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26일(목) 오후 5시 기재부가 10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발표한 뒤 채권 투자자들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 않았다.
누구든 평소에 쓰지 않았던 초식을 구사하면 이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주 후반부터 채권시장에선 11월의 특이한 발행 물량 비중 조정과 바이백 계획 등을 보면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되집어 보는 30년물 발행 축소
전날(금요일) 30년물 금리가 폭락하면서 시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고30년-10년 금리 역전폭이 25bp 내외로 벌어지는 등 초장기 금리가 폭락하자 뜨악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 포지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게 시장이지만, 국채발행계획이 인위적으로 시장을 왜곡해버렸다는 비판이 드셌다.
우선 연말로 갈수록 월간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옵션 등으로 예정된 규모보다 더 발행되기 때문에 연말에 발행 물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11월 중엔 5.0조원 수준의 국고채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해 전달보다 3.5조원이 줄었다.
그런데 만기별로 보면 경쟁입찰 대비로 30년물은 전달에 비해 1.4조원이나 축소됐고 5년과 10년은 0.6조원씩 축소됐다. 나머지 구간 축소폭은 0.1~0.4조원이었다.
이날 입찰이 실시되는 11월분 30년물 경쟁입찰 발행 규모는 0.9조원에 불과하다. 결국 30년을 과도하게 줄였다는 점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비경쟁인수, 교환, 스트립 등을 포함해 10월분 30년물 발행실적은 3.359조원이었다.
■ 바이백이 더 이상하다는 지적들
이런 가운데 30년물 비중 축소도 충격이었지만 바이백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바이백은 만기 분산 목적으로 짧은 채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한 때 만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채권을 위주로 바이백이 이어졌고 지금은 좀더 대상 채권 만기가 길어졌지만, 이번엔 놀라울 정도로 긴 채권이 바이백 대상이 들어갔다.
이번엔 2~3년 비지표가 아닌 초장기 채권인 국고21-2, 국고22-9 등 30년물을 대상에 집어넣었다.
이러다 보니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저 쿠폰에 저 긴 채권에 바이백 하면 국고 낭비다. 저 정도면 리테일로도 잘 나갈 텐데 미스테리"라는 식의 평가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통상 3주차에 하던 바이백 날짜를 2일로 당긴 것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A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우리시간 11월2일 목요일은 미국 FOMC 결과가 나오는 날인데, 30년 입찰 후 옵션 매도 가능일"이라며 "그 뒤 30년물 교환까지 감안하면 옵션을 포함 7~8천억원의 매물이 나오는데 미리 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재부는 장기물 금리 상승을 우려하고 보험사가 돈이 없다고 해서 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30년을 바이백 해 준다고 하지만 바이백 2조원 중 종목별 4~5천억원을, 한번에 30년 곳간을 비울 보험사는 거의 없다"고 했다.
■ 기재부 '당했다'(?)고 의심한 사람들...그리고 추론하는 사람들
채권시장 플레이어들의 추론은 이어졌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누군가의 편의를 봐 주는 과정에서 이상한 국발계(국채발행계획)가 발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일각에선 올해 4월 20일 외국인이 30년 비지표 21-2를 6,899억원 매도했던 사건까지 기억해냈다.
일부 채권 매매자는 당시 특정 금융사가 이 물건을 취하면서 비지표 30년 매수-지표 30년 매도를 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국 정부가 특정 금융사를 돕는 그림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었다.
채권시장의 B 운용자는 금요일 30년 금리 폭락 상황을 보면서 나름의 '불경스러운' 예상을 했다.
"저의 단순 추론입니다. 모 금융사와 기재부가 친분이 있고 결국 11월 2일 바이백 때 기재부가 21-2를 대거 사 줄 것으로 봅니다. 이미 저 쿠폰으로 21-2는 개인 수요가 많습니다. 지표물을 10bp 하회한 이상한 금리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기재부는 추가로 비싸게 사줄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그는 이후의 상황을 추정해보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그 금융사의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는 비교적 자명해 보입니다. 남은 지표 30년 숏을 역전이 심한 상태에서 걷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다른 물건으로 대체해서 연말 이후 연초 30년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춘 포지셔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장에선 기재부가 '당했다'거나 '뭔가 있다'는 식의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 그들만의 리그...그러나 납득하지 못하는 상당수 투자자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그들만의 리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초장기물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특정 수급이 문제라는 지적들이 상당했다. 대놓고 시세 조정 주장까지 펼치기도 했다.
아울러 당국이 정말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했다면 10년과 같은 거래가 잘 되는 종목을 줄여야지, 초장기를 이렇게 왕창 줄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였다.
금융 감독당국이 공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은 판이 펼쳐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단 '무난하게' 수급의 문제를 잘못 판단해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들은 상당히 많았다.
C 채권딜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국발계로 국채시장의 수급과 스프레드가 엉망이 되지 않았습나까? 최근 30년물은 외인 수요도 많아서 계속 사고 있는데 이렇게 줄여버리면 모든 게 더 꼬이게 됩니다. 기재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서 이런 국발계를 발표했다고 하나, 반대로 국채시장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수요 있는 물건을 줄여놔서 대혼란을 초래한 것입니다."
이 딜러는 절대 자신의 포지션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누가 터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경쟁 질서를 뒤흔든 결정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엔 30년 입찰 헤지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기재부가 무리수를 썼다고 했다.
"30년물 입찰을 앞두고 그 물건에 대한 숏은 당연한 시장 행동이고 베팅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와서 혼란에 빠뜨린 게 문제입니다. 바이백은 특히 아무도 이해 못하는 상황입니다."
■ 한국도 이제 이자비용 줄여야 하는데...애국자들(?) "저 금리에 찍은 긴 채권을 왜 바이백하나"
아울러 바이백 등을 보면서 세금 낭비를 주장하는 시장의 애국자(?)들도 적지 않았다.
10월 국감에선 국고채 이자 납부규모가 2021년 18.2조원, 2022년 20.1조원에 이어 올해엔 25조원에 이를 수 있어 '한국도 일본처럼 국채 빚이 무서운 국가가 돼 간다'는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27일 국감에서 올해 국고채 이자비용을 묻는 질문에 "25조원 가까이 될 것 같다. 발행량도 문제지만 금리가 오르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답하기도 했다.
낮은 금리에 발행한 장기 채권 채권을 이 시점에서 바이백 대상에 넣는 것은 국고 낭비라는 지적들도 많았다. 아울러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고를 아껴야 한다'는 철학과 다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아울러 정부가 이전에 '수익률 곡선'에 대해 접근하던 태도와도 달라져 무엇이 진실이냐고 묻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과거엔 30년*10년 스프레드가 언더 20으로 확대될 때 기재부가 나서서 수익률 곡선 왜곡을 막는 차원에서 30년을 추가 발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되려 이를 부추기고 있어 '정부가 스스로의 논리를 엎었다'는 평가까지 보였다.
지금은 보통의 사람들도 나라 빚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다. 따라서 단순한 사람들도 굳이 더 높은 금리를 물려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D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논평했다.
"예컨대 1%대 후반 저금리에 발행했던 30년물을 지금의 높아진 금리로 신규발행하면서 저금리 기발행물을 상환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합니다. 정부가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찍을 자신이라도 있는 것인가요? 고금리 발행 물건을 바이백 하는 게 나았을 것인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태민 칼럼) 여전히 11월 '국발계' 납득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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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재부 11월 국채발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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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