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당장 연준과 시장이 모두 편한 레인지 4.5~5%

  • 입력 2023-11-10 11: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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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국 30년 국채 입찰 결과, 출처: 미국 재무부

자료: 미국 30년 국채 입찰 결과, 출처: 미국 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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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채 금리가 크게 뛰었다.

지난달 금리 급등 구간에서 연준이 '과잉 긴축' 우려를 나타냈지만 금리가 급하게 내려오자 매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미국채 10년 금리 4.5~5% 정도가 시장과 연준이 타협할 수 있는 수준 아닌가 하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자율 시장은 더 달리려고 했지만 연준이 4.5% 아래는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며 당분간은 4.5~5% 레인지가 부담 없는 박스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장기금리 하락은 50bp 금리 인하와 동일한 효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던 가운데 연준은 더 달리려는 시장을 일단 제지했다.

■ 파월의 견제구...경고 메시지 전달

파월 의장은 최근 과잉긴축과 과소긴축 리스크가 균형에 가까워졌다면서 시장의 기대를 키운 바 있다.

이번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

파월은 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4회 자크 폴락 연례 리서치컨퍼런스' 연설에서 "연준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과 너무 적은 일을 하는 것 사이에서의 위험이 균형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신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은 매파적인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필요하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면서 "2%대 인플레 목표를 향한 진전이 확실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만큼 통화정책 운영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면서 금리 인상룸을 열어뒀다.

자신과 FOMC 위원들은 2% 물가상승률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변함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목표의 달성에 대해선 확신을 못했다.

그는 "FOMC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는 그러한 기조를 달성했다는 것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책이 상당히 제약적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보고 싶어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FOMC 위원들은 인플레 둔화라는 진전에 만족하고 있지만 경계감을 풀 때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2%까지 낮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 것으로 본다. 성공할 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이 계속 치고 나가려는 금융시장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 시장도 불편했던 금리 레벨

이번주 미국채 3년, 10년 입찰이 양호했지만 30년 입찰은 부진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오면서 가격 메리트가 떨어져 입찰 참여자들이 저조했던 것이다.

재무부가 실시한 240억달러 규모 30년물 입찰에서 낙찰수익률은 4.769%로 예상치 4.716%를 웃돌았다.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24배로 이전 2.35배를 밑돌았다.

금리가 크게 빠진 뒤 30년 입찰에서 응찰률이 팬데믹 이후 바닥 수준인 2.2배 레벨까지 내려오면서 부진을 보인 것이다.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투자자들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간접 낙착률은 65.1%에서 60.1%로 하락했다. 직접낙착률도 16.7%에서 15.2%로 떨어져 기관 유입세가 약화됐다.

남은 물량을 의무로 떠안아야 하는 PD 낙착률이 18.2%에서 24.7%로 크게 늘어 바닥 수준에 비해 2배 증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금리상승기 이후 시장금리 레벨이 하락한 타이밍에서의 입찰은 둔화가 불가피했다"면서 "10월 5%대를 넘어섰던 30년 금리가 불과 1개월만에 4.6%대까지 내려오자 수요가 약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과 30년 입찰 부진 등으로 전날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75bp 급등한 4.622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5.57bp 뛴 4.7715%를 기록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채 5%대 부담을 확인한 이후 단기간 50bp 가까이 급락한 금리 여건이 부담"이라며 "실물경제 둔화가 좀 더 뒷받침된 이후에 미국채10년 4.5% 이하를 탐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많은 사람들이 각오했던 일?

지난달 많은 연준 관계자들이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과잉긴축' 우려를 거론하자 시장금리는 하락룸을 모색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너무 내려가자 연준에서 경고장이 나올 수 있다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시각도 강했다.

결국 8일 미국채 금리가 4.5%를 뚫고 내려오자 파월 의장이 매파적 메시지를 전달했고 레벨 부담으로 인해 30년 입찰도 부진했다.

최근 금리시장이 랠리를 벌일 때 국내시장에서도 금리 하락룸의 한계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컨대 지금부터 보다 편하게 금리 레벨을 끌고 내려가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 등이 나오곤 했다.

최근 미국 고용 데이터가 예상을 밑돈 가운데 지표 둔화가 더 확인되면서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이 당겨지면 다시 금리 하락세에 자신감이 실릴 수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다만 당장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5% 사이가 편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국내도 금리 상하단을 설정해 움직일 것이란 예상들이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 급등과 급락이 막힌 지점을 감안해 미국채 금리가 4.5~5%에서 등락한다면 국내 10년 금리도 최근 흐름을 감안해 3.9~4.3%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C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만약 미국 10년이 다시 5%로 가게 되면 이 때는 장기채 수급 부담이 새롭게 부각되는 상황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자체 요인이 특별한 게 없다보니 10년 금리는 4.00~4.40% 박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년 금리는 평소대라면 10월 상단인 4.10%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고점이 만들어지겠지만 가계부채와 물가 때문에 금통위 스탠스가 매파적으로 다소 기운데다 내년 원화 외평채 발행 감안하면 수급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만기가 짧은 쪽에서 연초효과까지 생각한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조금 어렵지 않나 한다"고 했다.

그는 "장단기 모두 10월 레인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리 하락 압력이 우세한 데다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어서 무게 중심은 금리 박스 아래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보인다.

D 운용사 매니저는 "일단 분위기는 미국 성장률 둔화와 유가 하락 속에 한동안 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고점은 본 본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시장은 강하면 팔자에서 밀리면 사자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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