 한전의 상황 호전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보인다.

B 운용사 채권운용자는 "한전이 흑자전환한 영향보다 최근 전반적으로 크레딧 금리 메리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크레딧이 바로 초강세로 바뀐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 공사채 발행 부담이 이어졌었지만, 이제 거의 올해 발행도 끝난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문제도 아직 크게 튀어나오는 게 없다보니 결국 캐리 수요가 들어오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말 퇴직자금도 들어오고 연초까지는 크레딧 채권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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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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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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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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