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 칼럼) BOJ와 시장의 게임

  • 입력 2023-11-01 10: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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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달러/원, 달러/엔의 장기간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달러/원, 달러/엔의 장기간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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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BOJ의 통화정책 이벤트가 예상보다 '도비시한'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적지 않다.

금융시장 반응에서도 다소간의 온도차가 났다.

우선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정책변화를 감안해 달러/엔이 149엔 수준에 근접했다가 발표가 난 뒤엔 150엔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시장에선 결과 발표 전 국채10년물 금리가 2013년 5월 이후 10년 남짓만에 최고인 0.96%까지 오른 뒤 통화정책 발표 시점엔 0.90%를 향해 급락했다. 하지만 정책이 생각보다 완화적이었음에도 금리는 재차 오르면서 0.95%를 향해 올라갔다.

주식시장에선 니케이225가 정책 변경에 대한 경계감으로 하락 출발한 뒤 생각보다 완화적인 정책결정, 그리고 엔화 약세 전환 등으로 반등했다. 닛케이225는 0.53% 오른 30,858.85에 거래를 종료했다.

■ BOJ 예상보다 '완화적'...쉽게 정책 대폭 바꾸기 어려운 측면

BOJ는 10년 금리의 상단을 올리는 대신 10년 금리 1%가 '참고용'이라고 밝히면서 완화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시장 일각에선 BOJ가 금리 상단을 1.5% 정도로 올릴 수 있다면서 크게 경계했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도비시하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BOJ는 시장의 투기매매자들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금리 상단을 확 열어버릴 경우 투기적 채권 매도 등이 몰리면서 BOJ를 압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BOJ 자신들도 물가목표 달성을 크게 확신할 정도가 아니다 보니 점진적 변화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BOJ는 올해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해 7월(+2.5%)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내년 근원 CPI 전망치도 +2.8%로 7월(+1.9%)보다 높혔다.

올해 신선식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근원 CPI 전망치는 +3.8%로 제시했다. 7월(+3.2%)보다 전망치를 높혔다. 내년은 +1.9%로 7월(+1.7%)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

최근 일본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2% 목표 달성이나 적정 수준 물가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에 신음하고 있지만 일본은 특유의 환경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에다 총재도 전날 3시 이후 열린 설명회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7월보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은 것은 가격전달 효과가 예상보다 더 지속되고 원유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BOJ는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24회계년도 이후 기저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2% 아래로 제시했다.

■ 다시 약해지는 엔화...'앙시엥 레짐'은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엔화 약세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에서 BOJ가 완화적 스탠스를 계속 고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번 회의에서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예상했던 사람들이 주목한 것도 엔화 약세 압력 때문이었다.

결국 당장은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했지만 머지 않은 시간에 마이너스 금리를 철폐하는 등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을 예상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적인 태도나 미일 금리차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은행이 이런 식으로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는 "금리가 1% 위로 현저하게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10년물 금리가 1% 수준 밑도는 경우에도 긴급 채권 매입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달러/엔이 다시 150엔을 넘어서고 기시다 총리 내각의 지지율 또한 높지 않은 상황에서 BOJ가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사라지지는 않았다.

얼핏 보기에 BOJ가 앙시엥 레짐(구체제)의 큰 틀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지만, 주변 환경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란 예상인 것이다.

아울러 BOJ의 이번 정책결정을 단순히 완화적 스탠스 유지로 봐선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BOJ가 1% 이상의 금리도 용인하고 지정가격 오퍼레이션 문구도 삭제한 만큼 사실상 YCC 정책 폐기로 볼 수 있다는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 환율과 물가 두고 고심하는 BOJ

최근 일본의 물가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지만 높아진 유가 등 공급요인이 영향을 미쳤으며, 수요 요인이 강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BOJ는 물가를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하고 위해선 내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인상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견조한 기업 이익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불확실성 역시 크다고 본다.

BOJ는 "기조적 인플레이션도 생산갭 개선,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임금 상승 등으로 물가안정 목표 수준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동시에 "임금과 물가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사고 방식이 여전하다.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강화 여부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엔화 약세, 즉 달러/엔 상승 흐름은 물가 상승에 도움을 준다. 환율이 물가를 잡아 끌면서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일 때 일본은행은 YCC와 마이너스 금리정책 폐기에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물가를 높이기 위해 엔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대목은 골치다.

■ BOJ와 시장, 기대의 게임

BOJ가 금리 상단을 막아줄 것이란 금융시장 기대가 크면 BOJ가 실제 채권을 매입하지 않아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

일본 통화당국 입장에서 YCC 정책은 그 나름의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하지만 시장 플레이어들이 BOJ는 이대로의 YCC 정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면서 베팅을 하면 통화당국 입장에선 골치가 아플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이번에 BOJ가 '애매하게' 결정을 했다고 보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금리 1% 상단을 참고만 하고 열어두지만, 그 상단 아래에서도 채권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게임 참가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조성하는 것이다.

BOJ는 자신들이 개입하는 레벨을 '불확실하게' 만들면서 플레이어들의 부화뇌동하지 못하게 손을 쓴 측면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개입시 1%를 선제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매번 지정가 금리를 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장 플레이어들도 중앙은행의 이같은 포석과 공개시장조작 과정, 그리고 물가와 경제지표 등을 보면서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전술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YCC 변화 관련 그림, 출처: BOJ

자료: YCC 변화 관련 그림, 출처: B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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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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