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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전망 '하향편의' 지켜본 뒤 더 조심스러운 한은...구조적 변화도 유의

  • 입력 2023-10-30 15:4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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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국내 물가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빠르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 물가동향팀은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패턴과 속도는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 드라이버(동인)는 차별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 한국, 비용 상승압력 vs 미국, 수요측면 압력 vs 유로, 임금 상승률

한은 물가동향팀의 이동재·장병훈 과장, 임웅지 차장, 임서하·최열매·김범준 조사역은 각국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을 연구한 뒤 "월평균 하락폭, 반감기, 목표 수렴률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빠르지는 않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서 각국별 차별화된 요소들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선 한국의 경우 최근 수요측 압력과 노동시장 타이트닝 정도는 약화되고 있으나 비용상승 압력의 파급영향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공급충격에 따른 영향이 완화되고 있지만 수요측면과 노동시장의 물가 압력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지역은 성장세 둔화에도 공급충격의 이차효과와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내년에도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 내로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앙은행 물가동향팀의 연구자들은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가운데 디스인플레이션 동인에 따라 향후 물가목표 수렴 시점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재 주요 예측기관들은 물가목표(2%) 도달 시점을 미국은 26년경, 유로지역은 25년 하반기, 우리나라의 경우 25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유로지역은 수요·임금 압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제약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한국은 최근 서비스물가에 비해서 근원상품 물가의 오름세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한은 연구자들, 중동 사태 외에도 가격설정 행태 변했을 가능성 유의

한은은 최근 중동사태 등으로 물가의 안정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연구자들은 특히 중동 사태 외에도 가격과 임금 설정 행태에도 변화가 왔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물가동향팀은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반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나 둔화 속도는 중동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동향팀은 특히 "최근과 같이 유가 및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울러 고물가를 경험하면서 경제주체의 가격·임금설정 행태가 변했을 가능성도 디스인플레이션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국제적 연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주체의 가격·임금 설정 빈도 증가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으로 지속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또한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상승의 부문간 전이(sectoral price spillover)도 확대될 뿐만 아니라 환율과 유가 변동이 물가에 전가되는 정도가 커질 수 있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 물가 전망 '하향편의' 지켜본 뒤 조심하는 한은 연구자들

한은은 국내 물가의 경우 수요측 압력 및 근원물가 모멘텀 약화, 노동수급 상황 개선 등을 감안할 때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용상승 압력의 파급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가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둔화 흐름 재개 시점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물가목표로의 수렴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간 각국의 물가에 대한 예상이 틀렸기 때문에 하향 편의도 유의하는 중이다.

물가동향팀 연구자들은 "팬데믹 이후 지난해까지 대다수 국가에서 대내외 충격의 물가 영향이 과소평가되면서 물가전망이 하향 편의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향후 대내외 여건의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과 지속성, 이차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물가 상황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후 문제나 글로벌 공급망 체계 변화 등으로 물가 흐름의 구조적 변화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가깝게는 엘니뇨 등 기상이변이 식량가격의 주요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탈세계화에 따른 공급망압력 지속, 탄소중립 이행 비용과 화석연료 투자 부족 등도 구조적인 물가 상승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 요인에 크게 노출돼 있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안정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 등을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한은, 물가 목표 수렴 '확신' 있을 때 금리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통위 등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고금리에 따른 경기 어려움 등으로 금리를 더 올리기도 어렵지만, 아직 금리인하를 논의할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금통위 때 금통위원 중 1인이 금리 인상과 인하를 모두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한은 내부에선 고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실정이다.

금융시장에선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연말 정도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런 기대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퇴색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물가하향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 속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하반기에 가야 관리목표에 근접할 수 있지 않나 한다"면서 "지하철, 전기 등 공공요금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확실성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시장도 내년 하반기는 가야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3%에서 저점을 찍은 뒤 8월 3.4%, 9월 3.7%로 올라왔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한은은 자신들의 8월 전망경로보다 물가가 좀더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9월 3.3% 수준을 유지했다. 헤드라인이 오르는 와중에도 더 오르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둔화 역시 더딘 모습이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연말 3% 내외의 물가를 거론해오다가 최근엔 물가에 대해 다시 조심스러워졌다"면서 "올해 시장 전망이 다들 틀렸던 것처럼 내년 금리 인하도 더 늦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올해 미국 지역은행 사태처럼 고금리에 따른 쇼크나 이벤트가 나타나면서 갑자기 많은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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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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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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