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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일제히 3%대로 내려온 국고채 금리...글로벌 긴축부담 완화와 추가 강세의 한계

  • 입력 2023-11-08 13:5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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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44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44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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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고채 지표금리가 일제히 4%를 하회했다.

미국, 유럽 등의 금리 급락으로 국내 국고10년 금리도 4%를 뚫고 내려오는 등 금리시장의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국고채 금리도 10년 경과물 일부에서만 4자를 찾을 수 있는 등 최근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10월 하순만 하더라도 국고10년 금리가 4.4%로 튀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이다.

■ 인플레 부담 완화...유가 하향 안정 흐름이 채권 지지

최근 각국 인플레이션 둔화, 미국 고용지표 등 각국 경제지표의 예상 하회 등으로 추가적인 긴축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급등하지 않은 점이 채권시장에 큰 안도감을 줬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최대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유가(WTI)는 현재 70불대로 내려왔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3.45달러(4.3%) 하락한 배럴당 77.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하마스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지만 일단 전쟁 발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100달러 이상의 유가와는 거리가 먼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중국의 10월 수출이 전년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회복 강도도 예상에 못 미쳐 수요 측면에서 유가를 자극하지 않고 있다.

물론 확전 가능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금융 당국자들은 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날 경상수지 설명회에서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가가 150불로 급등할 경우 물가, 경상수지, 성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유가가 금리시장을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 통화당국 금리인상 위협 줄어

'고금리장기화'라는 큰 틀이 유지되고 있어 금리 하락 룸에도 한계는 있지만, 최근 긴축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었다.

특히 최근 미국 고용 관련 데이터들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흐름을 바꿨다.

통화당국자들도 물가 둔화 강도를 더 보면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통화당국자들이 여전히 물가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의견은 꽤 차이가 난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퇴치가 최우선 목표이며, 금리를 미리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번 세기 중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 하락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분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적정 기간내에 2%로 낯추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경제지표가 나오면, 향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통화당국자들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미국처럼 금리 추가 인상의 룸을 닫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인 인상 주장을 펼치던 때와는 다르다.

전날 공개된 10월 금통위의사록은 '불확실성이 커 상황을 관찰할 필요성'에 방점이 찍혔다.

인플레 둔화 속도가 더딜 가능성, 금융 불균형 심화 등을 감안할 때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 섣불리 움직일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수 금통위원들이 금리 추가인상 룸을 열어뒀지만 지금의 스탠스는 "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상황 전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쪽이다.

■ 금융시장, '더 이상 인상 없다'는 쪽에 무게...유럽, 호주 등에서도 변화

통화당국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일단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채권판의 유명 인사 제프 건드락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다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의 추가 인상이 없다면 국내 역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많이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는 쪽에 좀더 무게가 실렸다. 이러면 국내 인상 사이클도 끝난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미국보다 경기 상황이 어려운 유럽, 어제 금리를 올렸지만 금리시장을 전혀 긴장시키지 못한 호주 등도 긴축과 관련해 자체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독일에선 9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4% 줄어 예상치(-0.4%)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자 분트채10년물 금리가 8.28bp 속락한 2.6601%로 미끌어졌다.

영국에선 휴 필 영란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BOE는 내년 중반 쯤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길트채10년 금리가 10.47bp 급락한 4.4430%로 내려왔다.

호주는 전날 금리를 올렸지만 호주달러는 미국 달러에 비해 더 약해졌으며, 시장금리도 최근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10년물 금리는 오늘을 포함해 5일 연속 하락 중이다. 호주10년물 금리는 이날 10bp 가량 하락한 것을 포함해 5일간 대략 35bp 남짓 빠졌다.

아울러 호주가 전날 5개월만에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제 정말 끝났다'는 쪽으로 반응하는 중이다.

■ 금리 더 내려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날 국고3년 금리는 3.8%대 중반, 국고5년은 3.9%선, 국고10년은 4%를 약간 밑돈 수준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유가 하락이나 통화당국의 스탠스 완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졌지만 이런 점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이제 레벨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는 평가들이 보인다.

금리 레벨 부담 극복을 위한 재료는 국내외 모두에서 나올 수 있으나 이미 호재가 많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미국 금리 폭락 뒤 되돌림이 나타났고 그런 뒤 다시 하락했다"면서 "계속해서 미국 금리가 하락룸을 만드는지 여부에 따라 국내 시장도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수급 요인 등을 보면 더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다른 운용자는 "최근 금리가 급락한 뒤 지금은 은행채 등의 발행이 많이 나온다. 금리 레벨이 낮아지길 기다렸던 발행 대기 물량이 상당해 보인다"면서 "금리 레벨이 하향안정 돼 발행 기회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차하면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어 여기서부터는 추가 강세가 보다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책 부담이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 금리 인하를 강하게 밀어붙일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정도 레벨에서 오락가락하는 양상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딜러는 "최근까지 기준금리 3.75% 이상을 반영하면서 급등했던 레벨이 많이 내려왔다. 다만 국고3년 기준 3.8% 아래 쪽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부터는 금리가 다시금 빠르게 내려가기 위해선 인하 기대감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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