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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무디스의 미국 등급전망 하향과 의심받는 미국채 안전자산 지위

  • 입력 2023-11-13 13: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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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디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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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다고 10일 발표했다.

피치 등이 미국 등급전망 하향의 근거로 제시했던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 거버넌스 등을 문제 삼았다.

무디스는 미국 재정의 하방위험이 커져 미국 고유의 신용 강점으로는 더 이상 이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재정적 조치가 없다면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미국 정치의 교착 상태 역시 등급 전망 하향의 이유였다. 미국 정치의 대립화로 양당이 재정계획에 합의하지 못할 리스크 역시 등급전망 하향의 근거였다.

■ 무디스까지 경고한 미국 등급 하락 가능성

미국 신용등급을 둘러싼 우려는 예산안 합의 과정과 관련돼 있다.

셧다운 우려가 부각되거나 논란이 일 경우 위험자산 시장을 중심으로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뒤 주가는 일주일간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이자율 시장에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된 뒤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을 찾았고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무디스가 매기고 있는 미국 장기신용등급은 Aaa로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당장 등급이 하향조정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신용등급전망 하향은 신용등급이 중장기적(intermediate to longer term)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6개월 이내 등급 리뷰 의무가 존재하는 부정적 관찰대상(Rating Watch Negative)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그리고 지속되는 고금리 환경, 여기에 덧붙여진 정치적 갈등에 따른 거버넌스 우려 등이 미국의 최고 등급 유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것이다.

■ 미국 등급이 여전히 최고 수준에 머무는 이유...그러나 커지는 비용 부담

무디스는 미국 등급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무디스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미국의 조달비용 급등 위험은 적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투명하고 효과적인 통화 및 거시경제 정책에 힘입어 거버넌스가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 시점 미국 경제는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이자비용은 부담이다.

무디스는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가 내년 4.5%에서 고점을 찍고 중기적으로 4%대에 머물 경우 미국의 연방정부 이자는 정부 수입과 GDP 대비에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정부 이자의 수입과 GDP 대비 비중은 2022년 각각 9.7%, 1.9%에서 2033년 26%, 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적자는 2015~2019년 GDP대비 평균인 3.5%에서 단기적 6%, 2033년엔 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치권은 예산 관련 이견을 좁혀 안정적 재정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무디스는 지난 9월 25일 미국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10월 1일 셧다운될 경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신용등급 역시 특정 시기에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9월 30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단기 임시예산안이 마감 시한(10월 1일) 직전에 가결됐고 이달 17일까지 정부운영에 필요한 재량 지출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진통이 있었다. 임시 예산안 통과로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됐고 강경파인 존슨 의장이 선출됐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은 공화당의 발목잡기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의 무분별한 지출과 재정적자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신용등급 우려, 금리는 다시 올랐다가 떨어질 것인가

지난 2011년 8월 5일 S&P는 시장 마감 뒤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당시 5일 장중 신용등급 하향 조정 관련 루머가 돈 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4%에서 2.56%로 16bp 급등한 바 있다.

이후 8월 8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나라별로 2~4% 급락했다.

당시 달러화는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나타냈지만 아시아와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였다.

이후 일본 쪽에서 미국 국채를 신뢰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미국채의 '신용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줬다. 급등했던 미국채 금리는 8일 곧바로 2.56%에서 2.49%로 7bp 하락 후 다음날 2.32%로 급락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윤경·주혜원 연구원은 "2011년 등급 강등 사태 때 아시아 국가들의 CDS와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됐지만 일주일 후부터 위험 회피 성향이 완화되면서 축소됐다. 주가도 상승 반전했으며,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고 상기했다.

시장 반응을 예상하기 위해선 비교적 먼 과거인 S&P 등급 강등사태 때 보다 올해 피치의 사례를 살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Fitch는 올해 5월 24일에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엔 등재한 후 8월 1일 장기신용 등급을 AA+로 강등시켰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월 31일 3.96% 수준에서 8월 1일 4.03%, 2일 4.09%, 3일 4.18% 수준으로 뛰다가 4일에 13bp 급락한 4.04%로 내려왔다.

뉴욕 S&P500은 8월 1일 0.27%, 2일 1.38%, 3일 0.25%, 4일 0.53% 하락한 뒤 4일엔 0.90% 오르면서 분위기를 추스렸다.

당시엔 견조한 고용지표나 국채 발행 우려 등이 금리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등급조정이 차익실현 등의 '핑계'였다는 평가도 많았다.

■ 미국채 발행·신용 리스크 vs 최고 안전자산 지위

미국의 재정정책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미국채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위기시 미국채로 쏠리던 자금이 예전과 같은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들도 적지 않다.

최근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미국채가 안전자산 지위를 잃고 있는 중이라는 주장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엘-에리언은 지난달 26일 "중동 지정학적 혼란은 (예전 같으면) 미국채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릴 요인이지만 지난 몇 주간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트코인이나 주식같은 위험자산들이 오히려 안전자산처럼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신용등급 문제는 국채발행 이슈와 연계돼 있으며, 17일 임시 예산안 마감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미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미국 국채 신뢰도 저하나 국채 수급 부담과 연계돼 있어 최소 미국 금리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미국 등급 전망 하향과 내년 예산안은 재정정책에 대한 경계감을 키워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금리는 8월 Fitch 신용등급 강등 때처럼 상승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일단 17일 임시예산안 종료를 앞두고 연기 가능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재량지출 규모는 유지되겠으나 의무지출 중심으로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재정은 지속 불가능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지출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내년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문제가 꼬여 있어서 미국 재정건전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재정건전성의 적정선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는 건전성보다 경기 안정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면서 "현재 정치 환경은 재정 약화, 금리 상방을 자극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이자율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경계감이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무디스가 만약 미국 등급을 강등한다면 우리 이자율 시장에도 좋을 게 없어 보인다"면서 "시장에서도 금리 상승 요인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등급 조정이 국채 수급과 얽힌 문제여서 안전자산선호에 따른 금리 하락으로 연결짓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등급 하향 우려는 발행을 늘려야 하는 걱정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B 증권사 채권딜러도 "미국 등급 강등 이슈는 부채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결국 발행량 부담 때문에 장기 금리 쪽이 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안전자산 수요 증대로 나타났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미국도 국가부채가 목에 찬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 사례처럼 금리 급등 뒤 급락과 같은 변동성을 연출할 수 있어 방향성을 자신하기 곤란하는 평가도 남아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국가 등급 하향 가능성이 주가는 떨어뜨리겠지만 금리 시장엔 양방향을 다 열어놓는 재료"라며 "신용·물량 리스크로 반응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여전히 안전자산은 미국채 밖에 없다는 틀 속에도 움직일 여지도 있어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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